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남 칼럼] 주력산업 붕괴 위기…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강주남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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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남 칼럼] 주력산업 붕괴 위기…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강주남 산업부장
미국 정부가 아메리칸·델타·사우스웨스트 등 10개 항공사 지원에 250억 달러(약 30조원)를 쏟아붓는다.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다. 대신 항공사들은 임원 연봉 제한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70%는 보조금이지만, 30%는 장기 저금리 대출 방식으로 지원해 반드시 되갚도록 했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항공산업이 회복하면 신주 인수권을 행사해 정부가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혈세를 보상받기 위한 장치다. 대주주 배당 제한 등 모럴해저드를 막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반면, 우리 정부의 항공지원 방안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대한항공 등 대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를 우려해 지원을 머뭇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75만 개의 일자리가 걸린 항공산업을 망하게 놔둘 수는 없다며 천문학적 지원금을 쏟아붓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는 대비되는 행보다. 세계 1위 아메리칸항공을 포함한 10개 대형항공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신속한 혈세 투입 명분은 '자국 기간산업 보호와 항공산업 생태계 붕괴 방지'다.

우리 항공·공항 산업도 직접고용 8만여명, 연관 종사자 25만여명에 달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 공항이 셧다운되면서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95% 이상 급감했다. 이착륙용 활주로는 운항노선 폐쇄로 발이 묶인 항공기들의 주기장으로 변했다. 항공사들은 적자에 허덕이며 고사위기다. 국내 1위 대한항공의 경우 올 1분기 영업손실이 2400억원대로 전망된다. 작년 4분기까지 18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19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서게 됐다. 이미 전 직원의 70% 이상이 6개월간 순환휴직에 들어갔고, 임원진은 월 급여의 30∼50%를 반납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모든 항공사가 마른 수건을 쥐어짜고 있지만, 이미 보유 현금이 거의 바닥났다.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는 1~2개월을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전 세계 어떤 항공사도 4개월 간 항공기가 활주로에 발이 묶여 있으면 현금이 씨가 마른다. 미적대다간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절망 섞인 우려도 나온다. 보다 못한 항공업계 노동조합도 보조금 지급과 대출 보증 등 신속한 지원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항공 뿐만이 아니다. 자동차와 철강, 정유, 조선해양플랜트 등 우리 경제를 떠받치던 주력산업이 극심한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 공장이 셧다운되고, 이동제한 조치가 취해지면서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4월부터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수요절벽, 이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국제유가 급락과 마이너스 정제마진으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개 정유사의 올 1분기 적자 규모는 2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상 최악 실적이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올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도 전년 동기대비 71% 급감하면서 국내 조선업계도 '수주 보릿고개'를 맞고 있다. 경기부진으로 용광로의 불씨가 꺼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제철의 올 1분기 실적도 전년동기의 반토막, 2분기는 최대 80%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 세계 공장 셧다운과 수요절벽 사태에 국내 자동차 업계는 정부에 총 33조원의 유동성 지원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국 주력산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긴급 수혈하고 있다. 산업 생태계 붕괴를 막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지원 과정에서 대기업과 재벌에 대한 역차별은 스스로 우리 손발을 묶는 자해행위다. 수출 주력산업과 기간산업을 지키지 못하면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설자리는 없어진다. 벌써부터 코로나19이후 산업재편 과정에서 중국의 급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이 해외시장에서 돈을 벌어오지 못하면 내수 회복도 요원하다.

코로나19로 우리 경제를 둘러싼 거시·미시 환경은 180도 변했다. 집권여당의 경제 정책도 4·15 총선 전후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총선 압승으로 행정부와 사법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장악한 집권여당의 손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렸기 때문이다. 국민의 선택이 무섭고 두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반기업·반재벌 정책으로는 코로나19 국난을 극복할 수 없다. 반시장적 규제를 걷어내고 친기업 정책으로 우리 경제에 활력이 돌게 하라. 코로나발 위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한국경제를 죽일 것인가, 살릴 것인가. 거대 집권여당이 정책으로 답하라.

강주남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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