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의 대출 규제와 보유세 부담 급등, 코로나19 영향 등 '트리플 압박'에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의 대형 평형의 아파트 가격이 수억원씩 급락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중형과 대형간 가격 역전 현상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 한달간 서울에서 거래된 전용 135㎡ 초과 아파트는 50건으로 직전달(3월) 109건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4월 거래된 전용 135㎡ 초과 아파트는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건수 1645건의 3%에 불과하다.
서울 주요 단지의 대형 평형에서는 가격 조정 현상이 나타났다. 압구정 현대 1차 아파트 전용면적 196㎡(65평)가 최근 44억785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1월 47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석 달 새 2억2150만원이 하락했다. 이 아파트의 전용 131㎡가 같은 기간 9000만원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대형 평형 아파트의 가격 하락 폭이 2배 이상 크다.
서대문구 DMC래미안e편한세상 전용 153㎡는 최근 두 달 새 1억2000만원 하락한 12억9000만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의 전용 84㎡가 지난 3월 11억15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1억7500만원으로 좁혀졌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전용 84㎡ 가격이 조만간 전용 153㎡ 가격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아파트 가격은 이달 들어 하락폭이 뚜렷해졌다. KB리브온의 4월 월간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전용 135㎡ 초과 대형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전월 대비 -0.07%로 전 주택형에서 유일하게 하락했다. 세부적으로 강남권 -0.08%, 강북 -0.05% 등 대형 평형의 매매가 변동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규제의 풍선효과로 인기 지역이 된 강북 일대에서 마저 대형 평형 아파트는 외면당한 것이다.
부동산 업계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대형 평형 아파트 가격의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일부 강남권 단지들이 가격을 회복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약세"라며 "최근 코로나 사태로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실속 소비 현상이 뚜렷해진 만큼 중대형 아파트가 시장을 주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위원은 "다만 수요층이 확실한 강남권이나 1+1 재건축이 추진되는 단지는 잘만 활용하면 노후의 주거 겸 현금 창출의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보유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정부의 규제와 보유세 부담 등으로 대형 평형 아파트의 인기가 급속히 식고 있다. 사진은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단지 전경.<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