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20대 국회, 끝까지 인터넷경제 망칠 텐가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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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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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20대 국회, 끝까지 인터넷경제 망칠 텐가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좋은 정치는 권력을 통제하지만, 나쁜 정치는 국민을 통제한다고 한다. 대의제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의회의 입법권은 핵심적 기능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의원은 보통 사람들보다 탁월한 능력과 미덕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을 주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국회의원들은 그 탁월한 능력으로 국민을 그리고 국가경제를 옥죄는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정당한 절차나 국민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다.

특히 임기말의 졸속처리는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19대 국회는 임기말 임시국회에서만 129건을 통과시켰다. 17대와 18대에서 각각 41건과 63건을 통과시킨 것에 비하면 의원들이 갑자기 부지런해진 것인지, 충분한 논의 없이 생색내기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법안의 심의과정에서 드러난 절차 무시, 충분한 논의 회피 등의 행태를 비추어 볼 때 임기말 면피용 몰아치기라는 의구심을 피할 수 없다. 20대 국회 임기가 20여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7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법안 심사 과정은 누가 봐도 졸속이다. 70건의 법안이 상정되었는데 회의시간은 2시간이니, 1건당 통과시간이 2분에 불과한 셈이다.

법률에 의해 국가의 운명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엄격한 입법절차를 통해 법안의 통과에 신중을 기하도록 한 것이다. '입법예고'기간을 두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한 것이며, 전체회의 회부에 앞서 소관 상임위에서 심도 깊게 충분히 논의하는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이러한 원칙과 절차를 준수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이를 무시하고 있다. 지난 3월 5일 노웅래 위원장 직권으로 과방위 전체회의를 열어 12개 법안에 대하여 법안소위를 거치지 않고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결국 국회법상 절차 미준수 등의 이유로 도로 환부됐다.

5월 4일 이원욱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안정적 서비스제공의무,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강화 등 전 세계 유례 없는 각종 과중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 품질은 인터넷망과 관련된 기간통신역무에 대한 사항인데 이러한 의무를 부가통신사업자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지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성명서를 통해, 해당 법안들이 국내 인터넷 기업 발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법안들은 국회법상 입법예고도 거치지 않고 이틀만에 위원회에 회부되었다. 국회법 위반이다.

뿐만 아니라 '방송통신발전기본법(박선숙의원 대표발의안) 개정안'은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마치 국가의 특허사업자인 방송 및 기간통신사업자에 준하는 강력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국내 IDC산업에 큰 부담이며, 역시 거의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강력한 규제다. 이 법안 역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안 2소위에 끼워넣기식으로 삽입됐다. 5월 7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스스로도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비단 과방위만의 문제가 아니다. 6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역시 24개 법안을 불과 15분만에 처리했다. 대부분의 법안이 기업과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규제법안임을 감안할 때 이러한 졸속 통과는 심히 우려스럽다. 식물국회도 문제지만, 이런식으로 면피용 법안을 몰아 처리하는 졸속입법은 더 큰 문제다. 특히 과방위가 통과시키려는 인터넷 규제는 대부분 국내에만 존재하는 '고유한' 규제로 우리 기업에게만 과도한 부담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국경이 무의미한 인터넷 사업의 특성상 이러한 규제들이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심각하다. 빈약한 자원과 척박한 내수규모라는 우리 경제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인터넷 경제는 몇 안 되는 국력의 핵심 보루이다. 아직 기회는 있다. '면피 또는 실적 챙기기'를 위해 본회의 통과를 노리기 보다는 소관 상임위에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며 충분한 재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역사는 오히려 국민을 위해 신중을 다한 국회를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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