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부동산 업계는 정부가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운 기준금리 인하를 전격 단행했지만 주택 시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진단했다. 금리 인하는 대출 이자 부담 감소로 부동산 시장의 투자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는 것이 경제학적 통설을 뒤집는 해석이다.
부동산 업계는 28일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출은 여전히 묶여 있고 보유세 부담도 커 일부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가격 상승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 3월 16일 '빅컷'(1.25%→0.75%)을 단행한 직후 한국감정원이나 부동산114 등 집값 통계 기관의 수치상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장기 하락장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핀셋 규제가 몰린 강남권은 지난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보유세·양도세 회피용 절세 매물이 급격히 팔려나갔지만 현재는 이 매물이 '끝물'에 다다르면서 추격 매수가 실종된 상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코로나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이미 초저금리이어서 금리가 추가 인하돼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민감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은 거시경제를 반영하는 또 다른 거울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15억원이 넘는 투기과열지구 초고가 주택은 대출이 아예 금지되고 있고 공시가격 현실화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 거래가 제한적으로 이뤄져 가격 급반등이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비규제 지역의 중소형·중저가 주택은 거래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위원은 "주택시장이 비규제지역 중저가와 규제지역의 초고가 주택 시장 간 차별화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 있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저금리로 이자 부담이 경감되면서 일부 비규제 지역 부동산 자산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정부의 부동산 수요 억제책이 상당하고 아직 코로나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도 커서 당분간은 적은 거래량이 유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조정되는 집값이 하반기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며 "장기 보유 매물 양도세 중과 회피를 위해 다음달까지 급매물 매도 물량이 정리되면 하반기부터는 급해서 팔 이유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는 이미 과열 양상을 보이는 청약 시장과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상가·오피스·오피스텔 등의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경우 저금리 상황이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함영진 랩장은 "중도금 9억원까지는 집단대출을 통해 낮은 이자를 조달할 수 있는 구조라 분양 시장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위원은 "레버리지를 많이 사용하는 수익형 부동산은 금리 변동에 예민한 구조"라며 "은퇴자들의 관심이 많은 꼬마빌딩은 역세권이나 대학가, 업무지구 주변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 금리가 떨어질수록 임대사업을 통한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규제가 많은 주택보다 상가 등으로 관심이 쏠릴 수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다만 코로나로 인한 경기 위축과 공급 과잉 우려 등으로 상품별로 수요 유입이 제한적이고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랩장은 "오피스텔 입주 물량이 지난 2년간 과잉 공급됐고 분양가도 높아 한동안 가격은 상승하고 임대수익률은 저하되는 문제가 지속됐다"며 "아파트를 대체할 중대형 역세권 아파텔이라면 몰라도 재고 오피스텔의 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