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원유 레버리지 ETN(상장지수증권) 거래가 오는 27일부터 재개된다. 특히 대폭락을 거듭했던 국제유가가 전주말까지 사흘째 반등 흐름을 이어가면서 원유에 투자한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유가 변동폭을 2배로 따라가는 ETN의 괴리율이 1000%가 넘는 등 이상 과열을 보이자 지난 23~24일 이틀간 거래를 정지시켰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레버리지WTI ETN'과 '미래에셋레버리지원유선물혼합 ETN', '삼성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 'QV 레버리지WTI ETN' 등 그동안 거래가 중지됐던 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대우·삼성·NH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의 원유레버리지 ETN의 거래가 오는 27일 다시 시작된다.
거래소가 4300억원 가량의 돈이 묶인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위해선 거래를 무기한 정지시킬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다.
대신 과열을 막기 위해 단일가매매 방식으로만 거래를 허용키로 했다. 20%가 넘는 모든 ETN 종목의 괴리율이 정상화될 때까지다. 괴리율 정상화 기준은 기초자산이 국내시장물인 경우 6%, 해외시장물인 경우 12%로 설정했다. 3매매일 연속 괴리율이 정상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면 단일가매매가 해제된다.
거래소는 ETN 거래가격이 실제가치(지표가치)와 크게 벗어난 가격에 거래되면 매매를 중지시킨다.
앞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지난 22일까지 거래됐던 신한금융투자의 '신한 레버리지WIT원유선물 ETN'이 6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28.18% 하락한 가격으로 이날 지표가치(74원) 대비 괴리율은 771.31%에 달했다. 해당 상품의 실제 가치가 거래 가격의 8분의 1 정도라는 의미다.
이 상품의 괴리율은 이날 장중 1000%까지 벌어지면서 한국거래소는 23일부터 거래중단 결정을 내렸다.
미래에셋대우의 '미래에셋레버리지원유선물혼합 ETN'과 삼성증권의 '삼성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 NH투자증권의 'QV 레버리지WTI ETN' 등도 같은 이유로 매매가 중지됐다.
증권사들은 ETN의 가격이 실제 지표가치와 벌어지면 인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서 가격을 지표가치와 일치시키는 유동성공급자(LP) 역할도 수행한다. 원유수익률을 하루 단위로 연동한 실제 가격과 시장에서 실제 사고 파는 가격(시장가격) 두 가지를 산출하는데 괴리율이 1000%까지 벌어졌다는 건 시장 가격이 실제 가격보다 10배 높게 형성됐다는 의미다.
고평가된 ETN을 떠안은 건 유가 반등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이다. 실제보다 높은 값을 주고 ETN을 사들일 때 괴리율을 잡지 못한 증권사들은 되레 고평가된 ETN을 팔아 차익을 보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빈손 우려가 커진 반면 증권사들은 운용보수에 더해 시세차익까지 누릴 수 있어서다.
증권사별로 1억주 이상씩 추가 상장을 한 상황에서 ETN 유동성공급자 역할을 통해 얻어간 수익도 상당했을 것이란 전언이다.
한편 국제유가는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7%(0.44달러) 상승한 16.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6월물은 지난 21일 11.57달러까지 떨어졌다가, 22~23일에는 각각 19%씩 급반등하며 사흘간 상승률은 46%가 뛰었다. 이로써 국제유가는 지난주 주간기준 32%의 낙폭을 기록했다. 주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낙폭이라고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전했다.차현정기자 hjcha@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