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과학은 `과학적`이어야 한다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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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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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과학은 `과학적`이어야 한다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작년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현재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이 적용된 정부의 시의적절한 정책과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준수로 코로나19에 훌륭히 대처하고 있다. 이른바 '뉴노멀 시대'라고 명명한 코로나19 이후 우리들의 생활방식 변화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컨택트'(Contact, 대면) 문화를 지닌 우리가 어떻게 '언택트'(Untact, 비대면) 문화로 자연스럽게 옮겨갈 수 있는지도 주목해서 지켜볼 부분이다.

미국 잡지 '더 뉴요커'(The New Yorker)의 논설위원 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ecki)는 2005년 발간한 그의 저서 '대중의 지혜'에서 "평범한 다수가 탁월한 소수보다 현명하다"라는 언급을 통해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의 선거는 집단지성의 표출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제너럴 일렉트릭(GE)를 이끌었던 잭 웰치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같은 탁월한 기업 CEO의 출현과 이들의 리더십으로 성장한 글로벌 기업의 이면에 자리잡은 엘리트 주도의 효율적 성장과 확연히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렇듯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인식하는 경제학적 관점과 대중에 대한 시선을 담은 정치적 관점은 서로 그 우선가치가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경제와 정치에 있어서 그 우선가치를 서로 존중해주는 것과 달리, 과학은 과학 그 자체의 근거와 해석을 독립적으로 존중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과학이야말로, 온전하게 '과학적'(科學的)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가속기 부지선정평가위는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우선협상지역으로 충북 청주(오창)를 선정, 발표하였다. 방사광가속기 사업에 지자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이유는 분명하다. 이 사업을 유치하면 해당 지역에 막대한 경제적 효과와 더불어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방사광가속기는 1조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된 대형국책사업이며, 고도의 정교한 장비로서 설비 구축에 작은 오차나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필자는 자성 신소재를 이용한 반도체 연구를 수행하면서 미국 버클리대의 ALS, 독일 베를린에 있는 BESSY, 스위스 SLS 가속기를 주기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 시설들은 전 세계 연구자들로부터 연구제안서를 받아 그 필요성이 인정되면 국적에 상관없이 무료로 가속기를 사용할 수 있기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활용도가 높은 이들 가속기 보유 연구기관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모두 지질학적으로 단일 암반 위에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하기 위해 수 킬로미터(km) 길이의 초고진공 튜브를 설치하는데, 지질구조가 취약하면 정밀도가 뒤틀려 안정적 운영이 어렵게 된다. 따라서 거대시설인 가속기를 설치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은 지질학적 구조다.

둘째, 가속기 운영인력의 전문성과 자부심이 매우 높다. 세계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가속기들은 연구자가 원하는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최적의 설비 조건을 유지하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적 선도연구에 공동으로 참여한다. 즉, 가속기를 단순히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하여 선제적이고 더 풍부한 연구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셋째, 국가나 지자체로부터의 간섭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다. 선진국들의 가속기 운영실태를 보면 실제적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부분 국가에서 운영비를 제공할 뿐, 철저히 독립적으로 연구수요 중심으로 운영된다. 즉, 국가의 정치적인 개입이 최대한 배제돼 가속기가 운영되고 있다.

결국, 가속기 설치에 사실상 가장 중요한 부분들이 공통점으로 발견된다.

과학은 가장 과학적으로 판단돼야 한다. 위 공통점을 바탕으로 이번 청주에 설치될 방사광가속기에 큰 활약을 기대한다. 국내 많은 연구자들은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본인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데에 한껏 고무돼 뜨거운 관심을 갖고 선정과정을 지켜보았다. 이번 부지 선정 및 향후 활용에 있어 과학적 판단들이 지속적으로 고수되길 조심스레 부탁드린다. 막대한 경제적 이익효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국내 과학계의 훈풍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과학에 그 어떤 것도 개입돼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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