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K헬스` 리쇼어링 바람에 올라타라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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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칼럼] `K헬스` 리쇼어링 바람에 올라타라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시장에 내버려뒀거나 시장원리를 무시했거나….

원인은 180도 다르지만 미국과 유럽의 의료·방역체계는 결과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대처에 실패했다. 미국은 시장에 맡겼다가 필수적인 국가 인프라마저 갖추지 못했고, 유럽은 공공의료 의존도가 높지만 경쟁력을 키워내지 못했다.

코로나19가 남긴 또 하나의 교훈은 진단키트 같은 첨단기술이 있어도 의료용 장갑, 면봉, 가운 같은 단순한 용품 부족으로 의료·방역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실제로 검사키트보다, 환자의 몸에서 분비물을 채취하는 10센트 짜리 의료면봉이 부족해 진단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탈리아 기업이 세계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한 중소기업이 의료면봉을 생산해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대부분의 국가가 면봉 대란을 겪었지만 자체 수요를 충당하고 수출까지 했다. 면봉, 라텍스 장갑 같은 평범한 도구가 없었으면 드라이브스루 등 새로운 시도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반면 의료기기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조차 의료진이 세탁소 비닐이나 쓰레기봉투로 가운을 만들어 입을 정도로, '사소한' 물품 부족이 세계 각국의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 위기에 한국이 선방한 것은 국가·사회·산업 경쟁력이 함께 뒷받침한 덕분이다. 세계적으로 드문 국가 건강보험체계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확충한 방역체계, 반도체·철강 등에서 쌓은 제조경쟁력, 바이오·ICT산업을 뒷받침하는 벤처정신이 마치 사전 연습한 것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실력을 발휘했다. 원가경쟁에 밀려 주력산업에서 밀려났지만, 섬유·의복 등 전통제조업 DNA도 역할을 했다. 탄탄한 ICT 인프라도 숨은 공신이다.

팬데믹을 계기로 '리쇼어링'이 키워드로 부상한 가운데, 코로나19로 증명한 경쟁력을 결합해 '리쇼어링 역발상' 전략을 펼 것을 제안한다. 다양한 산업군 중에서도 자국 의료산업 기반 만들기가 세계 각국에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필수 장비와 용품, 의약품을 자국에서 조달해 또 다른 팬데믹 상황에서 내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 수준인 의료용품 자국 내 생산비중을 4~5년 내에 30%까지 올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카타르 역시 병원 시설과 의료인력, 제조산업 기반 부족을 타개할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의료기기 수요가 커졌지만 자체 인력과 생산능력이 부족한 베트남 정부는 과도한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일본 미국 유럽 기업들이 베트남을 제조 및 수출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진출하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들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의료산업 체계를 되돌아보고 있다.

마스크나 면봉, 의료가운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의 문을 두드린 각국 정부는 건강보험시스템과 보험수가체계, 세계적인 수준인 의료·제조 노하우, ICT·바이오 경쟁력 전체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들의 의료산업 재건전략에 필요한 요소들을 갖췄기 때문이다. 시장이 작고 임금수준이 높은 우리나라가 리쇼어링에서 얻는 효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세계 각국의 리쇼어링 전략에 올라타서 그들의 파트너가 되는 것이 더 파괴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MS가 최근 의료산업 전용 클라우드 출시를 예고한 것을 비롯, 글로벌 IT기업들은 디지털 플랫폼의 힘을 의료분야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시작했다. 늦기 전에 의료·ICT·제조를 결합한 글로벌 진출전략을 세워야 한다. 복지부부터 산업부, 과기정통부 등이 참여하는 '리쇼어링 역발상 태스크포스'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우리 기업이 제조 인프라와 인력, 설비를 갖고 세계 곳곳으로 거점을 넓히면 리쇼어링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국경을 뛰어넘은 'KGVC'(코리아·글로벌 공급망)는 또 다른 위기상황에 강력한 방어시스템 역할도 할 것이다.

리쇼어링, 끌려가지 말고 올라타는 게 답이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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