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GVC 재편 시작 … 바이러스 상시감시 나서야"

열악한 환경서 가축 키우면서 자연계 - 인간계 조화 파괴
바이러스 - 기후변화 연쇄 상승작용 끊는 해법 모색 시급
전담조직 만들고 의사 · 언어학자 등 광범위한 협업 필요
전염병은 비대면 진료 효과적… 원격의료 확대 서둘러야
코로나 이후 시대 지속성장 키워드는 '휴먼·그린·디지털'
26개 국책 연구기관 머리 맞대 국가 변화전략 마련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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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GVC 재편 시작 … 바이러스 상시감시 나서야"
조황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

사진 = 박동욱기자 fufus@

"코로나19로 GVC 재편 시작 … 바이러스 상시감시 나서야"
조황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

사진 = 박동욱기자 fufus@

조황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

"인류가 가진 모든 기술과 지혜를 모아 바이러스 발생 징후부터 이동경로까지 전 과정을 실시간 관측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바이러스와 기후변화의 연쇄 상승작용을 끊는 해법을 찾는 일도 시급하다."

조황희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은 "가능한 자연현상 데이터를 모두 분석해 기상예측을 하듯이, 바이러스도 기상청 같은 전담조직을 두고 과학자와 의사, 수의사, 언어학자까지 전문가들이 협력해 상시감시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 STEPI 수장에 취임한 조 원장은 2018년 8월부터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미래혁신위원장을 지내면서 국가 미래전략 수립을 주도해 왔다. STEPI는 연구회 소속 26개 기관이 함께 추진하는 코로나19 이후 국가전략 연구 프로젝트의 간사 역할을 맡았다.

조 원장은 "코로나19 이후 국가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휴먼·그린·디지털' 3가지 키워드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26개 기관이 머리를 맞대 국가 변화 전략을 도출하려 한다"고 밝혔다.



대담 =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코로나19로 문명사회가 멈추다시피 했다. 과학기술 정책 싱크탱크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인류 역사상 전 세계가 동시에 이런 팬데믹 상황을 겪는 것은 처음이다. 코로나19는 국가 운영전략과 개인 삶의 방식뿐 아니라 과학기술 혁신정책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세계적 위기인 동시에 한국의 퀀텀점프 기회일 수도 있는 만큼 진취적 자세로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관 차원에서 주목하는 이슈는 과학기술이 국가위기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와, 팬데믹 등 이상징후에 대한 조기경보와 예측체계를 어떻게 갖출 것인가다. 국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도록 다각적인 정책방안을 마련해 제안하고 있다. 정보분석과 예측 수준을 넘어,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대응방안과 국가전략, 이를 구현하기 위한 거버넌스 체계가 핵심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결국 인간이 원인이다. 인구 70억 시대가 열리면서 밀집도가 높아지고 더 많은 개발이 일어났다. 여기에 더해 육류를 섭취하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가축을 키우면서 인간계와 자연계 간의 조화가 깨졌다. 가축이 사육되는 열악한 지역에 철새가 머물다 가고, 철새가 옮긴 바이러스가 다시 돼지 몸속으로 들어가 변종을 일으키고, 인간을 감염시킨다. 기후변화도 원인이다. 바이러스와 기후변화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모기가 창궐하고,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전염병도 악화될 수 있다."

-전 지구적 시스템이 문제라면 해법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은 바이러스에 대해 사후대응 체계만 있지 사전 예견은 못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일기예보 같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위기감지와 사전경보시스템을 상시 가동해야 한다. 전 인류가 한꺼번에 바뀔 수 없다면 우리부터 시작해야 한다. 1930~40년대만 해도 기술적 한계 때문에 기상예측이 불가능했지만 한 모델링 전문가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관련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수십년 후 그의 예견은 현실이 됐다. 기상예보는 바다의 파랑 데이터와 바람 데이터, 구름 속 에어로졸 성분, 기상위성과 바다 위 부이(buoy), 산 정상의 레이더 관측소 등에서 나온 데이터를 해석한 결과다. 바이러스 위기감지도 데이터가 열쇠다."

