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바이러스 진화 등 살펴볼 때
중국서 인위적으로 만든 것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유래설' 반박
중국서 인위적으로 만든 것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유래설' 반박
워싱턴=EPA 연합뉴스
"박쥐 안에 있는 바이러스의 진화과정과 현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살펴볼 때, 과학적 증거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공적으로나 의도적으로 조작됐을 리가 없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의 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파우치 소장의 이런 발언은 최근 미 행정부 최고위 인사들이 코로나19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의 연구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공개 언급하며 중국 책임론을 잇달아 강조하는 와중에 나왔다.
5일(현지시간) 미 CBS방송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은 전날 탐사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과학적 증거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인간이 만든 게 아니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중국 유래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동물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후 인간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파우치 소장은 "시간에 따른 단계적 진화 과정과 관련된 모든 요소가 이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진화한 후 다른 종으로 옮겨갔다고 말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밖에서 발견한 바이러스를 연구소로 들여왔다가, 이후 바이러스가 다시 유출됐을 순 없느냐는 질문에 "결국 바이러스가 자연에서 유래했다는 뜻 아니냐"며 "이 점은 내가 이처럼 돌고 도는 논의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고, 여기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파우치 소장의 이런 발언은 최근 미 행정부 최고위 인사들의 '코로나19 중국 유래설'과 결을 달리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3일 ABC뉴스에 출연해 "이것(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 우한에 있는 그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상당한 양의 증거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달 30일 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에서 발원했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 나는 (증거를) 봤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코로나19 중국 발원설에 대해 미국을 향해 "근거를 대라"고 요구했다.
마이클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어떤 증거라도 있다면 기꺼이 받겠으나 아직 미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증거도 받지 못했다"라며 "WHO의 관점에서 (미국의 주장은)추측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 매체들도 WHO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세계적 노력을 방해하면서 전례 없는 선전전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거대한 증거'를 미국 대중에게 제시해야 하지만 진실은 아무런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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