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MBC 수신료 요구 파문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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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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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MBC 수신료 요구 파문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MBC는 공영방송일까, 민영방송일까?' 케케묵은 MBC 정체성 논란이 최근 수면위로 떠올랐다. 박성제 MBC사장은 지난 7일 한국방송협회 주최의 웹 콜로키움에서 "MBC도 공영방송의 성격이 있는 만큼 KBS와 EBS처럼 수신료 등 공적재원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MBC 역시 공직선거법, 정당법 등에선 공영방송으로 분류되지만 공적재원 관련 정책에서는 민영방송의 범주에 포함돼 수신료 등 공적재원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의 지적처럼 정부는 그동안 MBC에 대한 재정지원 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며 공적책무만을 요구해온 것은 사실이다.

MBC에 대한 TV수신료 지원은 수신료의 인상을 의미한다. 현재 국민들이 내는 가구당 월 2500원, 연 3만원의 수신료는 EBS 몫(3%)을 제외한 나머지가 KBS에게 지원된다. MBC의 수신료 요구는 KBS와 EBS의 반발을 살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MBC의 수신료 지원은 기존 KBS와 EBS의 몫을 뺏는 것이 아니라, 수신료 인상을 통해서 KBS와 EBS에게 '기존 수신료+알파'를 보장해주고 나머지에서 자신들의 몫을 챙기겠다는 논리로 보인다. 연간 3만원의 수신료는 작은 돈이 아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실제 영국의 13%에 불과하다. 영국은 공영방송 BBC를 위해 가구당 157.50 파운드(한화 23만원)의 연간 수신료를 부과하고 있다. 또 월 9500원에 달하는 넷플릭스의 월 이용료에 비해서도 턱 없이 낮다. 더구나 수신료는 40년째 2500원에 묶여 있으니,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수신료 인상은 국회 승인 사항이다. 그래서 21대 국회에서 180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의지가 중요하다. 어쩌면 진보성향의 현 MBC 경영진으로서는 여당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겼을 수 있다.

MBC의 수신료 지원 요구는 현재 MBC가 처한 위기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MBC는 지난 2018년 1237억원, 2019년 966억원 등 최근 2년 동안 2200억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광고시장이 위축되면서 적자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때 드라마 왕국, 예능 왕국으로 불렸던 MBC는 그동안 광고 걱정 없이 회사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최근 MBC의 드라마나 예능은 예전만 못하다. 후발주자인 종편과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올 상반기의 경우, 드라마로는 jTBC의 '부부의 세계'가, 예능으로는 TV조선의 '미스터 트롯'이 최고의 상품으로 꼽힌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인터넷 기반의 OTT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지상파 방송사 MBC가 설 자리는 더 좁아지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과 콘텐츠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우선이다. 하지만 MBC노조위원장 출신인 박 사장으로서는 경영위기를 이유로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카드를 꺼내기도, 종편채널 및 글로벌 미디어와의 경쟁을 이유로 상업적 콘텐츠를 강화하자는 주장도 어색할 것이다. 그렇기에 공영성 강화라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울타리는 일시적으로 경영에 도움이 되겠지만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결코 승리를 보장하지 못한다.

방송은 국민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매체다. 우리 문화와 정서를 반영하는 방송콘텐츠 제작은 국민주권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많은 국민들은 TV수신료 인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한다. 무엇보다 내는 돈만큼 TV콘텐츠가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공영방송 KBS의 정치적 편파성에 대한 지적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MBC마저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수신료를 꺼내가겠다고 한다면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현 시점에서는 수신료 지원 논의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개선에 대한 논의가 더 시급하다. 대통령이 KBS 이사를, 방송통신위원회가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임명하는 현 시스템은 정치적 외풍에 너무 취약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와 MBC는 정치적 편파성 논란에 휘말려왔다. 그렇기에 정권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된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 현 상황에서 MBC에 대한 수신료 지원은 오히려 권력의 간섭을 정당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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