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술, 건강·환경·식량·에너지 등 인류 4대 난제 해결 중추적 역할할 것
사스·메르스 통해 진단 기술 축적… 신속한 허가로 'K - 진단키트' 우수성 알려
동물 실험·임상 등 절차 간소화 논의 진행… 국가 지원·국민 지속적 관심 필요
韓 진단기술, 글로벌 인지도만으론 승승장구 못해… 가치사슬 만들어져야 성장
사스·메르스 통해 진단 기술 축적… 신속한 허가로 'K - 진단키트' 우수성 알려
동물 실험·임상 등 절차 간소화 논의 진행… 국가 지원·국민 지속적 관심 필요
韓 진단기술, 글로벌 인지도만으론 승승장구 못해… 가치사슬 만들어져야 성장
박동욱기자 fufus@
데스크가 묻는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계기로 바이오 기술은 인류가 안고 있는 4대 난제(건강·환경·식량·에너지) 해결과 국가 신성장동력을 위한 산업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코로나19 감염병처럼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형 문제 해결과 바이오 기업의 혁신성장을 돕는 선순환 구조의 바이오 혁신 생태계 조성에 생명연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원장은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인류와 국민적 염원이 큰 것처럼 국민생활문제 해결에 연구 수월성을 확보해 국민이 체감하는 대형성과 창출에 주력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2018년 7월 생명연 새 수장에 오른 김 원장은 취임 이후,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 보다는 바이오 분야의 특성을 고려해 장기간·안정적 지원을 위한 연구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미래혁신기술 선점과 국민생활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연구단'과 국가·사회현안 해결과 미래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BIG(Big Issue Group)사업', 바이오 벤처 창업 확대를 위한 'KRIBB 바이오 스타트업 부스터' 등이 그의 연구 철학을 반영해 탄생한 것들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생명연 역할과 국가·국민적 기대가 커져 연구자원과 인프라 등을 총동원해 코로나19 대응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김 원장은 "우리는 바이러스 기초연구부터 진단, 백신,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임상 연구까지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와 연구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코로나19 대응에도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임하고 있다"며 "이달 말 영장류 감염모델 개발을 통해 코로나19에 효능이 있는 약물을 도출하면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명연은 국내 유일의 영장류 감염실험이 가능한 'ABSL-3' 연구시설을 활용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후보물질의 효능평가를 지원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항체 진단을 통해 10분 만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신속 면역진단 키트'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전 세계가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개발이 절실하다 보니, 연구 과정에서 충분한 임상절차를 확보하거나 약물의 안정성 확보 여부에는 상대적으로 등한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과정에서 약물 안전성은 간과되는 것 같다"며 "임상시험역시 표준에 맞춰 제대로 설계·디자인하고,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니 보니 임상결과가 제각각 나오고 있다"며 속도에 치중한 치료제·백신 개발에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K-바이오'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에 긍정적으로 평가한 후 "우리가 바이오 산업에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높아진 인지도 못지 않게 바이오 산업 규모와 품질을 높여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산학연병 간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을 만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생명연의 대응 연구과 치료제·백신 개발 현황, 향후 바이오 강국 코리아로 나가기 위한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최경섭 ICT과학부장
-오는 7월이면 임기 2년째다. 취임 후 역점으로 추진한 과제는.
