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 ICT과학부 기자
![[DT현장] 원격의료, 논의의 장으로 끌어올릴 때](http://contents.dt.co.kr/images/202005/2020052802152269102001[1].jpg "[DT현장] 원격의료, 논의의 장으로 끌어올릴 때")
중요한 것은 다시 불붙은 논의가 우리 국민이 받게될 의료서비스를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위한 유의미한 논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이 무엇인지가 언제나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격의료를 둘러싼 논의는 '밥그릇 싸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우리는 코로나19를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먼저 겪었고, 그만큼 이를 극복해 나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중 한 가지가 의사-환자 간 비대면 서비스인 전화상담·처방이다. 이는 원격의료 도입의 길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우리에게 중요한 경험이 되고 있다. 원격의료가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며, 코로나 팬데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글로벌 시대에 우리가 갖춰야할 의료체제라는 점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방역 대책의 하나로, 지난 2월 24일부터 전화상담·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지난 10일까지 전화 상담·처방을 받은 건수가 26만2121건에 달했다는 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설명이다.
특히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에서 이뤄진 전화진료가 10만6215건으로 가장 많았다. 혹시라도 전염병에 감염될까봐 병원 방문을 꺼리게 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전화상담·처방이 환자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동시에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화 상담·처방은 원격의료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 간 갈등으로 인해 언제 중단될지 모를 판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의사 회원들에게 코로나19 유행으로 한시 허용된 전화 상담과 처방을 중단하라고 권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비대면 진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자 의협이 반발한 것이다. 의협이 지난 18일 의사 회원에게 보낸 권고문엔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원격진료,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진료에 매진하는 의사들의 등에 비수를 꽂는 비열한 행위"라는 날선 비난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의협은 "정부가 새로운 산업과 고용 창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의료계와 상의 없이 비대면 진료를 도입하려 한다"며 "이날부터 전화 상담과 처방의 전면 중단을 회원 여러분께 권고드린다"고 했다.
원격의료 도입 논의가 또다시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무의미한 싸움이 되지 않으려면 이제 정부가 제대로된 중재자가 되어줘야 한다. 원격의료 도입이 아무리 시급하다고 해도 의료계 핵심 축인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을 수는 없다. 의사 없는 원격의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
원격의료 도입 논의를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이것이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우리 의료서비스가 세계적인 흐름과 시대를 역행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중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원격의료는 정치적 이슈로 전락해 또다시 긴 시간을 허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는 원격의료 시장에서 20년을 허비했다. 그동안 국내에선 원격의료 제도화에 대한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국회에선 원격의료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매 회기마다 상정돼 왔다. 하지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병·의원의 도산, 의료 질 하락 등을 이유로 내세운 의료계의 반발로 20여년 넘게 제대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는 동안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고 원격의료 관련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전경련의 '중·일 원격의료 현황과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원격의료시장 규모는 305억달러(약 37조5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 시장은 연평균 14.7%(2015∼2021년)의 성장률을 보이며 매년 고속 성장 중이다. 이러한 시장에 우리는 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늦으면 늦을수록 국가적 손해가 될 뿐이다.
김수연기자 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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