-바이러스 데이터는 어디서 어떻게 모아야 하나.

"기상은 자연 데이터만 있으면 되지만 바이러스는 자연과 인간행동 데이터가 함께 필요하다. 특정 지역에서 포털이나 SNS에 '열, 기침' 같은 단어를 많이 검색하면 징후가 있는 거다. 매년 같은 경로로 이동하던 철새가 다른 경로를 움직인다면 그것도 징후가 될 수 있다. 어느 지역에서 개발이 일어나고 항공루트가 생기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바이러스의 1차 진원지인 가축과 야생동물을 잘 아는 수의병리학자들의 현장지식도 중요하다. 감염병은 개도국에서 특히 많이 발생하니 개도국 생활문화도 잘 알아야 한다."

-국경과 영역을 뛰어넘은 광범위한 협업이 필요해 보인다.

"의사와 수의사 간의 협업이 필수이고, 자연과학과 의학, ICT, 인문사회 분야가 힘을 합해야 한다. 글로벌 시스템을 가동하려면 각국에서 나온 데이터를 융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언어 전문가도 필요하다. 분석기법은 많이 개발돼 있는데 데이터 수집·관측·공유체계가 문제다. 핵심은 상설조직을 통해 상시 관측체계를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영역에서 나온 데이터를 해석하는 기상청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

-정부가 신종 바이러스 연구소 설립을 추진한다는데.

"어떤 모습으로 만들고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대학 등 각 영역 전문가의 지식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미 NIH(국립보건원)는 전체 예산 중 20% 내외는 내부 연구에 쓰고, 나머지는 관련 기초연구를 위해 대학 등에 연구비를 지원한다. 그런 구조로 만들어져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가.

"일하는 방식부터 업무공간, 교통수요, 대중교통까지 사회 전체가 요동칠 수 있다. 글로벌 산업가치사슬 재편, 언택트 기술 급부상, 관련 법제와 R&D 시스템 재편도 뒤따를 것이다. 미국 한 중견 부동산회사는 도심의 대형 사무실을 없애고 회의는 온라인, 근무는 재택근무로 바꿨다. 코로나19 전의 일이다. 화상회의, 재택근무 등 일하는 방식 변화는 이런 식의 오피스 공간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5G 이동통신의 초고속 저지연 환경이 이를 뒷받침할 것이다. 또 가상현실이 보편화되면 집에 있든 회사에 있든 별 차이가 없어진다. 회의도 가상현실 공간에 아바타를 보내 마치 한 공간에 있듯이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이동수요가 줄어들고 대중교통 체계가 바뀔 것이다. 식당이나 카페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저탄소 사회가 되면 기후변화 속도가 늦춰질 것이다. 자연 복원력도 살아날 것이다."

-먹거리에도 변화가 예상되는데.

"더 안전하고 믿을 만한 먹거리 공급생태계가 필수다. 스마트팜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정에서 스마트온실을 설치해 직접 친환경 채소를 기르려는 수요가 커질 것이다. 열악한 가축 사육환경 때문에 거부감을 느낀 사람들이 육류 대신 인공육류를 선호하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관련 산업도 커질 전망이다. 가축 사육이 줄어들면 전염병, 환경오염, 기후변화 문제가 모두 개선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야기한 GVC(글로벌가치사슬) 변화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산업 전반의 리스크 관리전략을 새로 수립해야 한다. 특정 지역에 전력을 집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번에 미국이 화장지 대란으로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화장지 원료를 중국에 100% 의존한 결과다. 기초생필품뿐만 아니라 의약품 원료도 중국 의존도가 높다. 중국이 셧다운 되면 중요 의약품 생산이 멈춘다는 얘기다. 코로나19를 계기로 GVC 재편이 일어날 것이다. 수입거점을 다변화하거나 자국에서 자체 조달하려 할 것이다. 대부분 제품의 원료나 부품이 복잡한 단계를 거쳐 수입되다 보니 과정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기업뿐 아니라 국가가 최대한 파악해서 관리해야 한다. 기후변화와도 연관돼 있으니 제조분야 에너지 효율화도 필요하다. 스마트 팩토리에서 한 단계 나아가 스마트 에너지 팩토리로 전환해야 한다."

