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칼럼] 뉴딜은 미국판 `소주성`이었다

박선호 편집국장 겸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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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 칼럼] 뉴딜은 미국판 `소주성`이었다
박선호 편집국장 겸 정경부장
"180석, 71%." 앞은 지난 '4·15' 총선의 결과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요, 뒤는 한국갤럽이 조사한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10일로 출범 3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성적표다. 2017년 5월 3째 주 리얼미터 조사 결과 국정 지지율은 81.6%, 여당 의석수는 123석이었다. 지지율은 소폭 떨어졌지만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높고 여당 의석수는 180석으로 압도적으로 늘었다.

다른 무엇보다 사회적 불안의 증폭 속에 'K방역'과 '재정살포' 정책의 약효가 주효한 덕이다. 불안할수록 뭔가 강한 대책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마구 쏟아 붓겠다고 하니 국민의 마음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찌 보면 현 정부의 높은 지지도에는 경제실정보다 경제 불안감만 고조시킨 일부 보수의 기여도 적지 않은 셈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한국판 뉴딜을 추진, 코로나 극복 역시 세계를 선도하겠다"고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뉴딜은 지난 1933년 3월 미국 경제 대공황을 이겨내기 위해 당대 민주당 대통령이던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실시한 대규모 재정동원 경기부양 정책이다.

흔히 테네시강 유역개발공사와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을 떠올리지만 뉴딜 정책은 금융, 산업과 사회 전반에 두루 영향을 끼쳤다. 1933년 3월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관리통화법을 제정, 통화에 대한 국가의 규제를 강화했다.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강화하고 최저임금과 최고노동시간에 대한 규정도 만들었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이라는 말을 꺼냈지만, 사실 미국 뉴딜 정책이 미국 판 '소주성'이었다.

'뉴딜'로 1936년 재선에 성공한 루즈벨트는 "부유한 사람을 더욱 부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보의 기준이다"라고 공언한다. 이 진보의 기준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와서는 '진보적 시장주의'로 자리 잡는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10월 "강자로부터 자유로운 시장"을 언급하면 정부가 나서 이 같은 시장을 구현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10일 문 대통령 연설에서 '고용보험의 획기적 확대'라는 발언은 어느 날 불쑥 나온 게 아니다. 모두 '소주성'과 그 뿌리가 같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우리가 목도했듯 소주성은 현실에서 습득기반(拾得其反)의 효과만 있을 뿐이다. 루즈벨트의 '뉴딜'은 그나마 시간을 두고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의 물가상승)이란 고통스런 결과로 이어졌지만 우리의 소주성은 너무도 빠르게 부작용만 보였을 뿐이다.

그런데 무엇이 이 '소주성 정권'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도록 만들었을까? 답은 역시 코로나19다. 우린 코로나 팬데믹 속에 선거를 치른 것만 스스로 대단하다 여겼지만, 국제 사회에서는 진작 코로나 팬데믹 사태 속 선거가 '과연 다수의 이성적 선택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지'가 논쟁거리였다. 외신에서 토비 제임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정치학 교수는 "팬데믹 사태 속에서는 선거를 치르는 것이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고까지 지적했다. 우려는 크게 세 가지였다. 투표율 하락, 팬데믹 이슈로 몰입, 후보의 선거 캠페인 부실 등이었다.

'4·15 총선' 투표율은 낮지 않았지만 나머지 우려는 그대로 현실화됐다 싶다. 미래통합당 패배 못지않은 정의당의 패배가 강력한 증거다. 이제 와서 되돌릴 수 없는 일이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공룡 여당과 정부가 마치 신에게 '죄의 사함'이라도 받은 양 이미 실패한 이념 정책들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개헌' 이야기마저 솔솔 나온다. 기축통화국이며 세계 경찰인 미국과 우리의 처지가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마저 의문이다.

정부가 하겠다고 발표한 정책 리스트가 '4·15 총선' 비례정당 투표용지처럼 긴데 지난 1분기 벌써 55조 원 국가재정이 펑크가 났다. 코로나 청구서는 반드시 국민에게 되돌아오게 돼 있다. 루즈벨트의 '뉴딜'이 증명하듯 정부지출의 대가는 언제나 국민의 세금이었다.

박선호 편집국장 겸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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