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위성정당 `괴물` 만들어… 국민의 정치 무관심 가속될까 걱정" [박명호 안민정책포럼 회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된 4·15 총선, 이제껏 한번도 해보지 않은 선거 치르게돼
민주당도 자신들의 의석 잃는데 안타까움 버리지 못해, 법 안 지켜도 된다는 인식
결국, 정치권의 권력 투쟁적 모습만 부각 되고 공동체 방향 제시·소명의식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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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 위성정당 `괴물` 만들어… 국민의 정치 무관심 가속될까 걱정" [박명호 안민정책포럼 회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명호 안민정책포럼 회장·동국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명호 안민정책포럼 회장·동국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희화(戱化)된 위성정당의 비례대표에 얽힌 뒷담화만 빼곤 정치가 사라졌다. 총선이 20일도 안 남았는데 이슈가 코로나에 휩쓸려버렸다. 비례대표가 그나마 시선을 끄는 것은 선거제의 맹점을 이용해 각 당이 별의 별 묘수를 쓰며 국민의 혼란한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코로나 선거'가 된다 해도 신성한 국민의 선거권은 제대로 표현돼야 할 터다. 현실 정치과정에 송곳같은 분석을 내놓는 박명호 동국대 교수로부터 고견을 들었다.

"비례 위성정당을 둘러싼 행태가 국민의 매서운 지탄 대상이 될 겁니다. 그리 된 것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 허탈감이 큽니다. 국민들은 이쪽이나 저쪽이나 '다른 게 없다'라며 심각한 정치적 불신을 쌓아가고 있어요. 이것이 어떻게 표출될 지 궁금합니다. 실망이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지만, 정치권에 대한 책망이 투표로 나타날 수도 있어요.(중략) 정치는 가장 숭고한 목표를 가장 저급한 수단으로 이뤄야 할 상황에 몰릴 때가 많아요. 그럴 때에 리더는 회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자리에 그가 있는 것은 국민이 그런 일을 하라고 명령한 거예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치권은 그런 소명의식이 부족합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박 교수는 총선 이후 총리추천제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레임덕 수준을 낮추거나 늦추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여소야대가 되면 여권에서는 꼭 해야 할 일이고, 여대야소가 되더라도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총리추천제의 지혜를 노무현 대통령 당시 이해찬 총리, 2016년 박근혜 대통령 당시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의 경우에서 찾았다. 그러나 전자는 큰 결실 없이 끝났고 후자는 무산됐다. 박 교수는 "총리추천제를 통해 국회-정부 협치, 여야 협치가 가능할 것"이라며 "개헌을 통하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과 야당의 협조로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의 의지에 의존한 정국운영이기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인터뷰는 지난 20일 서울 충무로 박 교수가 회장으로 있는 안민정책포럼 사무실에서 가졌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법이 개정됐지만, 실질적으로 법 효력이 사라진 이상한 선거법으로 선거를 치르게 됐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문제가 돌출된 겁니다. 처음 해보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인데다 더욱 비례 위성정당이라는 '괴물'까지 생기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는 선거를 치르게 됐습니다. 꼼수, 편법, 되치기가 난무하는 난장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해찬 대표가 민망하다고 하긴 했는데, 사과를 해놓고 또 합리화하려 했단 말이에요, 절대 합리화 될 수 없는 것을. 사과로 끝났어야 합니다."

-미래한국당은 모정당인 미래통합당이 100% 조정하는 위성정당인데 비례대표 후보 추천에서 갈등이 생긴 것이 참 의아합니다.

"저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의 문제라고 봅니다. 황교안 리더십이 실패했다는 말이잖아요. 망신이죠. 어차피 한선교 대표는 물러나면 끝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타격이 크지요. 김종인 전 대표 영입 실패까지 있으니까요. 어찌됐든 상처는 회복하겠지만요. 미래한국당 공천파동 이전까지는 그림이 그려졌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나마 황 대표가 공천파동을 신속하게 정리함으로써 잃었던 점수를 좀 회복했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그건 그렇죠. 이미지 추락을 최소화한 것은 있어요. 그래도 상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당초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거죠."

