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고만 하면 더 힘들어"… 삶의 터전서 다시 쏘아올린 희망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코로나에 3월 매출 90% 떨어져… 그래도 이제는 사람 구경이라도 할 수 있어 다행
시장 청년회·지역 공동체 방역 활동에 市서 지급한 온누리·지역상품권 등 역할 커
폐쇄했던 야시장도 70일만에 재개장 준비… 다시 찾을 손님 위해 위생교육도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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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고만 하면 더 힘들어"… 삶의 터전서 다시 쏘아올린 희망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디지털타임스 연중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취재진이 방문한 대구 칠성시장. 한산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지역 시장으로서 제 기능을 되찾아가는 듯 물건을 사기 위해 오가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들어왔다.

이슬기기자 9904sul@

"힘들다고만 하면 더 힘들어"… 삶의 터전서 다시 쏘아올린 희망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다시 찾은 대구 칠성종합시장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다행이지예."

지난달 28일 점심시간 무렵. 대구 북구의 칠성종합시장은 그나마 지역 시장으로서 제 기능을 되찾아가는 듯 보였다. 한산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물건을 사기 위해 오가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들어왔다. 채소를 팔기 위해 노상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있던 김명숙(68·여) 할머니는 "아예 개미 한 마리 안보이던 때보다는 나아진 편"이라고 했다. 김 할머니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손님들이 찾아와주고 있어 다행"이라며 애써 웃어 보였다.

앞선 2월 말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이 본격화하자 대구 상권도 마비됐다. 이에 서문시장과 함께 대구의 양대 시장으로 일컬어지는 칠성시장도 이른바 '자율운영'에 들어갔다. 코로나19로 손님들의 발걸음이 뚝 끊기면서 시장이 사실상 폐쇄되다시피 한 것이다.

지역 명물로 자리 잡은 칠성야시장도 같은 상황에 처했다. 특히 2017년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2년 4개월여간 매대와 시설을 정비해 개장했으나, 코로나19로 끝내 지난 2월 폐쇄 결정을 내렸다.

◇"코로나19 탓 매출 90% 넘게 떨어져"=1974년 문을 연 칠성시장은 주로 지역 식당들이 식자재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창구로 일컬어진다. 인근에는 과일을 대량으로 살 수 있는 대구청과시장과 대구능금시장은 물론, 완구 골목과 주방용품 골목 등 여러 시장으로 이뤄져 도매시장 역할을 주로 해왔다.

이런 여건이다 보니 칠성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밖으로 다니지 않으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건어물을 파는 박모 씨(62·남)는 "사람들이 식당도 안 가고, 그렇다고 시장에 물건을 사러 오는 것도 아니다 보니 매출이라고 할만한 게 아예 없었다"며 "3월 매출을 평상시와 비교해보니 9분의 1 수준이었다"고 했다. 다른 상인 김모 씨(56·여)도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 지 이제 일주일 정도 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나마 손님들이 다시 찾기 시작한 것에 시장 상인들은 대구시 차원에서 배부한 '온누리상품권' 덕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시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중위소득 100% 이하 64만 가구를 대상으로 선불카드(50만원까지)와 온누리상품권(50만원 초과분)을 혼합해 지급했다. 여기에 더해 지금껏 없었던 '지역 상품권'도 발행키로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발행 후 4개월 간 10% 특별 할인율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온누리상품권이 풀리면서 시장 상인들의 얼굴에도 조금이나마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반찬류를 파는 박모(60·여) 씨는 "아직은 많이 힘들지만, 최근 일주일 사이에 매출이 반절까지는 회복된 것 같다"며 "상품권 쓰려고 나오는 사람들이 반찬이라도 사주다 보니 숨통이 트인 셈"이라고 했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도 "어제 오늘까지 해서 몇 만원 어치라도 팔았으니 이 와중에 다행 아니겠느냐"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마냥 좋지만도 않은 상황이다. 점심시간, 시장 주변 회사나 일터에서 '보리밥'을 먹기 위해 시장을 찾았던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이내 시장은 한적해졌다. 오후 2시 무렵이 되자 오가던 손님의 발걸음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문어를 손질하던 한 상인은 "손님들이 다시 찾아주고 계신 건 맞지만, 그렇다고 코로나19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 아니겠느냐"며 "앞으로 더 나아져야 할 텐데…."라고 말을 줄였다.

◇"힘들어도 먹고 살아야지요" 희망은 있다=시장을 둘러보는 동안 곳곳에서는 방역활동이 이뤄지고 있었다. 각 시장별 청년회에서 조직을 꾸려 자체적으로 방역에 나선 것이다. 분무식 소독기를 짊어지고 시장 구석구석을 다니던 한 청년이 "오늘은 좀 나아졌느냐"고 할머니뻘 상인에게 묻자 "그래도 먹고살려면 여기 앉아 있어야 안 되겠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기에 의용소방대, 201특전여단, 2군사령부 등 지역 공동체와 관(官), 군(軍)에서까지 방역에 나서준 덕에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었다. 시장 관계자는 "4월 중순부터 손님이 보이기 시작해 유동성은 90%까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폐쇄를 이어가던 칠성야시장도 1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앞서 영업을 전면 중단한 지 70일 만이다. 애초에 4월 24일 재개장하려 했으나,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5월까지로 연장함에 따라 재개장 시기도 늦춰졌다고 한다. 야시장 관계자는 "물론 5월 5일까지 개장을 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2개월가량 쉰 상황에서 문을 안 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상인회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개장을 결정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시장을 찾았을 때 재개장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이뤄지고 있었다. 야시장에 매장을 둔 상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손님들을 받을 때 간격을 몇 미터로 할지, 위생용품은 어떻게 배분할지 등을 토의하고 있었다. 고경옥 칠성야시장상인회 대표는 "매장을 찾는 손님들 간 2미터 간격을 어떤 식으로 유지할지 논의했다"며 "시에서 지원해 준 손 소독제나 위생 장갑도 나눠주기 위해 모였다"고 했다. 고 대표는 "야시장에서도 온누리상품권이나 아이돌봄카드 등 지원금 성격의 돈은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며 "많은 분이 찾아줬으면 한다"고 기대감도 내비쳤다.

야시장뿐 아니라 본 시장 상인들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짐에 따라 손님들도 다시 늘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시장 안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노부부는 "IMF 때도 지금보다는 덜 힘들었던 것 같다"면서도 "그때도 버텼는데 지금도 버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내 자양강장제 한 병을 집어들더니, 기자 손에 꼭 쥐어 주며 한 마디 덧붙였다. "코로나19도 결국 지나가는 위기 아니겠어요. 힘들다고만 하면 더 힘든 법이니, 우리 같은 서민은 참고 견뎌야지요."

대구=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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