"취임 이후 바이오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우리가 장기적 관점에서 나아가야 할 '중장기 발전 방향'을 수립하고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여기에 생명연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립하는 'R&R'를 기반으로 기관운영계획과 연구사업계획도 만들어 임기 내 추진해야 목표와 달성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 확보와 국민 참여 소통 강화, 바이오 산업 생태계 활성화, 스마트 연구환경 구축 등 네 가지를 성과 목표로 마련한 만큼 남은 임기 동안 이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실행력을 높여 나가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그 어느때 보다 생명연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생명연은 바이오 분야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국내 유일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올해 창립 35주년을 맞았다. 취임하고 바이오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건강, 환경, 식량, 에너지 등 인류 4대 난제 해결과 세계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역할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국민들은 바이오 기술이 인류 4대 난제와 경제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맞춰 생명연은 인류 4대 난제 해결과 국가 경제·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 받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연구 수월성 확보를 통한 대형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벤처창업 확대를 통한 바이오산업 생태계 활성화, 국민생활문제 해결을 위한 바이오 기술 개발, 소통 활성화를 통한 조직문화 개선 등에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부문에서 연구원에서 진행중인 과제가 있는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에 대응하려면 국내 산학연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한 치료제와 백신 조기 개발이 절실하다.이를 위한 국가적 관리체계 확립도 중요하다. 생명연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내 치료제와 백신 개발 기업 지원을 위한 긴급 R&D(연구개발)와 중장기적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 등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임상 효능 검사를 위한 '영장류 코로나19 감염 동물모델 개발'과 동물 이용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ABSL3)을 활용한 '치료제·백신 후보물질의 효능 평가 지원',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 관련 진단기술 개발' 등에 주력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연구개발 지원사업의 결과물들은 언제쯤 나올지 고대하고 있다.
"우선, 영장류 코로나19 감염 동물모델 개발이 이달 말쯤 최종 완성된다. 지난 2월 말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샘플을 분양받아 배양과 증식, 정량화 등의 과정을 거쳐 개발중에 있다.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는 사람과 유전적으로 유사해 치료제와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에 가장 적합한 동물모델이다. 영장류 감염모델은 약물 재창출과 새로운 플랫폼 연구를 통해 확보한 코로나19 후보물질의 유효성 검증과 평가에 활용된다. 국내 산학연을 대상으로 사전 수요조사를 받아 17곳이 신청했으며, 이 중 3곳을 최종 선정했다. 3개 기관은 이 달말부터 18마리의 영장류 감염모델을 대상으로 실험에 착수한다. 감염모델 실험을 통해 유효성을 검증받은 후보물질은 곧바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로 이어져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영장류 감염시설인 'ABSL3'의 역할과 활용도 중요해보인다.
"우리 기관은 충북 오창과 전북 정읍 등 2곳에 동물을 이용한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인 'ABSL3' 시설을 갖추고 있다. 충북 오창 시설은 국내 유일의 영장류 감염실험이 가능한 곳이다. 이들 시설에서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발굴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후보물질의 효능 평가를 지원하게 된다. 특히 오창의 ABSL3 시설은 국내 유일의 영장류 활용 고병원성 감염병을 실험할 수 있는 곳이다. 정읍의 ABSL3 시설은 페럿(족제비) 감염모델을 만들어 유효성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국내 산학연을 대상으로 ABSL3 시설 활용에 대한 15건의 접수를 받아 지원 대상을 선정했고, 추가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도 추진중인 걸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사스, 메르스를 겪으면서 진단 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다른 나라에 비해 발빠른 대응과 정부의 신속한 허가 등을 거쳐, 'K-진단키트'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 높은 정확도와 신속한 진단 결과 제공으로 진단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진단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과 준비를 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선, 감염병 진단은 크게 분자진단과 면역진단으로 나뉜다. 현재 해외에 수출되는 우리의 진단키트는 PCR 장비를 통해 유전자를 여러 번 증폭시켜 감염 여부를 파악하는 '분자진단' 기술이다. 이와 달리 생명연은 면역진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항체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 결실을 맺어 코로나19 항체진단을 위한 항원 4종 개발에 성공했고, 국내 체외진단 기업 2곳에 항원을 제공하는 기술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항원을 제공받은 기업들은 이 달안으로 신속진단 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진단키트가 나오면 환자 혈액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생기는 항체를 10분 내 진단할 수 있다. 이처럼 항체진단기술은 분자진단과 함께 환자의 역학조사 뿐 아니라, 백신 비임상과 임상시험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서는 결국 치료제, 백신 개발이 중요하다. 국가 R&D 전략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코로나19는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집단 감염돼 자연적인 면역 생성을 유도하거나, 치료제나 백신 등 인공적 면역을 통해서만 종식될 수 있다. 