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칼럼] 비용은 아끼고 안전을 확보하자?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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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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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칼럼] 비용은 아끼고 안전을 확보하자?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이천에서 창고를 짓는데 우레탄 폼을 넣은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다가 화재사고가 나서 많은 귀중한 생명을 잃는 일이 또 벌어졌다. 당장 사용을 금지해 버렸으면 좋겠는데 비슷한 사고가 계속되는데도 그러지 못하는 것을 보면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가스 사고가 생겼다고 해서 가스를 쓰지 말자고 할 수는 없는 것과 같겠지만 재발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관리감독 책임까지 엄중하게 규명"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는 한두 번이 아니다.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뻔하다. 경쟁입찰을 통해서 빠듯한 금액에 공사를 딴 후 조금이라도 이익을 더 남기려면 공기를 단축해서 장비와 사람을 덜 쓰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행태는 책임 범위를 원청 사업자까지 확대하고 처벌 수위를 가혹할 정도로 높인다고 해서 쉽게 뿌리뽑을 수 없다. 감리인의 책임을 확대, 강화해도 그 역시 일감을 따야 하는 처지라 효과가 클 것 같지 않다. 큰 안전사고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면허를 박탈함은 물론 다른 회사를 만들지도, 취직을 하지도 못하게 하는 강수를 두지 않는 한 사업자에 대한 처벌은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다.

공사 수익과는 무관한 당국에 의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번에도 안전보건공단이 시공업체에 대해서 6차례에 걸쳐 문제를 지적, 시정을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직원을 많이 늘렸는데 안전 감독 부서를 강화하고, 사고 위험이 큰데 시정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공사를 중단 시킬 수 있는 권한도 주어야 할 것이다.

책임 추궁보다는 응분의 안전 비용을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안전은 공짜일 수 없다. 코비드19에 대처하기 위한 2차 추경 편성과정에서 국채발행을 최소화 해야 하는 재정 당국은 기존 예산을 삭감할 수 밖에 없었는데, 집단 에너지시설의 노후 배관 교체비 같은 안전관련 예산이 4000억원 정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모든 시설의 설계수명에는 상당한 여유가 있어서 교체를 한 해 미루어도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바람직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무리를 하지 않아도 적정한 수준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요금을 책정해서 안전 관련 유지관리비를 제대로 지출할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늘 '서민 생계비 부담 경감'의 타갓이 되는 교통요금은 우리나라에서는 사업이 겨우 유지될 정도로 억누르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다. 사기업은 물론 공기업도 경영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요금을 억누르면 충분한 안전 비용을 지출하기는 어렵게 된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은 안전사고가 일어날 개연성을 줄이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뿐, 마지막 순간 안전사고를 막아내는 것은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의 안전 의식이고 행동이다. 유증기가 가득 찬 실내에서 환기도 하지 않고 불꽃이 튀는 용접작업을 하는 것은 주유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이라는 것은 안전교육을 받지 않아도 상식으로 알 수 있는 일 아닌가? 그런 위험을 보고도 하루 일당이 아쉽고 다음 날 인력시장에서 또 뽑혀서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항의나 시정 요구도 못하고 일을 했을 것으로 짐작이 되기 때문에 더 가슴이 아프다. 공사를 중단 시키면 그날 현장에 있는 동료들의 일당까지 다 날릴 수도 있으니 쉬운 일이 아니다.

근로자들에게 안전 미확보를 이유로 집단으로 작업을 거부할 권리를 주고 이런 경우 일당을 보장하게 해 보았으면 좋겠다. 동료들의 눈총을 받아가면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현장을 고발한 사람에게는 일년 치의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의 파격적인 포상을 해 주자. 현장 작업자가 아닌 제 3자도 안전수칙 위반 현장을 고발하면 과감한 포상을 하자. 관리 감독자에 대한 처벌 강화보다는 규제라는 비판을 받을 염려도 적다. 한때 교통 위반 현장의 사진을 찍어 제출하면 보상을 주는 카파라치 제도가 시행된 적이 있는데 훨씬 더 위험한 작업장에 대한 고발은 당연히 더 크게 포상해야 할 것이다. 양대 노총은 안전 고발팀을 운영해야 한다. 노조에게 근로자들의 목숨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 외에 뭐가 있겠는가?마지막으로 재난 시 대처 요령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해난사고 자체는 피할 수 없었다 치더라도 그 많은 학생들의 희생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가슴이 미어지는 세월호 사건을 돌이켜 보자. 배가 위험에 처할 때 무조건 갑판으로 뛰쳐나가야 한다. 선실이 있는 큰 배들의 경우에는 복도와 선실에 물이 차기 시작하면 탈출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탈출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구명 조끼는 물에 뛰어들기 직전에 입어야 한다. 배가 침몰할 것으로 판단되면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어서 배에서 최대한 멀어져서 침몰 시 생기는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한다. 이것이 필자가 알고 있는 얼마 되지 않는 해난 사고와 관련한 안전 수칙이다.

당시 사고 해역은 가까이에 배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바다에 떠 있기만 하면 다 구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담배를 피우러 갑판에 나가 있었던 학생들은 다 살았다고 들었다. 선실 안에 있던 그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 중에서 "선실 내에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는 선장의 지시는 틀렸다, 밖으로 나가야 된다"라고 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은 배를 타고 단체 여행을 떠나면서 아무도 해난 사고의 기본 수칙을 알아보지도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렇게 단순히 재난 대처 요령을 몰라서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일을 없애려면 안전에 대한 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어차피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 재확인한 것처럼 지식의 전달은 학교보다 더 비교우위가 있는 방법이 즐비하다. 학교는 이제 안전 교육과 인성 교육 등 학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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