-황 대표가 사람을 잘못 본 건가요, 아니면 정치적 수완이 부족한 건가요.

"공천이라는 게 대단한 정치적인 과정이거든요. 정치권력 투쟁의 '끝판 왕'이에요, 사실은. 기존의 권력관계가 공천을 결정합니다. 그 과정에서 공천의 결과가 그 다음의 권력관계를 또 결정을 해요. 공천 받아서 당선되면 좋지만, 안 되는 사람이 더 많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들은 또 당협위원장으로서 지역을 장악한 사람이 돼요. 양당 뿐 아니라 모든 정당들이 2022년 대선을 향해 가는데, 그 정당의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당협위원장들은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거지요. 주자들 입장에서는 그들이 중요하지요. 그러니까 공천과정에서 역할이라는 게 불기피한 거죠. '황교안 키즈가 몇 명이 공천되고 몇 명이 당선됐다'라는 식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결국은 이번 총선이 끝나게 되면 대선을 향해 출발신호가 울리는 거거든요. 당내 경쟁, 범세력권 내에서의 후보경쟁이 본격화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정치인들이 너무 파벌로 분열돼 있고 계파이기주의에 빠져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결국은 정치는 세력 싸움입니다. '정치는 악마와 거래하는 것'이라고 했거든요. 막스 베버가 그렇게 얘기를 한 것은 대단히 이상적인 것을 추구해야 하지만, 대단히 현실적이야 된다는 겁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얘기한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문제해결능력'이라는 거거든요. 한쪽 발은 대단히 이상적인 것을 밟고 있어야 하지만, 한쪽 발은 대단히 현실적이어야 된다는 겁니다. 공천은 뒷부분의 이야기거든요. 명분이고 뭐고 필요 없어요. 힘 대 힘의 대결인거고, 되는 사람이 잘 하는 거예요. 공천 과정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현실적이지 않은. 우리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인식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해요. '공정해야 된다, 공정할 것이라는 신화'가 있어요. '객관적일 것이다,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신화가 있어요. 그런데 공천과정은 절대 공정하지도 않고 절대 객관적이지도 않은 지극히 권력 대 권력이 맞붙는 지극히 현실적인 과정이에요."

-그렇더라도 국민들은 공천이 이념과 가치가 공유돼 이뤄지길 바랄 텐데요.

"공천 과정에서 일어나는 정치는 가장 원형으로 보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굳이 따져보면 동물의 세계, 동물의 왕국인 거에요. 그런데 인간 세계의 정치는 그런 속성을 똑같이 갖고 있는 겁니다.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서생적 문제의식이란, 그러니까 '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거기에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개인과 가문의 영광'이라고 여기는 이는 많을 텐데, 흔히 말해 '국가와 민족을 위해'라는 것은 상투적인, '국민교육헌장 외는 것'이라는 거죠. 정말 그 사람의 어젠다가 뭐냐, 그 어젠다가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냐, 시대정신에 대한 고민이 무어냐는 데서 출발해서 공직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아직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요."

-이상보다 현실에 빠져있다는 말씀인가요.

"다시 리더십 얘기로 돌아가면 그렇게 정치가 가도록, 그런 사람들이 충원되도록 공천과정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 리더십이지요. 그것이 한쪽 발인데, 다른 한쪽 발은 대단히 권력투쟁적인 현실적인 것이 돼야 하는 거에요. 황교안 대표도 무언가 잘못을 했을 거예요. 한선교 대표를 인간적으로 믿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결국 안전장치를 썼잖아요. 제 짐작은 한선교 대표와 담판을 했을 겁니다. 직접했든 대리인을 했든. '스스로 명예롭게 사퇴하느냐, 아니면 지도부 공중분해되느냐' 그러면 뒤에 것보다 앞에 것이 조금 더 명예스럽지요."