-진단키트에서 혁신기술 투자의 중요성도 확인됐는데.

"세계적으로 강한 우리만의 기술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어떤 위기나 국제 갈등상황에도 강한 무기를 가질 수 있다. 이번에는 진단키트가 그 역할을 했다. 기술이 있으면 기술외교가 가능하다. 생명 분야에서 몇 가지 핵심 기술을 제대로 키울 필요가 있다."

-의료 관련 규제혁파와 원격의료 확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원격의료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 특히 독감, 감기 같은 전염병은 비대면 진료가 효과적이다. 미국에서는 독감 진료에 특히 원격의료가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원격의료 전문병원들도 있다. 전화나 온라인으로 1차 문진을 해서 감기 정도면 온라인 처방을 해주고, 심한 경우에만 대면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된다. 우리나라도 원격의료 전문병원 창업을 지원해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자 진료체계를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스마트기기 등을 활용하면 새로운 차원의 맞춤의료가 가능해진다. 원격의료가 확산되면 진단키트, 바이오의약품 등 우리나라가 보유한 각 분야 경쟁력이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이다."

-의료데이터 활용·공유체계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의료분야야말로 데이터의 힘이 강력하게 발휘될 수 있다. 아스피린을 복용하더라도 사람의 신체조건에 따라 반 알이나 3분의 1알만 먹어도 되는 사람이 있다. 데이터가 모이면 사람마다 최적의 약을 처방할 수 있게 된다. 데이터의 힘은 코로나19 사태에도 강력하게 발휘됐다. 휴대폰 기지국 위치정보, 신용카드 결제정보 등이 확진자 동선 파악에 활용돼 국민 생명권 유지에 큰 도움을 줬다. 데이터가 모이면 신약 개발도 쉬워지고, 전체 바이오헬스 산업이 비약적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를 대비한 국가 미래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26개 연구기관들이 협력해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키워드는 '전환적 뉴딜'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면적 변화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휴먼·그린·디지털 3대 뉴딜이 핵심이다. 세 가지가 이뤄져야 국가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인재양성 시스템과 기후변화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디지털 뉴딜도 중요한데, 정부가 수요자로서 역할을 잘 해서 시장을 키우고, 창업과 기존 기업의 성장이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STEPI는 기술혁신과 디지털 뉴딜 전략에 참여할 계획이다."

-디지털 뉴딜 전략에서 간과해서 안 될 점이 있다면.

"또 다른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대비다. 컴퓨터 상 보안문제로 팬데믹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국가적 방어체계를 갖춰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겠지만 보안이 전제되지 않은 디지털화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도 공급망 전 영역에서 치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내가 잘 해도 물류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이 뚫리면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물리적 공급망의 발목을 잡았다면 컴퓨터 바이러스는 또 다른 쓰나미를 불러올 수 있다."

-고 최형섭 과기처 장관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아는데.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설립을 주도하고 초대 원장을 지낸 과학자이면서 대덕연구단지 조성, 한국연구재단의 전신인 한국과학재단 설립 등 국가 과학기술 행정의 기틀을 세운 행정가다. 1971년부터 7년 6개월 동안 최장수 과학기술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한국 과학기술계의 방향성을 심어주고, 과학기술이 국가 성장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끊임 없이 찾고 전파한 분이다. 올해 최형섭 장관 탄생 100주년을 맞아 KIST와 기념행사를 기획 중이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naturean@dt.co.kr


■ 조 황 희 원장은…

조황희 원장은 30년간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몸담으면서 과학기술 인력, 산업혁신, 우주개발, 국제기술혁신협력 등을 연구해온 과학기술 정책 전문가다. 전남대 화학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산업공학과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3년간 천문우주과학연구소(현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으로 지내다 1990년 STEPI로 적을 옮겼다.

STEPI에서 혁신정책연구센터장, 기획조정실장, 부원장 등 중요 보직을 거쳐 2017년 12월 원장으로 취임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미래혁신위원장, 국가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 위원, 재정정책자문회의 민간위원 등을 맡고 있다. 1962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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