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反시장은 언제나 선의로 포장된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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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反시장은 언제나 선의로 포장된다
이규화 논설실장
긴급재난지원금이 국민 70%에게 지급되든 국민 전체에 지급되든 분명한 것은 받는 사람이 많을수록 나중에 치를 대가는 커진다는 사실이다. 공짜혜택이 많으면 많을수록 공짜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많아진다. 그 돈은 정부 돈이 아니다. 어딘가에 쓰여야할 돈이다. 그걸 내가 갖다 쓰는 셈이다. 그러면 그 용처에 들어갈 돈은 미래에 누군가가 내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은 후세대의 돈을 가불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내 노동의 대가가 아니다. 공짜는 이렇게 반(反)시장적이다.

재난지원금은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에서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공짜로 얹어주는 복지 확대로 이미 다수 국민들에게 이전소득(현금 복지)에 대한 타성이 깊게 배인 상태에서 그 타성을 더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흔한 말로 베네수엘라 그리스 아르헨티나로 가는 특급열차를 타게 된다. 누군가의 부를 빼앗아 누군가의 부로 만들 순 없다. 누군가는 밭을 갈아야 하고 씨를 뿌려야 하며 김매고 수확해야 한다. 재난지원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100만원 80만원을 쉽게 말하지만, 그 돈은 순수 부가가치 창출의 일부에 붙는 세금이므로 적어도 그 20배 30배의 경제활동(부가가치 창출 활동)의 산물이다. 누군가의 피땀이 어린 돈이다. 국민들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애초 피해계층에 맞춰 30%나 50% 중위소득자 이하에 한정했다면 논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야당도 반대하지 않았을 지 모른다. 70%에서 다시 100%로 확대되니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을 받는다. 수혜 폭을 넓혀 형평성을 담보하자는 게 여당 논리다. 이 경우 대상에 포함된 상위 30% 계층이 얼마나 반길까. 물론 70% 언저리 계층은 공짜돈에 반응할 수 있다. 그러나 상위층 다수는 보수적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으리라 믿는다. 중하층의 지지도 약하다. 그들은 '왜 부자들에게 현금을 주냐, 그런 돈 있으면 우리에게 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대상을 축소하자고 주장하는 야당은 지지층인 고소득 보수층의 지지뿐 아니라 중하층으로부터도 환영받을 가능성이 높다. 야당 주장이 합리적 자원배분에 부합하고 더 수용적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논리나 심리 측면에서 이렇게 유리한데도 통합당은 총선에서 재난지금원이란 홍수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이번 선거는 역대 최악의 돈 선거였다) 효과적인 전략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지지층의 자긍심을 적극 북돋우고 도움이 필요한 중하층 소득계층에 대해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캠페인을 적극 벌였어야 했다. 그런데 당 대표는 오히려 '우리는 액수를 올려 전 국민에게 주겠다'고 했다. 보수층에 가치의 혼란이 생겼고 복지에 의존하는 계층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했다.

거대여당은 반시장 행보를 계속할 것이다. 여권 당선인들 대상 한 설문에선 '소득주도성장' 에 대한 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80%가 더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리 되면 시장은 더 쪼그라들고 시장을 밟고 올라서려는 욕망은 더 강해질 것이다. 경제에 민주주의 이념을 적용하려는 것은 한쪽은 캐터필러 다른 쪽은 고무바퀴를 달아 굴러가게 하려는 것과 같다. 경제는 1인1표가 아니라 1주1표가 원칙이다. 자본과 시장에 대한 반감으로 1주에 여러 개의 투표권을 부여해 시장 작동을 망가뜨린다. 그것이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상법 개정 추진이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며 대형복합쇼핑몰 출점과 영업을 제한하려는 것도 소비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는 조치다. 피해자는 소비자와 국민이다.

6·25 때 공산화를 낙동강 전선에서 막아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북진했다. 자유시장주의가 지금 낙동강까지 밀렸다. 주검들이 널려 있지만 이를 넘고 넘어 시장을 수복해야 한다. 시장을 밟고 가는 길은 언제나 선의로 포장돼 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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