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WHO에 `최후통첩`...국제공조 후폭풍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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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WHO에 `최후통첩`...국제공조 후폭풍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신(新)고립주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심상찮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둘러싸고 중국 책임론을 거세게 주장하는가 하면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해 자금 지원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최후통첩하며 회원국 탈퇴까지 시사해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미국의 '돌출 행보'가 국제적 단일 대응 전선에 균열을 초래, 미국의 고립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 실종과 맞물려 중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또다시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그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각국으로 퍼졌다며 "그들(중국)은 그것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뒀다"면서 중국은 바이러스가 미국을 포함한 다른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WHO에 대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관계를 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코로나19 대응의 최전방에 있는 주무 국제기구의 '돈줄'을 끊고 무력화시키는 조치여서 '조건부'이기는 하나 벌써부터 파장이 만만찮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농업 관련 행사에서 "우리는 여러분에게 마침내 공정하고 평평한 운동장을 제공하기 위해 심하게 부서진 무역 합의를 대체하기 위해 협상했다"며 "우리가 중국과 터프하게 협상을 시작했을 때 농부들은 중국의 표적이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수백억 달러의 관세를 거둬들였다"며 이 가운데서 2년 전 120억 달러, 그리고 그 이듬해 160억 달러를 농부들에게 돌려줬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에 '매우 고맙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대선 국면에서 팜 벨트 공략 차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 CNN방송은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WHO에 대한 압박에 대해 "이번 위협은 다양한 국제기구 및 조약에서 철수했던 트럼프의 그간 기록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3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국제적 공중보건 위기 와중에 미국 대통령이 이러한 최후통첩을 발표한 것은 더욱 놀랄만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제73차 세계보건총회(WHA)가 화상으로 개막한 날 '심야'에 트윗을 통해 이뤄졌다.

CNN은 WHO의 연례총회 첫날 일정이 끝난 후 이뤄진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을 국제무대에서 고립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WHO의 초청을 거부, 총회에 불참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WHO에 가한 위협대로 '실행'할 경우 미국과 전 세계가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단연 WHO에 지원하는 자금이 가장 많은 나라다.

지난해 미국은 WHO에 4억달러(약 49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했다. WHO 연간 예산의 15%에 이르는 규모다.

CNN에 따르면 지난 2018∼2019년 미국은 WHO에 8억9300만 달러를 지원했는데 이 가운데 2억3700만 달러가 의무적인 회비 차원이었고, 나머지 6억5600만 달러는 기부 형태였다고 한다. CNN은 미국의 기부 액수가 전세계 자발적 기부금의 14.67%를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실제 WHO에 대한 지원을 영구적으로 끊거나 기구에서 완전히 철수할 경우 WHO는 지원금의 상당 부분을 잃게 돼 타격이 불가피하다.

주요 보건 기구 및 구호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이러한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전날 팬데믹 극복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강조했다. 유럽연합(EU)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강력 비판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이 현실화할 경우 다른 나라들의 연쇄 탈퇴로 이어지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파리 기후 변화 협약 탈퇴를 선언했을 때처럼 대다수의 나라와 국제기구들의 반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CNN은 내다봤다.

이와 함께 WHO 자원에 대한 미국의 접근권과 운영 관련 발언권도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CNN은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도 "WHO 회원국들이 팬데믹에 대해 상의하는 와중에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은 국제적 차원에서 반발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특히 중국이 WHO에 3천만달러 추가 기부를 약속한 점 등을 거론하며 "이번 조치는 미국이 국제무대 내 영향력을 중국에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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