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칭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또 다른 충격은 공범인 공익근무요원의 병적인 교사 스토킹 행위다. 담임교사를 스토킹 한 것을 물론 그의 딸까지 살해할 계획을 꾸몄다.
무엇보다 문제는 담임교사의 개인정보가 속절없이 노출됐다는 점이다.
4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현재 교사 개인정보가 담긴 인사 발령 정보를 일정 기간 후 삭제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이 공무원의 성명과 직위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이를 비공개 정보관리에 대한 자격 요건을 제한하지 않고 공익요원들이 열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앞으로 교원(교장, 교감, 교사) 정기인사 때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세부 발령 정보를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아직 기한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3일에서 1주일 후 삭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인사의 투명성 등을 이유로 전체 대상자의 과목, 발령전 소속 학교, 발령지역(지역교육지원청) 등의 정보가 공개돼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정보의 공개는 이번 'N번방' 운영자 조주빈의 공범인 수원시 영통구청 공익요원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예상치 못한 범죄로 이어졌다. 이 공익요원은 고교시설 교사를 지속해서 스토킹하고, 급기야 조씨와 피해 교사의 딸에 대한 살해 모의를 한 사실이 국민청원을 통해 드러났다.
국민적 공감대가 커지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국민청원 교사에게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교육청의 조치는 이 같은 사과 뒤에 나온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높다. 우선, 정보가 삭제되기 전까지는 개인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된다는 점은 변하지 않을뿐더러, 각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된 교사의 이름을 현행법상 비공개할 근거가 없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 3조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전문가들은 시대 변화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한 층 더 높은 방어막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공익요원이 손쉽게 행정망에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게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공익요원 최모씨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