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격렬한 진영 충돌 불가피… 국가 위기 지속될까 걱정" [윤여준 前환경부장관에게 고견을 듣는다]

文대통령 위기대처 하려면 국민통합 관건… 의회정치로 이뤄내야
안철수의 중도, 실체 없어… 한때 청춘콘서트 열풍, 공적 헌신성 덕
가는 곳마다 박경철이 시킨대로 똑같은 얘기… 그때 安 실체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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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 격렬한 진영 충돌 불가피… 국가 위기 지속될까 걱정" [윤여준 前환경부장관에게 고견을 듣는다]
윤여준 前환경부장관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윤여준 前환경부장관



윤여준 전 장관은 자의든 타의든 '안철수의 멘토'로 통했다. 청춘 콘서트를 기획총괄하면서 청년들과 호흡한 것은 대중의 심층을 접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그러나 새 정치와 새 정치인을 대망했던 꿈은 접어야 했다. 윤 전 장관은 안철수의 중도 행보에 대해 "중도는 '중간'이 아니라 극단의 '극복'"이라며 그것은 혼자가 아니라 협업에 의해 달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임기 2년여를 남겨둔 문 대통령에게는 대야(對野) 소통에 힘 쓰라고 조언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총선이 지나면 잠복했던 개헌논의가 테이블 위로 올라올 것 같은데요. 선거법 개정도 숙제고요.

"개헌의 핵심은 권력관계인데, 개헌을 지지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얘기하잖아요. '안보는 대통령, 내정은 총리'라고 하는데, 저는 그게 안 된다고 봅니다. 국가안보라는 것은 첫 번째 요소가 경제예요. 경제력이 있어야 군사력을 가질 수 있고 그래야 외교력이 생기는 거잖아요. 경제라는 것은 안보의 첫 번째 순위에 들어가는 거예요. 안보를 국방으로만 생각해선 안 됩니다. 국정을 어떻게 자로 재듯이 나눌 수 있나요? 안 나눠지거든요. 제가 주장하는 것은 분권형이라고 말은 붙이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조금 축소하는 겁니다.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한다든지 예산권을 국회로 넘긴다든지 하는 거거든요. 그리고 권력기관에 대한 인사를 제약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대통령의 힘을 빼서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겁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임에도 내각제 요소가 많아서 의회가 대통령에 종속될 우려가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여당이 대통령의 하수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언론기관이 자꾸 권력의 영향을 받는 것도 제어해야 합니다. 이게 민주주의 핵심가치들인데, 이런 장치를 하면 대통령의 권력남용을 억제할 수 있다고 봐요. 분권형이 꼭 권한을 빼앗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권한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거거든요."

-얼마 전 국민이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권한을 헌법에 넣자는 원포인트 개헌발의가 국회에서 있었는데요.

"그게 국민이 바라는 거거든요. 국민들은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보는 겁니다. 저는 일단 그 제도는 수용이 될 거로 봅니다. 다만 악용되는 일이 없어야지요. 100만명의 서명을 받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거든요.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봤잖아요. 어렵지 않게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잘못하면 광장에서 격돌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런 위험성을 예방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누더기 선거법 개정을 여야 모두 개정하겠다고 했는데요. 비례대표를 아예 없애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저는 비례대표 없애자는 주장에 반대합니다. 모순이 있으면 고치면 되는 것이지 원래 취지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거지요. 비례대표제라는 게 뭐에요. 대표성과 비례성 때문이잖아요. 지역구 가지고는 그게 잘 안 되니까. 문제는 제도를 짓밟는 거대 정당들이지 제도의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다시 안철수 대표 얘기로 돌아가 한국정치의 이념 지향에 대해 여쭤봐야겠는데요, 안 대표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실용적 중도의 길을 가겠다고 했는데요.

"아니, 제가 이태규한테 한 말이에요. '중도라는 게 실체가 있냐? 안철수가 말하는 중도는 통합당도 아니고 민주당도 아닌 중간이라는 것인데, 그런 실체가 어딨어? 이쪽과 저쪽을 극복하는 것이래야 다시말해 정반합 변증법적으로 차원으로 갈 때 중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게 중도가 아닌 거야 이 사람아.' 안철수의 중도는 실체가 없어요. 미국에서 마라톤을 해보니 자기한테 꼭 맞는 운동이라고 했다고 신문에 났더라고요. 어느 방송에서 저한테 안철수에 대해 묻길래 '마라톤이 자기한테 맞는다며? 마라톤은 혼자 하는 거야. 그거나 하라고 그래.' 이런 식으로 말을 해준 적 있어요. 민주주의는 협업인데, 혼자 하는 것을 잘 하면 그것을 해야지요."




-청춘 콘서트를 할 때만 해도 안철수 새바람이 불었잖아요.

"인구 30만 명 이상 도시가 32개인가 되는데 그 곳을 돌면서 하기로 했어요. 청중이 얼마나 열광하는지 보자, 경희대 안에 있는 평화의전당인가 하는 곳에서 하는데 사람이 안 오면 이거 개망신이다 걱정을 했어요.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는데, 딱 몇 분 만에 다 차버린 거예요. 그래서 젊은이들이 호기심이 많은 거 같은데, 막상 현장에는 안 올 수 있다고 봤어요. 그런데 몇 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겁니다. 그렇게 몇 번 할 때마다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길래 무작위로 대학생들에게 물어봤어요. '무엇이 안철수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냐.' 대답을 못해요. 남녀 대학생 어느 한 사람 즉시 대답하는 사람을 못 봤어요. 뭔가 있는데 대답을 못해요."

