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글로벌 유동성 공급의 함정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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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2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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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글로벌 유동성 공급의 함정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코로나19 확산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졌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으로 어느 정도 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시 수개월에 걸쳐 시행되었던 정책들이 불과 한 달여 남짓의 시간 동안 빠르게 쏟아져 나오며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실물부문 충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위축된 소비 및 투자 심리는 기업업황을 크게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는 현 사태를 최대한 빠르게 봉합하고 경제 재건에 나서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코로나19 이전 일상으로 완전한 복귀는 치료제와 백신의 대량생산체제 구축 없이는 요원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기업업황 악화는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이 마주한 중요한 위험요인이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투자하는 고위험·고수익 투자가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지속해서 증가해왔기 때문이다. 장기간 계속된 저금리 환경은 기업과 사모펀드의 차입경영 유인을 확대하였고, 비은행금융기관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저신용 기업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기업의 차입확대에 부응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 강화가 은행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은행의 고위험·고수익 투자가 제한되었던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고위험·고수익 투자 규모는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투기등급 기업에 대한 대출인 레버리지론 잔액은 2018년 말 현재 약 1.4조~3.6조 달러로 추산되며 투기등급 기업이 발행한 채권인 하이일드 채권 잔액도 2018년 말 현재 미국은 약 1.2조 달러, 유로지역은 약 0.3조 유로에 달한다. 레버리지론과 하이일드 채권 전체 규모를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약 3조 달러에 가까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문제가 되었던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증권) 투자규모(약 2.4조 달러 추정)를 초과하고 있는 것이다. 더하여 투자등급 채권 내에서도 투기등급 바로 윗 등급인 BBB 등급 채권의 비중이 높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국 투자등급 채권의 약 절반이 BBB 등급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BBB 등급 채권은 상위 등급 채권에 비해 더욱 손쉽게 투기등급으로 하락할 위험이 있다. 실제 최근 포드와 메이시스 등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된 바 있다.

저신용 기업부문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 현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의 장기화로 글로벌 기업업황이 크게 악화될 경우 한계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몰리게 될 것이다. 이는 저신용 기업에 투자를 확대한 금융기관의 부실로 연결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요국 기업데이터를 이용한 국제결제은행(BIS)의 분석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율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었다. 이러한 한계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업황 악화로 더욱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9일 미 연준이 매입대상 회사채에 최근 투기등급으로 하향조정된 회사채를 포함한 것도 점증하는 기업부문 리스크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최근 각국 정부 및 중앙은행의 신속한 재정지출 확대와 유동성 공급을 고려할 때 기업부문 부실로 인한 글로벌 금융불안이 단기간에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전 세계적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그동안 차입경영을 확대해온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과거 경험을 돌이켜 보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빠르게 전염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주요국 기업부문 리스크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위기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경보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해외 고위험·고수익 상품 투자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고위험 자산 보유가 동종업계에 비해 과도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점진적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한편 치료제 개발 등으로 코로나19 유행이 진정되고 세계경제 회복이 확인된 이후에는 점진적 금리 정상화와 양적완화 축소를 통해 그간 확대된 유동성을 회수할 필요가 있겠다. 풍부한 유동성 공급은 단기적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위험·고수익 투자 촉진을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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