-아무튼 이번 총선은 작년 범여 소위 '4+1협의체'가 강행처리한 공직선거법 취지가 모두 사라진 상태에서 치러지게 됐습니다.

"의미 없는 법이 됐지요. 재작년 단식(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선거법 개정 요구 단식)이 시작돼서 작년 말 강행처리로 마무리된 건데요, 정말 소모적이고 결국은 다음 국회가 어떤 선거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가장 먼저 (선거법을) 논의해야 할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을 예상을 못했던 거지요."

-개정된 선거법의 무엇이 특히 문제인가요.

"두 가지라고 생각을 합니다. 첫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논의할 때 두 조건이 충족이 되지 않은 겁니다. 우선 비례의석이 너무 적었어요. 다음은 완전한 연동형이 아니었습니다. 준연동형이었어요. 비례의석이 기본적으로 적은데다가 2대1은 돼야 하는데, 초과의석을 안 만들려다 보니 이 두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나타난 겁니다. 둘째, 첫째 조건을 지키지 못했다면 적어도 비례의석 75석은 지켰어야 합니다. 그것이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었어요. 그런데 이것도 지역구 줄일 수 없으니 거의 야합 수준에서 현행 의석대로 간 거잖아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유를 찾자면, 거대 정당들, 민주당도 처음부터 자기들이 의석을 잃는 데에 대한 안타까움을 버리지 못한 겁니다. 대범하게 잃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위성정당 만들어 본심을 드러냈잖아요."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드는 데에 의외로 '4+1협의체'로 공조했던 다른 야당들이 별로 반발을 안 한다는 겁니다. 더욱이 정의당이 의외로 조용하거든요.

"정의당은 비례 연합체에 참여 않기로 했지요, 정체성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민생당은 성격이 좀 다릅니다. 박지원 의원 같은 분은 참여를 원했을 수도 있습니다. 명분이 안서거든요. 민생당의 특징은 호남의 다선 중진급들이잖아요. 개인경쟁력이 있는 사람들이니 참여를 않는 거지요. 그런 차원에서 지역에서는 자신을 찍고 비례에서는 어디를 찍든 사실은 상관 없잖아요. 범여로 포함되는 거에 대해서는 부담이 없는 거지요. 그래서 크게 반발을 않는 거 같아요."

-이런 희한한 제도가 우리 선거법 역사에서나 해외에 있었나요.

"없습니다. 현실과 법규가 따로 노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거거든요. 법을 안 지켜도 된다고 하는 것을 인식하게 만든 겁니다, 국민에게. 비례대표 공천도 민주적 심사와 절차, 투표를 거치게 돼있거든요. 그러면 민주당이 우리 후순위로 가서 양보하겠다고 하는 것이 민주적 절차와 투표냐? 양보하면 민주적인 것이냐? 그 양보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이 법을 만들면서 법 조항을 제대로 읽어보았는지 궁금해요. 유권해석을 선관위에 요청했단 말이에요, 자기들이 법을 만들어놓고. 그러니까 의석만 신경을 쓴 거에요. 선거권 18세 연령 인하도 같은 맥락이에요. 문제를 예측하지 못한 겁니다. 아무도 신경을 안 쓴 거에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법이 다 통과해버린 겁니다. 정치가 결국은 권력투쟁적 성격의 뒤쪽 발만 부각이 된 거고, 공동체가 어디로 가야한다는 공적 영역의 어젠다와 소명의식을 갖춘 사람이 없었던 겁니다."

-현행 선거법의 가장 큰 맹점 중 하나가 비례대표 투표에서 유권자가 자기가 행사한 표가 최종 귀착되는 것을 잘 모른다는 거거든요.

"이번 제도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거든요. 준연동형이라는 것도 없어요. 지극히 한국적인 것인데다가 그런 제도를 고안하게 된 데는 거대정당들의 정치적 손해를 최소화시키겠다는 의도에서, 그것만 찾다보니까 이렇게 된 거에요. 왜곡된 거죠."

