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안경애 칼럼] `디지털 뉴딜`, 생활에 IT를 입혀라](http://contents.dt.co.kr/images/202004/2020042702102269650002[1].jpg "[안경애 칼럼] `디지털 뉴딜`, 생활에 IT를 입혀라")
그러나 예상 외로 인터뷰는 성공적이었다. 카메라를 끄고 목소리만 들으며 진행하니 집중도가 더 높았고, 메시지가 확실하게 전달됐다. 대면 인터뷰를 했다면 왕복 2시간은 걸렸을 이동시간도 절약했다.
같은 날 오전에는 한 IT기업이 미디어 대상 온라인 간담회를 열었다. 설명자료를 공유하며 기자들이 기업 관계자의 발표를 듣고, 궁금한 내용은 실시간 문답을 주고받았다. 이 간담회 역시 평소라면 오가는 데 2시간은 걸렸을 것이다. 이날 오후에는 한 국책연구기관이 공개 토론회를 온라인에서 개최했다. 지방 소재 기관이라 평상시라면 참여가 힘들었겠지만 거리는 전혀 문제가 안 됐다.
이날 하루 절약된 이동시간만 최소 6시간이다. 덕분에 갑작스런 점심 번개와 저녁일정까지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언택트' 기술의 도움으로 더 많은 '컨택트'의 기회를 얻었다. 코로나19 위기는 어려움 속에서도 삶의 '진짜 가치'에 집중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원하는 가치를 얻되, 그 방법이 한 가지만 있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술의전당이 최근 2주간 진행한 유튜브 공연은 누적 시청자 수 6만3564명과 조회수 73만7621회를 기록했다. 한정된 객석으론 소화하기 힘든 엄청난 규모다. 현장에 가는 것보다 화질과 음질은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관객들은 일반 공연에선 하지 못한 공감과 소통을 경험했다. 공연자는 채팅으로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고, 관객들은 공연 소감을 실시간으로 올리며 공연자들을 응원했다. 이달 중순에는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기획하고 세계 110개 팀이 참여한 '원 월드:투게더 앳 홈'과, 방탄소년단의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총 1억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코로나19로 직격탄을 입은 공연업계는 '안방공연'이란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말로 나누는 대화보다 메신저가 더 친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로 무장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사회 주축으로 자리 잡으면 이런 변화는 더 급속도로 일어날 것이다. 아날로그의 최정점이라 할 수 있는 공연산업의 사례는 전 산업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사거나 음식을 배달해 먹고, 회의나 행사를 여는 것에서 나아가 온라인으로 편입되지 못한 생활산업에도 IT를 입혀야 한다.
각 마을의 소비자와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생활정보를 공유하고 다양한 방식의 구매와 소통·배송까지 일어나는 '디지털 생활플랫폼'이 만들어진다면 주민의 한 명으로 적극적으로 이용할 의사가 있다. 디지털 사각지대에 있던 정육점, 과일가게, 사진관까지 온라인에서 주민들과 만나고 사진관과 꽃집, 미용실과 네일아트숍 등이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장을 만들면 팬데믹 상황에도 생활경제가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지역 플랫폼을 주민 주도의 마을기업이나 사회적기업, 젊은 스타트업이 운영한다면 전국적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대기업이나 ICT기업이 기술과 플랫폼으로 도움을 주고, 데이터 기업이 동참해 고객관리·마케팅을 돕고, 금융·핀테크 기업은 다양한 결제·포인트 서비스를 결합하면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다. 정부가 바우처 지원을 통해 플랫폼·데이터·핀테크 기업과 지역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연결해 주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디지털기술은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같은 신산업도 만들 수 있지만, 생활에 적용하면 더 많은 일자리와 기회를 엮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스마트타운, 중기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과기정통부의 IT산업 지원, 행안부의 지역혁신·사회적경제 정책이 연결돼야 한다. 복지부와 고용부도 협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IT뉴딜'을 준비하는 정부가 디지털 생활플랫폼의 기회에 주목하길 바란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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