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칼럼] 삼성家 3代가 나눈 가상대화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  
  • 입력: 2020-05-27 18:38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김태기 칼럼] 삼성家 3代가 나눈 가상대화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코로나 위험을 무릅쓰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에 갔다. 미국과 중국의 대충돌은 삼성을 흔든다. 반도체로 세계를 제패한 삼성은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선택해야 할 중대 결심이 필요할지 모른다. 비장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만의 고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도움으로 기술력을 키우고 중국을 상대로 제품을 팔기에 미국에 대한 기술의존도와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모두 높다. 그래도 냉전과 세계화 질서 속에서 승자가 되어 빈곤국에서 3만 달러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었다. 세계화에서 신냉전으로 급변하는 세계질서의 대전환에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더 불안하다. 한국 경제의 고민을 삼성가의 가상 대화를 통해 정리해 볼 수 있다.

이재용, "할아버지, 참 힘듭니다. 반도체 시작하실 때 힘드셨죠?" 이병철, "사운을 걸고 결단했지. 그래도 지금보다는 좋았어. 우리 정부가 산업을 키우려 했고 미국이 반도체 기술을 우리가 이용하도록 봐주었지. 일본을 견제하려고 그랬던 것 같아. 그때 일본 경제는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컸지. 정치적으로도 30여 년 전에 미국을 침공했던 일본에 좌파가 득세하던 시절이었으니까. 지금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만 가지고 다투고 있는 게 아니야. 네 아버지도 그랬듯이 첨단 산업으로 나아가야 삼성을 지킨다. 미국과 등져서 안 되지만 상황이 바뀌면 미국도 달라져. 그래도 미국은 공개적으로 정책을 바꾸는데 중국은 순간에 바뀐다. 공산당은 깜깜하잖아.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어 더 낭패야."

이건희, "저는 아버지 때보다 대외 환경이 좋았습니다. 세계화가 되면서 중국은 물론 각국이 문호 개방하고 경제 키우려 했지요. 덕분에 일본에서 반도체 설비를 도입하고 기술자립 해나가는데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중국은 주석부터 고위 간부까지 한국 방문하면 삼성을 찾았고 중국에 투자해달라고 극진하게 요청했습니다. 중국이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 전략이었는데 지금은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경제 규모가 미국보다 커졌다고 오만해졌습니다. 반도체는 물론 첨단 기술로 나라를 세운다는 굴기 전략을 내세우고, 첨단 기술과 핵심 인재를 빼가고, 중국 이익에 맞지 않으면 무자비하게 나옵니다. 사드 보복으로 롯데가 손들고 나온 게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이재용, "코로나로 더 꼬였습니다. 미국은 중국 때리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트럼프는 물론 야당과 미국 국민도 그렇습니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을 강요하는데 삼성도 피할 수 없습니다. 라이벌 대만 반도체회사 TSMC는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긴다고 합니다. 수출시장 중국보다 첨단 기술 미국을 선택했습니다. 미국은 기술뿐 아니라 경제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점검하고 대외 통제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병철, "삼성 창업할 때 내건 사업보국을 잊어선 안 된다. 하지만 나라 발전하려면 긴 안목이 필요한데 위정자들이 걱정이다." 이건희, "지금의 위기도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 말했듯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꾼다는 자세가 필요해. 그런데 위정자들도 그런 의지가 있을까."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 이익을 넘어 가치관도 달라 '문명의 대충돌'로 치닫고 있다. 안보와 영토 등 정체성에 관한 문제라 협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새로운 강대국이 부상하면서 기존의 강대국과 전쟁이 발발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지고 있다. 미국은 자국 기업의 귀환, 즉 리쇼어링에 총력을 다하고, 동맹국에 대해 미국과 보조를 맞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질서의 대전환을 읽지 못하는 우물 안의 개구리 같다. 재정으로 경제 살리고 북한과 평화경제로 위기를 넘는다고 한다. 더구나 유전무죄는커녕 부자라고 벌이 무거운 유전중죄의 나라가 되어 기업의 귀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사업보국을 외치는 삼성마저 믿음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코로나보다 무서운 게 먹고사는 경제 문제고 저소득층일수록 더욱 그렇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그 자체로 한국 경제에는 재앙이다. 정책 실패로 4년 만에 일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가 무너질 판이고 소득 불평등은 악화했기에 충격이 더 커진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new deal)을 하겠다고 한다. 새로운 약속이라는 의미답게 세계 경제 질서 전환에 맞추어 정책을 전면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문 정권은 한국을 신냉전 시대의 패자로 만들고 말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