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상춘객들이 몰리면서 관광지들이 고심에 빠졌다. 봄을 맞아 코로나 19에 대한 조심하는 마음도 느슨해지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버스 승객이 늘어 버스 기사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강원 삼척시가 지난 3일 오후 유채꽃밭을 모두 갈아엎었다. 유채꽃 축제를 취소했고 아예 출입 통제까지 했지만 상춘객 발길이 끊이지 않은 탓이다.
드라이브 스루로 '눈팅'만 하라고 한 통제가 먹히지 않자 극단의 수단을 동원한 것이다.
상춘객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마을 입구에 주차해 유채꽃밭으로 들어갔다.
삼척시는 트랙터 4대를 동원해 전날 오후 1시 20분께부터 오후 4시 10분께까지 3시간여만에 유채꽃을 모두 제거했다.
삼척시 근덕면 상맹방리 옛 7번 국도변에 축구장 넓이의 7.8배인 5.5㏊ 규모로 조성된 유채꽃밭은 결국 황량한 풀밭이 됐다.
강릉시는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말도 벚꽃이 절정에 달한 경포호 벚꽃길 주변의 주차장을 전면 폐쇄하고 곳곳에 통제 인원을 배치해 상춘객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했다. 동해시는 상춘객을 맞기 위해 지난해 4월 5일 산불로 전소된 망상오토캠핑리조트 건물 철거 부지에 유채꽃밭을 조성했으나 코로나19 유입 우려가 커지자 이날 일반인들의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제주도 역시 마찬가지다. 봄철 관광명소로 꼽히는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녹산로 유채꽃밭에 상춘객이 몰리면서 도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있다. 녹산로 일대에서 열기로 한 제38회 제주유채꽃축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됐다.
이 곳은 유채꽃과 벚꽃을 함께 볼 수 있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꼽힌 곳이다. 하지만 최근 표선면 가시리 마을회는 현재 이른 시일 내에 갈아엎어달라고 서귀포시에 요청한 상태다. 서귀포시는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 파쇄 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울주군은 가장 많은 상춘객이 찾는 작천정 벚꽃길 입구에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과 간판까지 내걸었다. 경기도는 4월 첫째 주말(4~5일), 둘째 주말(11~12일) 도청사의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주변의 불법 노점상과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에서는 봄을 맞아 버스 승객이 마스크를 벗기 시작하면서 이를 막으려는 버스 기사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승객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지적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반발을 해 기사들의 고충을 배가 시키고 있다. 한 버스기사는 "손님한테 마스크를 써 달라고 했다가 회사에 '기사가 불친절하다'는 민원이 들어오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한 벚꽃길을 자전거를 탄 상춘객이 지나고 있다. 길 옆에 '통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