[장영수 칼럼] 깨뜨려야 할 콜럼버스의 달걀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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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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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칼럼] 깨뜨려야 할 콜럼버스의 달걀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콜럼버스의 달걀'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가? 그것은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앞서 나갈 수 있음을 말해준다. 콜럼버스 이전에도, 이후에도 달걀을 세우는 수많은 방법들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달걀을 세우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은 콜럼버스처럼 달걀을 깨뜨리는 것이다. 즉, 고정관념을 탈피함으로써 가장 확실한 해결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수많은 콜럼버스의 달걀들이 깨뜨려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스스로 잘못된 고정관념이 무엇인지를 인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남들이 깨뜨린 이후에야 비로소 자신도 그와 같은 고정관념의 구속을 받고 있었음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우리의 일상에서, 직업생활에서, 혹은 중요한 공공정책에서조차도 그러하다.

고정관념이란 일종의 미신(迷信)과도 유사하다. 과학문명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미신이 자리잡기 어렵지만, 모든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개인에 따른 차이는 크지만, 오히려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이성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 물론 인간에게는 이성과 감정의 조화가 필요하며 이성만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많은 경우 스스로 이성적으로 사고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제대로 된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풍선효과'니 '등가교환'이니 하는 말에는 익숙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문제에 이를 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발견할 수 있는 모순을 그냥 넘겨버리는 경우는 더욱 많다.

먼저 작은 예를 하나 들어보자. 설거지 후에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는 분리수거를 통해 가축들의 사료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즉, 이를 먹은 가축들이 내 가족이나 이웃의 식탁에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설거지 과정에서 주방세제에 잔뜩 버무려진 음식물 찌꺼기를 그냥 분리수거통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조금만 신경쓴다면 주방세제를 사용하기 전에 음식물 찌꺼기를 분리할 수 있고, 그것이 내 가족과 이웃들의 건강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어떤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음으로 인해, 평소에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이 높았던 사람들조차 무엇이 문제인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해치는 일을 무심결에 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다른 예를 하나 더 생각해보자. 먹거리가 풍부해지고, 인류가 비만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현재, 누군가 맛있는 음식 또는 과자 등을 0칼로리로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을 만든 사람에게 천문학적 부와 명예를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비만으로부터 해방되는 인류에서도 큰 축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그럴까? 아마도 돈과 권력이 있는 최상위계층의 소수에게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칼로리의 제한 없이 음식을 섭취할 수 있게 되면, 최상위계층을 중심으로 식료품의 블랙홀이 생겨날 것이며, 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다. 식량 생산이 줄지 않더라도 식량 부족으로 굶어죽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까?

이런 것이 전형적인 풍선효과이다. 그런데 풍선효과가 무엇인지를 잘 아는 사람들도 0칼로리의 음식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서 이를 장밋빛 미래로만 상상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본의 아닌 풍선효과를 가장 신경써야 할 분야는 공공정책이다. 선의(善意)로 추진된 정책이 의도와는 달리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오히려 최저임금을 받던 사람들의 일자리를 잃게 했던 것처럼, 혹은 자사고의 폐지가 강남 8학군의 부활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좋은 의도가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계속 발생하고 있다.

좋은 의도는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국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을 위해서는 정책담당자들도 콜럼버스의 달걀을 깨뜨려야 한다. 더 현명해져야 하고, 더 치밀해져야 한다. 우리 모두가 콜럼버스 달걀을 깨뜨릴 때 대한민국이 더 합리적이고 공정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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