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백화점업계가 신성장동력으로 '화장품'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주요 코스메틱 업체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백화점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운 자체 브랜드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들은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고 스킨케어를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2일 스킨케어 브랜드 '오노마'를 론칭하며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브랜드 기획부터 제조까지 신세계가 진행한 '100% 자체 브랜드'다. 3만~5만원대 스킨케어 에센스 6종으로 기초 화장품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앞서 뷰티 편집숍 '시코르'를 론칭해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자신감이 붙은 신세계가 본격적으로 'K-뷰티' 시장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현대백화점도 패션 계열사 한섬을 통해 화장품 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섬 역시 클린젠의 특허기술을 이용한 프리미엄 스킨케어 제품을 내년 초에 우선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성장으로 한계에 부딪힌 백화점들이 자체 브랜드 제품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찾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 사업의 핵심인 임대수수료 구조가 온라인 쇼핑 시장의 활성화로 흔들리면서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자체 브랜드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로드샵으로 대표되는 중저가 화장품이 시장을 점령했던 시기가 지나고 더마코스메틱·코스메슈티컬 등 기능성을 강조한 고가 제품들이 트렌드로 떠오른 것도 백화점들이 코스메틱 시장을 낙점한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백화점이 가진 '프리미엄' 이미지를 그대로 브랜드에 투영해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타임, 마인 등 기존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운영을 통해 쌓아온 한섬의 고품격 이미지를 화장품 사업에서도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며 "코스메슈티컬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브랜드의 숙제인 판로 확보에도 유리한 면이 있다. 프리미엄 화장품의 주요 판로가 백화점과 면세점 등의 자체 채널이기 때문이다. 실제 신세계백화점 역시 오노마를 자체 편집숍 시코르와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면세점 등에서 우선적으로 판매하며 현대백화점도 백화점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후 온라인·면세점으로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색조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경향이 강한 스킨케어 시장에서 비전문기업의 브랜드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시선도 있다. 출시 초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다면 지난 2016년 야심차게 론칭했다가 반응 없이 철수한 롯데백화점 '엘앤코스'의 뒤를 따를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시코르 등 관련 사업을 운영해 왔다는 점, 현대백화점은 자체 제작이 아닌 전문 기업 인수를 통한 시장 진출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안전장치는 있다"면서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코스메틱 시장에 백화점의 네임밸류만 믿고 시장에 진입한다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백화점업계가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백화점이 출시하는 스킨케어 브랜드 '오노마' 제품. <신세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