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비상경제회의 전문가 진단
중산층·고연령층 현금성 지원 효과 반감
모든 사람에 평등 지원해야하는지 의문
무차별 현금 살포 좀비기업도 수혜받아
우량기업 붕괴 막을 인프라 개선 급선무
중산층·고연령층 현금성 지원 효과 반감
모든 사람에 평등 지원해야하는지 의문
무차별 현금 살포 좀비기업도 수혜받아
우량기업 붕괴 막을 인프라 개선 급선무
연합뉴스
경제전문가들은 30일 정부가 총 9조1000억 원을 들여 소득 하위 70%, 약 1400만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데 대해 "소비 진작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결국 소비를 늘리려면 '보편적'으로 나눠주는 것보다 소득분위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은 피해에 따라 '계단식'으로 차등 지급하는 식이 적절하다는 얘기다. 이른바 '좀비 기업'에 대한 지원을 막고, 우량기업을 살릴만한 정책적 방향과 전략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은 "정부가 현물 성격의 지원을 해버리면 중산층 이상 계층에서는 '구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구축효과란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가 되레 시장에서의 민간 소비와 투자 등을 위축시킨다는 의미의 경제용어다. 이 회장은 "중산층에서는 이미 하던 소비를 줄여 저축하고, 지급 받은 상품권 등으로 우선 소비를 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며 "소비 진작 효과는 감소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받은 계층에 대한 지원은 옳지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저소득층이 많은 고연령층의 경우 정부의 현금성 지원에 따른 효과가 반감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인 노인 빈곤율(2016년 기준 46.5%)을 감안할 때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소비보다는 저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정부지출이 민간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50·60대와 그 이상 연령대에서는 정부의 재정 지출이 소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홍종호 한국재정학회장도 "현재 소비가 줄어든 원인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품권과 전자화폐 등 지급 방식을 두고서는 "현금 대신 현물성 보조를 하겠다는 의도로 저축 대신 소비를 하라는 의미"라면서도 "개개인이 필요한 방식으로 소비를 못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홍 학회장은 실질적으로 소비를 늘리려면 현금을 지급하더라도 소득분위별로 차등 지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같은 금액을 일률적으로 똑같이 지급하기보단 하위 20%, 하위 40%, 하위 60% 등 차등적으로 지급해야만 같은 재정을 투입하고도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계층에 대한 대책도 같이 나와주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긴급재난지원금에 따른 국가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미 현 정부 들어 매년 추경을 편성해온 만큼 재정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긴급재난지원금에 따른 9조1000억원의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오는 4월까지 7조1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계획을 세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피해를 직접 입었거나, 소득이 낮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이해할 수 있지만, 현금 지원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 재정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와 올해 재정을 크게 팽창시킨 상태인 데다 세수 결손까지 겹쳤다"며 "앞으로 세금을 늘리게 되면 민간에서의 자금 흐름이 위축돼 경기 전반이 부진해지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대량실업을 막고 우량 기업들이 붕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점을 볼 때 정부의 이번 정책은 방향과 철학이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무차별 현금을 살포한다고 해서 소비가 진작된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시중은행이 보유한 방대한 기업정보를 활용해 우량기업을 살리고 약해진 경제 인프라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소비 진작에 일부 효과가 있을 것이란 반론도 나왔다. 김민호 한국산업경제학회장은 "차등 지급할 경우 지급대상을 구별하려면 행정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문제가 있다"며 "우선 죽어가고 있는 중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에게는 충분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현금이 지급될 경우 경기를 진작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승제·김동준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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