-직능대표의 필요성, 소수의견 반영, 군소정당 의석 배려 등이 비례대표제의 장점인데, 비례대표제 없이 민주제를 잘 하는 영국이나 미국도 있지 않습니까.

"어떤 제도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의 비례대표제는 왜곡돼 버렸어요. 사실은 복잡하지 않을 것이었는데, 과정을 거치면서 복잡하게 됐습니다. 100% 연동형도 아니고 준연동형인데다가 그 중에서 또 50%만 적용이 되고 30석만 대상이 되니까요. 뭔가 명분이 떨어지는 얘기를 해야 되거나, 앞에 했던 얘기를 번복해야 될 때나, 당당하기 어려우면 설명이 길어져요. 전제가 많이 달리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가 우선해야 할 게 뭐냐, 왜 해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제사에는 관심 없고 잿밥에만 골몰한 밀실합의가 빚은 참사'라고 제1야당은 공격하고 있는데요.

"재작년 12월 단식에 따른 5당 합의에 연동형 비례제를 중심으로 논의한다는 데는 개헌논의도 함께한다는 것이 들어가 있었어요. 결국은 선거제도만 논의가 됐고 개정이 이뤄진 것입니다. 원래는 같이 가야 되는 거에요. 2017년 개헌 논의가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선거법 논의에 물꼬가 안 트이니까 개헌논의가 진행이 안 된 겁니다. 선거법의 합의가 개헌의 입구고 정부형태 권력구조가 출구였는데, 입구에 못 들어간 거지요. 사실은 문재인 개헌안 뿐 아니라 2017년 지방선거 때 양측 개헌안이 제시는 됐었거든요. 그런데 문재인 개헌안과 당시 자유한국당의 개헌안이 가장 크게 차이가 났던 것이 총리의 문제였습니다."

-현재와 같은 총리제와 실권이 있는 총리제의 차이인가요.

"문재인 개헌안에서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가 동의하는 안이었어요. 별다른 역할의 변경이 없는 개헌안이었죠. 그렇게 한 이유는 당시 민주당 입장에서는 20년 집권론이 나온 것처럼, 계속 집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상황이었어요. 대신 야당은 총리선출제를 얘기했었거든요.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 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의회 다수파가 될 가능성은 좀 높거든요. 총리를 통해서 이원집정제로 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거죠. 사실은 그 문제의 돌파구와 선거제가 맞물리면 됐었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까 비례대표제를 없앨 수도 있지 않느냐고 했는데, 국민들 입장에서는 직접 뽑고 싶어 할 겁니다."

-준연동형 비례제에서는 득표수와 의석률의 괴리가 더 커지나요 좁아지나요, 물론 지금은 제도 자체가 형해화 됐지만요.

"지금과 같은 제도에서는 득표수와 의석률간 괴리가 좀 심해요. 우리처럼 특정 지역의 표가 특정정당으로 쏠리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A라는 정당이 A라는 지역에서 전체 득표의 50% 남짓 얻었는데 의석은 거의 90% 이상 100% 얻게 되는 거거든요. 그러면 나머지 40% 이상의 표가 사표가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몇 개 지역이 항상 그렇게 돼왔거든요. 정당 입장에서는 텃밭만 확실하면 항상 이 정도 수준은 유지할 수 있는 거였지요. 그러니까 굳이 다른 제도를 쓸 이유가 없는 거에요.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거제 개편은 필요해요. 그런데 그게 꼭 지금과 같은 제도냐 하면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다만, 정부형태 권력구조가 함께 논의해야 된다는 거거든요. 내각제의 선거제도와 대통령제의 선거제도가 달라야 하거든요. 제도간 궁합이 맞아야 합니다. 제도적 정합성을 말합니다."