-그냥 막연히 좋아했던 건가요.

"그런데 똑같이 하는 얘기가 '전에 컴퓨터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그걸 돈을 안 받고 무료로 내놨잖아요.' 그러는 겁니다. 그것 때문에 안철수를 좋아한다는 거예요. 이것을 말을 좀 어렵게 하면 개인 신분인 사람이 보여준 공적 헌신성이라는 겁니다. '스스로 공적 헌신성을 보여줌으로써 감명을 받았다는 거구만' 하고 말을 했어요. 가는 곳마다 열광적인 거예요. 그런데 그 때 박경철이라는 시골 의사양반이 있었는데, 안철수가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그 사람한테 물어봐서 하더라고요. 둘이 앉아서 대화를 하는데, 박경철씨가 사전에 이러이러하게 대답을 하라 하면 안철수가 그대로 해요. 그런데 내용은 별 거 없어요. 가는 데마다 내용은 똑같은 거예요. 실무 일을 맡은 사람이 저한테 그러는 겁니다. '장관님 어떻게 가는 데마다 똑같은 얘기를 합니까?'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듣는 사람은 바뀌잖아.' 그때 제가 안철수에 대해서 알았습니다."

-청춘콘서트 이후 안철수 씨가 이내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는데, 장관님이 이끄신 건가요.

"제가 청춘콘서트를 몇 달간 하고 나서 그랬어요. 청중의 열광적인 모습을 보지 않았냐. 그냥 인기만 누리고 말거냐. 아니면 젊은이들에 대한 책임을 질 거냐. 그런데 자기는 정치를 죽어도 안 한다는 거예요. 오케이 나도 정치하는 건 반대다. 당신 가만히 보니 성격상 정치를 하면 안 돼. 하지마라 그랬습니다. 그런데 정치를 바꾸는 일은 하겠다는 겁니다. 시민운동 같은 것을 하는 건데, 그럼 덮어놓고 바꾸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뭐가 문제고 무엇을 바꿀 것인지 내놔야 한다. 의견을 얘기하라고 했어요. 한 마디도 안하는 겁니다. 그러면 당신은 디지털 전문가라고 하는데, 그 분야에 대해서 얘기를 하라고 했어요. 그래도 얘기를 안 해서 일주일 후 회의 때 얘기를 하라고 했어요. 그 다음 주 회의를 할 때 얘기를 하라고 했더니 '잘못된 거 고치면 됩니다' 그러는 거예요. 잘못된 게 무언데 물으니 또 아무 말도 않는 겁니다."

-선거 끝나면 대선 국면으로 돌입하지 않을까요. 선거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선거 끝나고 정국에 소용돌이가 몰아칠 거라고 봐요. 어느 한 쪽이 크게 이기고 지는 상황이 아닐 거라고 보는데, 지난 번 조국사태 때 우리가 봤듯이 국론이 둘로 딱 갈라지는 거잖아요. 사회적 내전으로까지 얘기가 되지 않습니까? 선거 후에도 그런 내전 상태, 격렬한 진영간 충돌이 불가피 할 거로 봐요. 국제정세나 경제 상황이 그럴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게 아닌 데도 불구하고 더 중요한 일을 제쳐놓고 세력 간 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질 걸로 봐요. 국가적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으로 갈까봐 그것이 제일 걱정이 됩니다. 저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문 대통령이 정말 큰 결심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회라는 곳은 지지세력을 달리하는 정당들이 와서 자기들 지지 세력을 대변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생각이 다르니까 갈등이 생기지요. 그 갈등을 대화와 타협, 정 안 될 때는 다수결로 하나로 묶어 내잖아요. 그래서 국회 본회를 통과되는 안건은 다 국민의 일반의지로 간주하는 겁니다. 그 과정이 민주정치인 것이지요. 국민통합의 과정인 거고요. 민주주의와 국민통합은 어떤 상태(stock)가 아니라 과정(flow)라는 것이거든요. 서양의 정치학자들 중에 민주주의는 과정이라는 학자도 있어요."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중 최대 과제는 국민통합이라는 말씀인가요.

"문 대통령은 툭하면 국민통합을 얘기하는데, 이게 갈등이 없는 상태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국회에서 갈등을 민주주의 방식으로 묶어가는 일이 국민통합이라는 거예요. 이것을 안 살리면서 맨날 국민통합을 얘기하면 되겠습니까? 지금부터라도 위기에 대처하려면 국민통합이 중요하니까 공권력으로 하려고만 하지 말고 의회정치를 제대로 작동하게 해가지고 여기서 자연히 국민의사가 모아져서 정부가 국정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이런 노력을 해줘야 합니다. 이걸 안 하면 자기도 임기 후반을 보내기가 절대로 순탄하지 않고 퇴임 후에도 편안을 장담하기 어려울 거예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는 두말할 것도 없고요. 이게 대한민국 헌법에 부합하는 일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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