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나쁜 선거법이 꼼수 위성정당 만들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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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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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칼럼] 나쁜 선거법이 꼼수 위성정당 만들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며칠 앞으로 다가온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위성정당의 선거 참여라는 유례없는 특이점이 나타나고 있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지난 72년의 대한민국 역사 속에 어용야당, 이중대 정당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대놓고 위성정당을 만든 사례는 없었다. 그런데 왜 이 시점에서 위성정당이 나온 것이며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돼야 할까?

위성정당 등장의 직접적 원인이 공직선거법 개정에 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공직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던 자유한국당이 급기야 비례대표선거를 위한 별도의 정당을 만든다는 기발한 방안을 들고 나왔고, 이를 비판하던 여당에서조차 똑같이 비례대표선거를 위한 위성정당을 만들었으니, 결국 왜곡된 선거제도가 왜곡된 정당 형태로 이어진 셈이다.

독일이나 뉴질랜드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하지만 위성정당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위성정당이 탄생한 것은 왜곡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때문이다. 성공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해서는 지역구 중심의 선거가 아닌 비례대표 중심의 선거여야 하며,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가 1:1에 가까워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선거는 명백히 지역구 중심이다. 더욱이 의석수의 비율도 독일은 엄격하게 1:1이고, 뉴질랜드는 약 1.4:1인 것에 반하여 우리나라에서는 253:30(약 8.4:1)이니 정상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불가능하다.

도대체 30석을 가지고 연동을 한다는 것도 터무니없지만, 이럴 경우에 지역구 의석을 많이 차지하는 양대 정당에 대해서는 비례대표 의석 배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그 결과 초과의석으로 인하여 비례대표의석을 받을 가망이 거의 없는 양대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겨냥해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정의당 등 군소정당의 설 자리는 더 좁아졌고, 이럴 거면 왜 선거법을 개정했는지가 문제되고 있다. 정치개혁특위에서 개혁이 아닌 개악의 자충수를 두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이런 위성정당이 위헌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실련 등에서는 헌법재판소에 위성정당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차적으로 위성정당의 설립을 공권력의 행사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를 요건으로 하는 헌법소원심판이 인정되기 어렵다. 일단 정당으로 인정된 이상 그 해산을 위해서는 과거 통진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위헌정당해산심판의 요건과 절차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헌법상 정당설립의 자유가 인정되고 있는데 명백히 헌법질서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 이상 위헌정당으로 인정되기도 어렵다.

위헌성 논란 이외에 위성정당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관한 주장들도 있다. 예컨대 위성정당의 공천과정에서의 잡음 등을 이유로 공천의 민주적 절차를 요구한 공직선거법 제47조 제2항 위반을 문제 삼는 것이다. 하지만 공천과정의 잡음은 위성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며, 수많은 정당에서 발생하는 공천 갈등을 내버려 둔 채로 위성정당에 대해서만 문제 삼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결국, 위성정당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그 뿌리인 '왜곡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물론 대한민국의 정치문화에 여러 문제점이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원칙보다 이익이 우선하고, 전 국민의 눈총보다는 의석 하나를 더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정당들에게 위성정당의 유혹은 극복하기 어려운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야당의 위성정당 설립을 격렬히 비난하던 여당도 결국은 슬그머니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았는가.

중장기적으로는 정치문화의 개혁, 그리고 이를 지속적으로 감시·통제할 수 있는 시민의식의 성숙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의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우선적 과제다. 지역구 갈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합의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원점으로 돌아가는 편이 낫다. 그편이 꼼수 비례정당보다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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