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칼럼] `코로나 전쟁` 트럼프라 미덥지 않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4/2020040102102269061001[1].jpg "[박영서 칼럼] `코로나 전쟁` 트럼프라 미덥지 않다")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이 유령도시로 변했다. 마치 베트맨 영화에 나오는 '고담시'(Gotham City) 같다. 인구밀도 높기로 유명한 맨해튼 거리는 한산하다. 평소 같으면 관광객들로 붐볐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입구에는 경비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뉴욕 시내 모든 식당과 술집이 문을 닫았다. 뉴욕 브로드웨이 연극,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도 중단됐다. 학교는 휴교했고 프로농구(NBA)와 골프, 풋불 경기도 열리지 않는다. 유일하게 마트만 북적거린다.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생필품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마트 앞에선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다.
수도 워싱턴 D.C.도 휑하다. 해마다 3월 중순이 되면 포토맥 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는 벚나무에 꽃이 만개한다. 이맘때면 벚꽃 축제를 즐기기 위해 15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워싱턴 D.C. 시장은 주 방위군을 동원해 사람들의 접근 자체를 아예 막아버렸다. 시 당국은 올해는 벚꽃을 촬영한 영상을 올려놓은 사이트를 대신 감상할 것을 권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에서 코로나19 충격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코로나19 감염국가가 됐으며 그 여파로 경제가 고꾸라지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중단됐고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만약 앞으로 반년 동안 국민들이 외출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국의 경제상황이 1929~33년 대공황 당시와 비슷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같은 경기 불황은 트럼프 재선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미국 역사를 보면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을 때 현직 대통령들은 재선에 거의 실패했다. 예외는 딱 한 명이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1900년 대선에서 재선된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뿐이다. 매킨리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던 것은 기업인들을 협박하다시피해 당시 돈으로 250만달러를 거둬들여 선거판에 뿌렸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돈이었다고 한다. 매킨리 외에 재선을 노렸던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 허버트 후버 대통령, 지미 카터 대통령, 조지 W 부시 대통령 모두 낙선했다.
과거의 역사가 반복된다면 대선 직전 불경기에 직면한 트럼프의 재선은 위태롭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가 전례가 없는 것이어서 이렇게 단언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사상 최고인 점을 보면 재선 가능성도 점쳐진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7%였다. 이는 지난 2월 실시된 같은 조사 때보다 2%포인트 오른 수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대응'에 대한 지지율은 57%로 취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전략은 책임 전가와 애국심 고양이다. 트럼프는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의도적으로 칭하면서 감염 확대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는 인상을 주려한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미국이 바이러스와 전쟁 중에 있다"면서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하라고 넌지시 주문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 코로나19는 11월 대선의 최대 어젠다가 됐다. 집권 이후 최대 시험대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매일 열리는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의 브리핑을 자신의 대선 유세로 일면 활용하면서 돌파구를 열려고 한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 전개상황에 따라 대선의 승자가 가려질 것이란 점이다. 코로나 사망자가 급증하면 트럼프의 낙선 가능성은 커질 것이고, 팬데믹이 진정되면 경제의 V자 회복 혹은 U자 회복을 실현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바이러스라는 '진짜 적'을 만났다. 그 적은 악당 조커만큼이나 사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배트맨 역할을 해준다면 재선은 문제없을 것이다. 그런데 미덥지 못하다. 정치적 이해타산을 버리고 국민만을 생각할 것이란 생각이 별로 안 든다. 그의 자화자찬을 들으면 더욱 그렇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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