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내년 예산 확보도 비상

출연연 진행중인 R&D 펑크 우려
"최악 경우땐 은행권에 대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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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재정 포퓰리즘으로 나라 곳간이 비어가자, 국가의 미래 투자를 위한 과학기술 분야에 난데없이 '구조조정 바람'이 일고 있다.

당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1분기에 써야 했던 예산 중 집행하지 못한 불용예산 중심으로 예산삭감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예산 삭감 조치가 결국 국가 R&D(연구개발) 사업의 근간까지 흔들어 연구현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무리한 확장재정 기조가 계속될 경우, 올해 배정받은 R&D 예산 뿐만 아니라 내년도 국가 R&D 예산도 삭감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때문에 주요 출연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내년도 예산안 작업을 앞두고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출연연 관계자는 "내년 예산작업을 하는 시점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예산 감액 조치가 맞물려 내년도 예산 배정에도 난항이 예상된다"면서 "3차 추경을 빌미로 한 예산 감액이 결국 내년도 R&D 예산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출연연들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은 3차 추경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이 더디게 나타날 경우, 정부가 또 다시 4차 추경을 추진하는 것이다. 정부가 바닥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자칫 R&D 예산을 대폭 삭감할 경우, 그동안 추진해왔던 R&D 사업도 펑크가 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출연연들은 최악의 경우, 부족한 출연금 충당을 위해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현장에서는 정부 돈줄이 막히자, 인건비와 경상비, 연구비 등의 용도로 출연연에 정부가 매달 지급하는 정부출연금이 제 때 지원되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출연연 예산담당 관계자는 "4년째 예산을 담당하고 있는데, 매달 들어와야 할 출연금이 몇 번에 걸쳐 나눠서 입금되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생길 정도로 비정상적인 예산 구조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주요 R&D사업을 연속성 있게 추진하기 위한 예산 배분이 어렵고, 심지어 연구에 필요한 장비나 기기 등의 구매에도 적지 않은 애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A 출연연의 경우 출연금 교부액이 지난 석 달 동안 평균의 절반 정도 밖에 지급되지 않아 연구활동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B 출연연은 출연금 지원이 늦어지면서 외부와의 각종 계약에 문제가 생기면서 최소한의 연구에만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C출연연은 지난 3년간 450억원의 예산을 받아 진행했던 R&D 사업이 올해 종료됨에 따라, 자칫 관련 사업이 폐지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출연연에서는 R&D 돈줄이 막히면 출연연별로 수행하는 주요 R&D사업에 타격이 가해지고, 신규 인력 채용도 제 때 수급이 이뤄지지 않아 연구현장이 점차 황폐화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불요불급한 지출은 과감히 줄이고 국민들과 고통을 나눠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번처럼 갑작스런 예산 감액과 들쑥날쑥한 출연금 지원은 연구자의 연구활동을 위축시키고, 정부가 제시한 안정적인 R&D 환경 조성에 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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