지금은 감염자를 찾아내는 진단 단계를 넘어 치료제나 백신 개발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으며, 전 세계인의 관심도 치료제와 백신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있어 약효뿐 아니라,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을 간과해선 절대 안 된다. 우려스럽게도 지금은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대한 관심만 조명될 뿐, 전문가를 제외하곤 안전성 확보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코로나19에 대한 약물 유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보다 철저한 임상시험 설계와 수행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 감염병 대응 연구를 위한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 처럼 진단, 백신, 치료제가 없는 신·변종 감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해외 유입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이를 얼마나 선제적·효율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감염병 확산이 결정될 것이다. 아울러, 감염병은 바이러스 변이 등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어 이번 코로나19 대응을 통해 얻은 노하우와 연구개발 성과를 새로운 감염병 발병 시 적용 가능한 범용 기술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 작업이 절실하다. 가령, 코로나19 백신을 빠르게 만들기 위해 이미 개발된 백신 플랫폼에 새로 발굴한 유전물질을 추가하는 '플랫폼 테크놀로지'를 고려해 볼 만 하다. 감염병 대응을 위해 2017년 비영리 국제기구로 설립된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은 바이러스를 직접 다루는 전통 백신 제조 방법에서 탈피해 바이러스 유전물질을 기존 백신 플랫폼 기술에 접목하는 방법으로 백신 개발을 앞당기고 있다.백신 개발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플랫폼 테크놀로지'다. 향후 효율적인 감염병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 방향은 신규 감염병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 기술 확보와 이를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얼마나 잘 구축하고 있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바이오 연구 패러다임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는 '뉴 노멀' 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누구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 하나가 인류의 삶과 일상을 순식간에 바꿔 놓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가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알려주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강력한 감염병 발생 시 확산을 막기 위한 진단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체험하게 됐고,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보건의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는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일깨워줬다. 이로 인해, 국가 재난 대응 기술로 감염병 R&D가 새로운 국가적 아젠다로 주목받게 될 것이다. 바이러스 연구의 패러다임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앞으로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 증대, 다양한 원인에 의한 바이러스 변이 발생 및 감염 경로 다변화 등 사람, 동물, 환경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는 '원 헬스(One-Health) 기반의 통합적 연구로 바이러스 연구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방역 기관을 중심으로 사람, 가축, 야생동물로 나눠 개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이를 통합하는 '원 헬스' 기반의 통합적인 감염병 연구체계 확립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효과적인 방역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규제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동물실험이나 임상 등의 절차 간소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있어 약효는 물론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과학적 절차를 밟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또한 진단과 치료 분야의 감염병 대응 과학기술은 그동안 비교적 작은 시장성과 단발성 이슈에 그쳐 다른 바이오의약 기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 온 게 사실이다. 국가적으로 현재와 같이 감염병 연구에 대한 선제적 지원과 일반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아울러, 전 세계적 이슈 해결을 위한 국가 간 협력뿐 아니라, 민간과 공공의 협력 등 과학기술 혁신주체들의 유기적인 협력 구축도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기존의 개념과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사고의 유연성도 필요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이 상황이 급박해지자 세계의료제품 규제기관 정상회의(ICMRA)에서 백신 연구에 대한 동물실험(독성, 효능)을 기존에 확보한 전임상 데이터 등으로 대체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최근 미국 항체진단키트에 대한 최초 FDA 긴급 승인 처럼 생명에 대한 존엄성은 견지하면서 빠른 대처를 위한 기술개발과 이와 관련된 규제혁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K-바이오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바이오 업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가 있다면.
"진단기업 덕분에 우리의 우수한 진단기술이 전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았고, 글로벌 인지도도 높아졌다. 하지만 인지도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없다. 우리의 바이오 기술을 한 단계 향상시키고, 좁은 국내 바이오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한 가치사슬이 만들어져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이른바 '빅 파머(대형 제약사)'의 성공모델이 다수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병 간에 혁신주체들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바이오 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협업 체계가 필요하다. 생명연이 오픈 이노베이션의 핵심 플랫폼이 되도록 역할을 다할 것이다."
정리=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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