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팬데믹에 무능한 정부는 무너진다

강원식 외교안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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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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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팬데믹에 무능한 정부는 무너진다
강원식 외교안보평론가
국민(민족)국가는 250여년전 미국 독립과 프랑스혁명으로 '국경'과 '국민' 개념을 만들면서 처음 창설되었는데, 지금 세계는 국경을 닫고 국민 이동을 금지한다. 팬데믹으로 국민국가의 경계가 극명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국가들이 충돌한 양차 세계대전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국민국가의 완성이다. 그러나 지구촌 시대에 국경을 닫고 자국민만 보호하는 국민국가 차원에서는 팬데믹을 결코 막을 수 없다.

국민국가를 대체할 새로운 정치질서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우왕좌왕하는 국민국가들은 기존의 관념과 방식을 고집하거나 조금씩 변화를 모색하다가 결국에는 무너질 것이다. 급변의 시대이다. 세계사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변화하는 정치경제적 지향점과 국제질서 속에서 어떻게 국가를 보존하고 지속 번영할 수 있느냐는 기로에 섰다.

첫째, 안전의 가치가 강조된다. '자유'는 근대의 최고 가치이지만 AI와 로봇의 미래 사회에서도 자유는 개방성·창의성의 원천으로 핵심 가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래는 질병, 자연재해, 사회·경제적 위기 등 '위험사회'이다. 사람들은 항공기 탑승때 몸수색에 순응하듯 '안전'을 위해 스스로 자유를 유보한다. 이번 코로나사태로 '생명권-안전권'에 대한 본질적 자각과 요구가 생기고 있다.

한편 세계적으로 국가안보의 개념은 경제·환경·보건 등을 포함한 인간안보(Human Security) 개념으로 발전했다. 외교안보가 그렇지만 '생명과 안전'은 최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대비하는 영역이다. 개인의 생명·안전도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안전을 빌미로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사례도 생길 것이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제대로 지키면서 동시에 안전을 보장하는 바른 정부와 국가가 필요하다.

둘째, 세계는 더욱 양극화 된다. 세계화로 빈부격차가, 정보화로 정보격차가 심해졌다. 이제 팬데믹으로 건강격차와 생명격차까지 생기고 있다. 돈과 정보를 가진 부자가 더욱 안전하게 오래 잘 살 수 있는 세계로 되고 있는 것이다. 개미와 벌 등 집단생활을 하는 사회성 동물도 먹이를 쌓아두고 숨긴다. 이타성도 있겠지만, 동시에 이기심과 욕심은 본성이다.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누군가는 훨씬 많이 축적하고 그 격차는 커진다. 세계화는 필연적으로 격차 확대를 가져온다. 세계화는 나쁘다는 윤리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이 현실이며 이를 주도 또는 적응할 수 있는 개인과 국가만이 살아남는다.

셋째, 세계는 전쟁과 폭력의 혼란 속으로 들어간다. 국민국가는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다. 자기 국민과 영토를 최우선시한다. 더구나 민주주의는 국민국가의 발명품이다. 선거로 구성되는 국민국가 정부는 유권자 눈치를 본다. 제 국민에게는 더욱 포퓰리즘적이고, 남에게는 더욱 배타적이게 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갈등과 대립을 유발한다.

내 나라 내 민족을 지킨다는 슬로건으로 국민국가는 탁월한 전쟁 동원능력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국민국가의 본질은 국민과 국경의 구별과 배타성이고 전쟁은 그 극단적 표현이다. 세계가 양극화될수록 가진 것을 지키고 더 키우려 하고, 한편 이에 대해 유효한 대응수단을 갖지 못한 쪽은 테러리즘에 의존한다. 이로써 갈등과 대립은 더욱 첨예화된다.

결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하거나, 양극화된 세계에서 지는 쪽에 서거나, 국내외적으로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는 정부와 국가는 퇴출될 수밖에 없다. 무정부적 혼란이 생기면서 국가기능이 마비되고 국민은 뿔뿔이 개인이 되어 다른 강대국의 포획 대상물이 된다.

자유와 안전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는 바른 정부가 필요하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기존의 행정자치부를 '행정안전부'로 개편한 것은 탁월했다. 그러나 지금 무늬만 안전일 뿐이다. 자국민의 안전보다 외국인을 우선시한다는 자조적 비판이 생기고 있다. 격동의 시대이다. 잘못된 정치탓에 국가가 무너지면 개인은 기댈 곳이 없다. 세상사 벗어놓고 꽃이 피고지는 것만 보자(不言人是非 但看花開落). 하지만 코로나로 꽃구경도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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