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보호 침해 등 문제 다분
법 통과땐 디지털 망명 재현 우려
데이터센터 보호 관련 중복규제
해외CP 망사용료 관련법안 논란
"국내CP들이 입장 대변하는 꼴"
법 통과땐 디지털 망명 재현 우려
데이터센터 보호 관련 중복규제
해외CP 망사용료 관련법안 논란
"국내CP들이 입장 대변하는 꼴"
황병서기자 BShwang@
"20대 국회 임기 말, 인터넷 규제입법 졸속처리를 당장 중단하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체감규제포럼,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4개 단체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법사위에 상정된 규제법안의 통과를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업계가 국회 처리를 반대하고 있는 쟁점 법안은 'n번방 방지를 위한 IT기업 규제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데이터센터·클라우드 규제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 등이다. 이들은 국회 해당 상임위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법사위에 넘겨졌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헌법과 국회법에 따른 형식적, 절차적 요건을 위반하고 또한 법률에 규정해야 할 중요 사항을 모두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등 위헌적인 요소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n번방 방지법, '국민 메신저 사찰법'? = 인터넷 업계가 특히 문제가 크다고 보고 있는 쟁점법안은 n번방 사태 재현을 막기 위한 'n번방 방지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다. 업계는 이 법이 당장 통신비밀 규정을 위반한 문제투성이 법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은 카카오와 네이버 등 인터넷 사업자에 불법 음란물을 삭제하고 접속을 차단하는 등 유통 방지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 또는 형사 처벌에 처하도록 했다.
예컨대 지금까지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블로그의 비밀 메모장과 같은 개인적인 공간의 데이터는 모두 암호화된 채로 전송·저장돼 사업자가 마음대로 들여다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해당 법이 통과될 경우, 앞으로는 이같은 사적인 공간도 해당 사업자가 열어서 상시 검열을 해야만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지난 2014년 카카오톡 일부 사용자가 텔레그램 메신저로 옮겨갔던 '디지털 망명'을 재현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들단체는 앞서 지난 11일 정부에 전달한 질의서를 통해서도 "인터넷기업들은 사생활 보호·통신비밀 보호·표현의 자유·직업수행의 자유 등 헌법적 가치 침해와 사적 검열 논란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며 "불법 촬영물에 대한 유통방지 의무를 위해 이용자의 사적 공간에까지 기술적·관리적 조처를 하라는 것은 민간 사업자에 사적 검열을 강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보호라더니…'중복규제'? = 국가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포함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에 대해선 중복 규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는 방송통신재난으로 IDC가 작동하지 않아 디지털경제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가 소실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업계는 국가적인 비상사태에 대비해 국민의 안전보호 의무가 있는 대규모 기간통신사업자, 지상파방송사업자 등 주요 방송통신사업자에 민간 IDC를 운영하는 부가통신사업자까지 포함시키는 건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의 자원을 할당 받아 사업을 하는 기간통신사업자, 방송사업자와 민간 IDC는 역할과 의무가 다르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무임승차' 규제법, 인기협도 가세 = 지난 7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넷플릭스 관련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핵심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의 대형 CP들에도 원활한 통신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관리적·경제적·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통과되면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외에도 넷플릭스,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CP들도 '망 품질(망 안정성) 유지 의무'를 부과받게 된다.
인기협은 "통신사는 망품질 유지 및 적절한 투자 그리고 투명한 망비용 책정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망중립성 유지와 공정한 네트워크 질서를 견인해야 한다"며 "그러나 국회와 정부는 이용자보호, 국내·외 기업간 역차별 해소 및 글로벌 CP에 대한 대책이라고 표현하지만 결국 망중립성 원칙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법률 개정안을 논의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망사용료와 관련한 법안은 인터넷 사업자와 통신사간 논란이 크다. 통신 업계는 "국회에서 처리될 망사용료 관련법안은 해외 CP의 역차별을 차단하기 위한 법안"이라 면서 "국내 CP들이 해외 사업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반박했다. 실제 국내 CP인 네이버, 카카오 등은 각 통신사에 연간 수백억원 규모의 망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반면에 해외 CP들은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무임승차 하거나 초저가에 망을 이용하고 있다.
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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