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코로나에 몰락한 골목… "재난지원금, 겨우 진통제 놔준 꼴"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코로나發 쇼크 소상공·자영업자 치명타… 휴업·휴직 사업장 7배 늘어난 1만218곳
수십일 장사 못해 빚더미 앉은 이들도… "이미 발 들여놓아 접지 못하고 있을 뿐"
대형마트 급습·프랜차이즈發 젠트리피케이션 이은 위기… 정부 차원 특단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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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코로나에 몰락한 골목… "재난지원금, 겨우 진통제 놔준 꼴"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골목 상가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각종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골목상권을 살리는 유효한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디지털타임스 연중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취재진이 방문한 경기도의 한 전통시장에서 손님 없는 가게를 지키고 있는 한 상인의 모습.

이슬기기자 9904sul@


임대료·코로나에 몰락한 골목… "재난지원금, 겨우 진통제 놔준 꼴"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코로나19는 겨우 숨 쉬던 골목상권의 목을 졸랐습니다. 가게 문도 겨우 열 정도니 할 말 다했지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골목 상가의 상인들은 이렇게 한 숨을 내쉬었다. 정부는 각종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 골목상권을 살리는 유효한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골목상가는 대부분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이들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몇 달 장사를 못하면 그만큼 빚이 쌓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최근 재난지원금으로 반짝 고객이 늘었다. 하지만 '엄엄일식'(奄奄一息; 겨우 숨이 붙어 있는)의 골목 상권에 겨우 진통제 한 방을 놔준 꼴이다. 필요한 것은 골목상권 자체를 건강하게 만들어줄 근본적 대책이다.

무엇보다 골목상권은 그 자체가 산업화 속에 벼랑 끝으로 내몰려왔다.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가 골목상권을 잠식했으며 골목상권이 뜨면 젠트리피케이션이 판쳤다.

무엇보다 이번 코로나19의 엄습은 그동안의 그 어떤 적보다 무섭고 혹독했다. 그 피해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타임스가 만난 한 상인은 "돌아보면 '왜 이 짓을 하나' 싶다"고 했다. "이미 발을 들여 접지 못해 이어가는 것"이라는 한탄이었다. 정말 이들에게 근본적인 희망을 안겨줄 대책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디지털타임스가 골목상권의 비애를 다시 한 번 살펴봤다.

◇대형마트·프랜차이즈의 '급습'= 해방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전통시장은 서울·경기 수도권은 물론 충청도·전라도·강원도 등 각 지역 상업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각 지자체가 상설재래시장 개설 승인을 하는 등 전통시장을 육성하고 다양한 업종의 상인들이 몰리면서 1960년대에서 1980년대는 그야말로 전통시장의 '전성기'였다.

상황은 대형마트가 등장하면서 반전됐다. 대형마트가 도입된 1990년대부터 전통시장은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기업 자본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대형마트는 전통시장은 물론 지역경제를 흡수했다. 소비자들도 좀 더 편리한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렸다.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전통시장의 몰락에 대해 "시장의 잘못도 있다"고 말한다. 당시 일부 상인들은 대형마트로 인해 매출이 급격히 줄자 수수료를 핑계로 카드결제를 거부하거나 아예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기도 했다. 늦은 밤까지 영업하는 대형마트에 비해 영업시간도 짧았다. 소비자들은 퇴근 후 또는 주말에 장을 보고 싶어했지만, 전통시장은 출근 시간에 문을 열고 퇴근 시간이면 닫았다. 대형마트의 편의성이 전통시장의 불편함을 압도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전통시장을 찾지 않았다.

◇'핫한' 상권에 찾아온 젠트리피케이션= '골목상권'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개념이다. 강기춘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의 정의에 따르면 골목상권은 지역 경제를 중심으로 형성된 '주민밀착형' 사업을 의미한다. 동네 슈퍼마켓을 포함해 동네 음식점, 동네 카페 등 대형마트·프랜차이즈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 소상공인들이 포함된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골목상권은 각 점포들의 '프랜차이즈화'로 잠식 위기에 처했다. 1990년대 이후 도입된 프랜차이즈 체인 방식은 대형 체인회사와 가맹점의 계약을 통해 전국 곳곳 골목상권 속으로 침투했다. 동네 슈퍼나 음식업 등 지역 경제에 밀착해있던 영세소매업은 무방비 상태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골목상권이 빛을 본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붐이 일면서다. 2000년대 이후 스마트폰과 SNS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이 재편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무조건 가까운 곳' 또는 '지하철역 근처' 등 접근성으로 소비할 곳을 정하지 않게 됐다. SNS상에서 유명한 이른바 '뜨는 맛집'은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사람들이 줄을 섰다. SNS에 올리기 위해 음식이나 가게 사진을 찍는 행위는 전 세계 SNS세대들의 공통점으로 자리 잡았다.

SNS 열풍에 힘입어 골목상권이 뜨면서 '000길'이 유행한 것도 2010년대 들어서다. 이태원동·신사동·봉천동 등에는 '경리단길'·'가로수길'·'샤로수길'이란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동네가 '브랜드'가 된 셈이다. 이태원 '경리단길'은 전북 전주의 '객리단길', 경북 경주의 '황리단길' 등으로 전국적으로 퍼졌다.

지역의 낙후된 상권이 브랜드가 되자 그 지역에 위치한 시장들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전주의 객리단길이 뜨자 근처 전통시장인 전주남부시장도 함께 살아나게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주남부시장 상인들은 근처 객리단길·한옥마을 등 유명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야시장을 개장하고 시장을 다시 꾸몄다. 주말과 평일 인파를 합하면 전주남부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매주 최대 2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상권이 뜨자 임대료도 고공행진을 했다.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오히려 상권을 성행하게 만든 기존 주민과 상인들이 그곳을 떠나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다. 지난해 상가정보연구소의 통계 분석에 따르면 서울 홍대·합정 상권은 2018년 한 해 동안 임대료가 전년 대비 22.58% 상승했다. 이는 △잠실 상권(4.07%) △서울대입구역 상권(3.34%) △왕십리 상권(2.89%)에 비해 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임대료 상승을 못 견딘 상인들은 홍대를 떠났다.

◇코로나19로 '설상가상'= 코로나19는 안 그래도 어려운 골목상권을 완전히 혼수상태에 빠뜨리고 말았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번져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던 3월, 본지가 만났던 상인들은 "매출이 70~80% 줄었다"고 호소했다. 당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던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 대부분의 시장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직격탄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 경기체감지수(BSI)는 2월 41.5로 2001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초과하면 경기 호전,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전망한다는 의미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창궐했던 1월 말부터 3월 10일까지 휴업·휴직한 골목상권 사업장은 1만218개소로 작년 같은 기간 1514개소에 비해 약 7배에 달했다. 의류·가구 등 골목상권 주요 업종을 대상으로 한 한국경제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골목상권의 63.4%가 폐업할 것이라는 설문조사도 나왔다.

전통시장은 물론 골목상권 상인들은 그야말로 '치명타'를 입었다. 음식점에서는 아예 손님이 오지 않자 평소보다 적은 양의 재료·물품을 매입했음에도 팔리지 않는 재고들을 고스란히 버려야 했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았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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