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 환자간 비대면서비스 논의 속도
동네의원 최다… 종합병원·대학병원 順
강원도, 이달말 원격의료 2차 실증사업
인식개선 효과로 참여병원 8개로 늘어
병협, 반대 입장서 도입 논의로 진일보
의협은 "환자 쏠림·의료 질 하락" 반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의사-환자간 비대면의료(원격의료)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정부가 방역 대책의 하나로, 지난 2월24일부터 전화상담·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가운데, 장기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전화 상담·처방을 받은 건수가 지난 10일까지 26만2121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에서 이뤄진 전화진료가 10만62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종합병원이 7만6101건, 대형 대학병원이 4만892건이었다.
코로나19와 같이 감염 위험이 큰 상황에서는 전화진료가 환자들의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참여부족으로 난항을 겪던 강원도 규제자유특구 원격의료 실증사업도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큰 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개뿐이던 참여 병원이 코로나19 이후 8개로 증가한 상태다. 이들 병원은 이달 말부터 원격의료 실증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1차 병원으로 한림의원 등 7곳과 전문기업 2곳(라이프시맨틱스, 건강마당), 대학 4개교(강원대·강릉원주대·연세대·한림대 산학협력단)가 강원 디지털헬스케어 특구의 사업자로 추가 지정됐다.
강원도와 강원테크노파크는 이달 말 2차 실증사업으로 산간벽지에 거주하는 고령·만성질환자에 대한 원격의료 실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례신청 기업인 휴레이포지티브, 유비플러스가 고혈압, 당뇨 환자 대상 원격진단·처방 솔루션의 효과를 점검한다.
청와대를 시작으로 최근 주요 정부부처 관계자들도 원격의료 규제 완화를 시사하고 나섰다.
특히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시행한 조치들은 비대면 의료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기재부도 비대면 의료(원격의료) 도입에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시행 중인 비대면 의료 시범사업, 한시적으로 도입한 시범사업 확대를 위한 인프라 보강 등이 한국판 뉴딜 10대 중점과제 중 하나로 구체화하고 있다"며 "다만 본격적인 비대면 의료를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 등 법·제도 측면의 기반이 필요하므로 21대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격의료 도입을 아예 터부시하던 의료계도 내부적으로 의견수렴 작업을 진행중이다. 3000여개 병원을 대변하는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21일 60여명의 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이사회를 열고 '비대면 서비스 도입 논의'를 벌였다. 협회는 논의를 통해 비대면 의료 서비스 제도화와 관련한 입장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협회는 지난 2018년 비대면 의료 서비스 도입에 부정적이면서도 "원격의료 허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초진환자는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대상환자와 질환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동네의원 의사 등 민간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원격의료 도입에 결사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 도입을 막기 위해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협회 최대집 회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코로나19 혼란기를 틈타 원격의료를 강행한다면 의협은 '극단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원격의료 도입으로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병·의원의 도산, 의료 질 하락 등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게 의사협회 측 주장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원격의료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수차례 상정돼 왔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20여년 넘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