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칼럼] 美 중심 공급사슬에 편승해야 하는 이유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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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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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칼럼] 美 중심 공급사슬에 편승해야 하는 이유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코로나 19 사태가 글로벌 경제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발표되고, 남중국해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세계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미중의 갈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제일주의와 맞물리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미중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다. 문재인 정권의 대응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2019년 5월 15일 미국은 화웨이를 수출통제대상목록(Entry List)에 포함시키고 명시적으로 제재했다. 이 목록은 미국의 안보 및 외교정책에 위협이 되는 기업, 개인, 정부 등을 특정한 목록이다. 미국은 여기에 포함된 대상에 수출, 재수출, 이전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는 수출행정규정을 집행하고 있다. 제재 발표 이후 일본과 영국의 통신사들이 스마트폰 주문을 취소하면서 화웨이가 어려움을 겪었다. 미중 간 관세전쟁에서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에 타격을 주었다. 양국의 출혈 이후 잠정적 합의 정서가 형성되면서 2019년 12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단계 미중 무역합의안을 승인했다. 코로나19 사태는 휴전 중이었던 미중 갈등을 재발시켰다.

중국의 외교는 거칠었다. 지난 2월 1일 주한 중국대사는 중국 여행 금지를 반대하는 WHO의 주장을 거론하면서 미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청와대도 1월 28일 50만 명이 넘는 국민청원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주장대로 WHO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발표했다. WHO의 권고를 따랐던 이탈리아 및 유럽이 전염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미국의 뒷문이 열렸다. 세계에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3월 2일 중국에서 명시적으로 코로나19의 근원을 찾기 시작하면서 중국 내부에서 미국을 발원지로 언급하는 발언이 나왔다. 미국도 자국 내 반중국 정서가 고조되면서 WHO에 대한 압박과 화웨이에 대한 공격으로 코로나 국면을 헤쳐 나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5월 19일 WHO에 지원 중단과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중국으로부터의 독립 등 개혁을 요구했다. 중국은 같은 날 글로벌 방역 협력을 위한 5개 제안을 발표하면서 코로나 이후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의지를 표명했다. WHO를 축으로 미중 갈등이 표면화되고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문재인 정권은 미중의 갈등 국면 속에서 코로나 19 이후를 대비하기는커녕 우려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5월 19일 우리나라는 WHO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우리나라가 집행이사국으로서 WHO를 독립적이고 신뢰받는 기구로 개혁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새로운 글로벌 무역질서에서 낙오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5월 15일 미국의 특정 기술을 사용하는 외국 기업도 화웨이와 거래를 할 경우 승인을 받도록 제재를 강화했다.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따라서 우리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 시안을 방문한 것도 현재 상황에 대한 삼성의 고민이 보이는 대목이다.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에서 다음 행보는 문재인 정권의 태도에 달려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에만 의존하는 공급 체제의 위험이 드러났다. 중국은 인건비 상승과 기술이전 요구로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우리와의 협력적 관계에서 경쟁적 관계로 변하고 있다.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은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유럽에서도 탈중국의 분위기가 읽힌다. 코로나 19 이후 미국 중심의 글로벌 질서가 강화되면, 일본과 영국은 물론이고 EU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

반일 정책을 강화하거나 원칙 없는 친중 행보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미국이 중국과 거래를 끊는 순간 우리의 수출 경로는 막힌다. 새로운 공급 사슬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도 글로벌 공급사슬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부는 냉철한 판단으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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