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중국, `3차 세계대전` 준비하나](http://contents.dt.co.kr/images/202005/2020052802152369061001[1].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중국, `3차 세계대전` 준비하나")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경제가 급속히 악화되는 상황이라 올해는 국방예산이 감액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관측은 빗나갔다. 중국의 올해 1~3월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 -6.8%를 기록했다. 경제전망이 극도로 불투명해지면서 이번 전인대에선 경제정책의 기초가 되는 중요 수치인 경제성장률 목표치도 제시하지 못했다. 중국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못한 일은 초유의 일이다. 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 및 외교예산도 대폭 줄었다. 그럼에도 국방예산은 늘어났다. '신냉전'으로 불리는 극심한 대미 마찰을 배경으로 군비확장 노선을 견지한 것이다. 경제성장이 위축돼도 군비증강을 서두르는 자세는 한층 선명해지는 분위기다.
중국은 해군을 중심으로 전력을 급속히 확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첫 국산 항공모함 '산둥(山東)호'가 취역했고, 작년 9월과 올해 4월에는 075형 강습상륙함이 진수됐다. 남중국해의 실효지배 강화와 대만 침공 등을 시야에 넣은 증강이다. 중국군이 보유한 함정 수는 이미 미군을 따라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괌의 미군기지를 사정거리로 하는 탄도미사일 등 신무기 개발과 배치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의 핵우위에 도전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은 이달 초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선 단기간에 핵탄두 보유 수를 1000개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290기로 미국의 6185기와는 아직 큰 격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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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중국은 흔들림 없이 평화적 발전의 길을 걷겠다"고 호소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나라는 없다. 지난 30년간의 꾸준한 중국의 군비증강으로 동아시아 군사균형은 완전히 바뀌었다. 중국해에서의 세력 우위는 역전됐고 대만의 자력 방위는 이제 불가능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군의 현대화를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으나 대만이 중국을 대적하기는 역부족이다. 태평양에서의 미군의 절대적 우위도 이미 과거의 일이 됐다.
중국군의 팽창세는 자국 방위의 범위를 넘어섰다. 여기에는 힘을 바탕으로 자국에게 유리하게 기존의 질서를 바꾸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의 도광양회(韜光養晦,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를 버린지는 오래다. 그 자리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몽(中國夢)이 차지하면서 중국군은 전랑(戰狼), 즉 '싸우는 늑대'가 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군사·국제전략 등 모든 측면에서 미국과의 대결 구도를 강화해 나가는 중국의 자세는 마치 3차 세계대전을 향한 준비 같다.
중국이 해야할 일은 군비증강이 아니다. 군사력 팽창을 계속하는 한, 세계는 "평화적 발전을 한다"는 중국의 말을 믿지 않는다. 힘에 의한 굴기는 국제사회 전체의 안정을 뒤흔들어 놓는다. 전 세계의 불확실성 고조는 중국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 지금 중국이 해야할 일은 미국과의 '신냉전'에 힘을 쏟는 것이 아니라 미국, 러시아 등과 군축을 시작하는 것이다. 중국이 이 책임을 버리고 새로운 냉전시대를 주도한다면 그 결과는 엄청난 비극뿐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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