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증권가 좁아진 채용문이지만…‘바쁘다 바빠’ IB인력 찾는 헤드헌터는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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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2년 전 한 헤드헌터로부터 높은 연봉을 제시받고 다른 증권사 리스크관리 담당으로 이직한 A씨는 최근 그 헤드헌터를 다시 찾았다. "괜찮은 자리를 알아봐달라"는 주변회사 동료의 경력직 이직을 돕기 위해서다. 하지만 들을 수 있는 답변은 "아직 기다려달라"는 얘기 뿐이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금융투자업황이 크게 꺾이면서 업계의 경력직 채용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채용을 대리해주는 금융권 헤드헌터들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번진 고용시장이 감지된다고 했다.

◇증권가 헤드헌팅 시장 '썰렁'= 한 금융전문 헤드헌터 회사 부사장은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하다"고 토로했다. 금융지주 임원 출신으로 20년 넘게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인력영입 업무를 담당한 그는 "빅5 대형증권사가 주로 의뢰하는 고객사인데 통상 이쯤이면 나왔어야 할 자리가 최소 20~30%는 줄었다"며 "실적이 어려워지니 필수 인원만 뽑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헤드헌터 회사 이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B) 부문에서 해외대체투자에 무분별하게 뛰어들었다가 물린 회사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채용의뢰보다 간당간당 수준이라며 곡소리 듣는 게 요즘 내 일 같다"고 전했다.

여의도 증권가는 지금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증시 급등락이 문제가 아니라 코로나 영향에 대외 영업이 사실상 올스톱이 되면서 기업금융(IB) 수익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증권사 수익 구조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실제 덩치 큰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 전망을 보면 지난해 대비 반토막은커녕 최고 90%까지 급감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빠듯해진 살림살이는 곧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조업과 달리 인력중심으로 운영되는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높다 보니 채용을 줄여 비용이라도 줄여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반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일부 증권사들은 상반기 채용에 이어 하반기 채용 역시 불확실한 상태다. 매년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2배 이상의 인력을 채용하던 금투업계지만 올해는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돈 잘 버는 증권맨엔 상시 열린 채용문= 그럼에도 꾸준히 채용시장에 이름을 올리는 분야는 IB 부서다. IB가 실적 발목을 잡았다곤 해도 여전히 인력수요가 넉넉한 곳이다.

전직 증권맨이었다는 한 헤드헌터는 "대체투자 분야는 여전히 많고 최근에는 특히 인수합병(M&A) 전문인력 수요가 는 점이 눈에 띈다"며 "돈 되는, 돈 버는 스타급 인력들의 경우 고용시장 한파에도 몸값 경쟁이 되레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채용의뢰사들의 눈높이는 예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전언이다. 그는 "채용을 하더라도 높은 스팩을 가진 필수 인원만 뽑겠다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력채용을 하려면 명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신규로 진입한 증권사들이 채용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한 헤드헌터는 "카카오페이가 사업영역을 최근 증권으로까지 늘린 뒤로 관련 인력흡수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안다"며 "주로 리테일관련 인력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업 종사자들이 만든 한 채용정보 카페를 봐도 인력수혈이 시급해 보이는 본부가 어디인지 알 수 있다. IB 사업부문이 대부분이었고 그중에서도 대체투자와 부동산금융, 인수금융, M&A 등이 대세다. 이날 올라온 초대형 IB 채용 관련 '새글'만 수십건에 달한다.

한 헤드헌터는 "1년 내내 올라오는 글이 대부분인 것을 보면 실제 진행하는 곳들이 맞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증권맨의 첫 덕목(돈을 잘 버는 것)을 갖춘 인력을 둘러싼 경쟁에는 불황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불황 증권가 좁아진 채용문이지만…‘바쁘다 바빠’ IB인력 찾는 헤드헌터는 호황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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