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가 용산에 미니신도시를 짓는 등 야심찬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먼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분양으로 공급되는 특성상 가입기간이 길어야 당첨이 유리한데 이렇게 되면 특정 계층만 당첨 혜택을 누리게 되어서다.
18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서울 지역의 15년 이상된 청약저축 가입자는 8만7525명으로 올해 1월과 비교해 7000명 이상 불어났다. 작년 4월 6만1605명과 비교하면 1년새 무려 2만6000명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내년 이맘 때쯤 15년 이상된 청약저축 가입자는 10만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장기 청약저축 가입자는 수도권과 지방 등 전국 곳곳에서도 확산세다. 현재 수도권 지역의 15년 이상 장기 청약저축 가입자는 15만2200명에 달한다.1년 전과 비교하면 4만명이 증가했다. 지방 5대 광역시 등도 지난 1년새 1만명 이상 장기 청약 가입자가 늘어나는 등 전국적으로도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청약 저축 기능이 있는 청약종합저축 가입자 등까지 합하면 전국적으로 공공분양 대기 수요는 엄청난 상황이다. 올해 4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청약저축, 청약예금·부금) 가입자 수는 2604만9813명으로 2600만명을 돌파했다. 우리 국민 절반은 청약통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공급 대책이 이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공분양은 청약저축 납입 금액이 많을수록 당첨에 유리하다. 최근 서울 지역의 당첨자를 살펴보면 최소 17년 이상은 꾸준히 청약저축을 해왔어야하는데 청년층은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다. 청년층을 제외하고도 넘치는 수요로 정부의 규제에도 청약 시장은 과열 양상이다. 청약 규제가 강화된 서울은 물론이고 8월 분양권 전매가 전면 금지되는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까지 새 아파트 청약에 수만명이 몰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용산 정비창 부지 일대는 하루에 경매가 진행되는 주택 매물 4건 중 3건이 낙찰되는 등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적 성격이 짙은 용산 정비창 부지를 두고 벌써 논란이 많은 것은 개발 뒤 엄청난 이익이 발생할 것이란 전제가 깔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성규 연구위원은 "(용산 주민들) 지역 우선권을 주느냐 우선 물량을 배정하느냐에 함몰될 게 아니라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개발 이익이 전혀 당첨자에 귀속되지 못하도록 제도를 수정하는 것부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국토부가 5·6 수도권 주택 공급대책을 통해 서울 도심 유휴부지 18곳을 개발해 주택 1만5446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진은 8000가구의 미니신도시급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서울 중심부인 용산역 정비창 부지 전경.<연합뉴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등록된 올해 4월 기준 서울 등 수도권 15년 이상 청약저축 가입자 현황 표.<한국감정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