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학길 칼럼] `정부주도형` 도덕적 해이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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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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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학길 칼럼] `정부주도형` 도덕적 해이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국가 주도의 대규모 투자로 경기 활성화를 꾀하는 '한국형 뉴딜'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1929년 대공황 당시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시켰던 뉴딜정책과 유사한 대대적인 공공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 정책이라는 일회성 경기회복 정책으로는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전 세계적 경기 침체를 근본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없다는 인식 하에 대규모 재난투자 정책을 구상한 것은 시의적절한 정책 전환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규모 한국형 뉴딜정책은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방만하게 운영되어온 공기업과 이미 부실화되어 재생이 어려운 대기업들의 도덕적 해이 상태(moral hazard)를 극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민간기업이나 가계부문에서 궁극적으로 정부가 부채도 탕감해주고 먹고사는 문제까지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와 확신 하에 가계, 기업, 공공기관 등이 리스크 관리를 일부러 소홀히 할 수 있다. 또한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 즉 종업원이나 구성원들이 공기업이나 사기업의 이익이나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개인들의 사적이익 극대화에 매달리는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한국형 뉴딜정책에 필요한 천문학적 자금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해서는 안된다.

저금리 체제 하에 있는 대규모의 민간 부동자금을 시장금리보다 1% 포인트 또는 2% 포인트 높은 이율의 산업금융채권을 발행하고, 정부는 예산으로 금리격차를 보전해주는 민간주도형 한국형 뉴딜정책의 운용방안을 모색해야 수혜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나 대리인 문제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한국형 뉴딜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자금조달 계획을 포함한 제도와 여건의 확충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선·후진국을 망라하는 모든 나라는 어떻게 하면 코로나19가 자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최소화할 것인가에 고심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상당한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완전봉쇄 조치에서 부분봉쇄 조치로 이행할 수 밖에 없는 것도 더 이상의 완전봉쇄 조치를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미국·중국과의 수출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경기회복 전망 역시 아주 불투명해 상당한 기간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제의 경직적 운용, 공공부문 중심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들이 창출한 저성장 기조의 정착과 부산물적 정책 실패와 왜곡을 '코로나 블랙홀'에 묻어버리고 대규모의 정부 주도적 도덕적 해이 창출에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방역사례의 부분적 성공을 과대포장하고 향후 코로나19를 국면전환의 계기로 삼겠다는 환상적인 경제재건의 이미지만을 심어주고 있다.

돌이켜보면 코로나19 사태 전에 일련의 소득주도정책으로 자영업자들은 빈사상태로 내몰리고 있었고 청년실업은 끝없이 증가한 상태에 있었다. 일부 기간산업의 경우 잘못된 원전폐기 정책 등 에너지 정책으로 그동안의 기술 축적이 사장되면서 산업은행의 구제금융으로 연명하는 상태에 있다. 일부 조선·항공산업도 노조의 압력 등으로 한 번도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해보지 못했다.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한국형 뉴딜정책이 사회 전반의 도덕적 해이 상태를 재창출할 경우 중장기적인 경기회복의 전망은 극히 어두울 것이다. 무엇보다 4차산업에의 진입과 일자리 창출이 정부 주도 하의 도덕적 해이만을 양산하는 구조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형 뉴딜정책의 주체가 민간부문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와 집권당은 '총선 승리'와 '코로나 사태'에 안주하지 말고 지난 3년간 정책 실패에 대한 철저한 반성 위에 '민간 주도의 한국형 뉴딜정책'의 추진에 만전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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