-아무튼 20대 국회의 마지막 숙제이든 21대 국회 첫 과제이든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된 셈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식의 선거제와 총리추천제 정도가 맞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는 완벽한 대통령제가 아니예요. 어정쩡하게 돼 있어서, 필요에 따라 대통령제이기도 하고 내각제이기도 하는 식이 되어버렸어요. 실은 제헌 때부터 꼬인 거에요. 유진오 헌법 초안의 내각제가 하루이틀 사이에 대통령제로 바뀌면서 내각제적 요소들이 남게 된 겁니다. 대표적인 것이 총리제도이고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겁니다. 삼권분립의 대통령제에서는 없는 성격이지요. 협치 거버넌스, 즉 입법기관과 행정부의 협업을 통한 국정의 동반자라는 차원에서 보면, 가장 낮은 수준의 총리추천제서부터 시작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회 총리추천제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총리보다는 대통령에 대해 독립성이 높겠군요.

"총리추천제는 가장 낮은 수준의 국회-정부 협치 형태입니다. 국회의석 분포에 따라서 정파별로 추천하고 대통령은 그 중 한 명을 지명하고 국회가 동의하는 겁니다. 처음에 열 명 추천하던 데서 다섯 명으로 줄고, 결국은 범진보 범보수에서 한 명씩 추천하고 나중에는 선출까지 이어지는 데까지 가면 대통령 권력과 총리 권력이 상생하게 되는 수준에 이르게 되겠죠."

-노무현 대통령 때인가요, 당시 책임총리를 운영하겠다고 한 적 있고 또 김영삼 대통령 때 이회창 총리가 총리의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했다가 실패로 끝난 경우가 있는데요.

"책임총리제의 실패를 보면 인간에 의존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 때가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제도적으로도 시도를 했어요. 예를 들면 총리 중심으로 내정을 하도록 국무회의 운영을 맡겼어요. 총리실도 강화했습니다. 지금 국무조정실이 장관급인데, 양 차장제를 두면서 총리실을 강화했어요. 한계도 있었지요. 대통령의 의지에 의존한다는 거에요. 대통령이 임명했기 때문에 책임을 대통령에게 지는 거거든요. 그런데 총리추천제가 되면 반은 국회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진다는 거에요. 그렇게 되면 절반, 절반 나눠갖는다는 얘기가 되지요. 총리권력의 양은 대통령의 신임이 아니라 국회에서 얼마나 다수파의 지지를 받느냐에 걸려 있게 되는 거지요. 지금 당장은 어려울 텐데, 전제는 대통령과 국회의 협치 의지지요."

-그 부분에서는 참 회의적인데요.

"그동안 경로의존성을 보면, 총리제를 가진 70여 년 동안 헌정사하고 인사청문회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전·현직 의원들은 인사청문회에서 한 번도 낙마한 적 없어요. 최종 단계로 간 게 입법부 수장이 총리된 거라고 생각해요. 갈 데까지 간 겁니다. 총리를 의원이 할 수는 있었는데, 국회의장을 하고 나서 총리를 하는 경우는 없었거든요. 저는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았어요. 저는 이것이 총리 추천제로 가는 첫 단계라고 봐요. 책임총리가 되려면 제도적 기반 외에도 개인적 정치적 기반이 확실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4·15 총선 이슈를 집어삼킨 형국인데요.

"이번 총선은 안타까운 게 코로나사태로 관심이 비껴져 있다는 건데요, 투표율이 좀 떨어지지 않겠나 생각을 합니다. 또 투표날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선거까지 과정에서 다중이 모이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선거운동도 제대로 할 수 없을 테고 이슈가 가려져 있어요. 다음 주 쯤에는 아마 비례 위성정당을 둘러싼 행태 등에 대한 논란이 최고점을 찍을 겁니다. 이것이 가져다줄 실망감 허탈감이 클 겁니다. 국민들이 '뭐 다른 게 없다'라고 하는 생각을 할 겁니다. 그러면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가속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여기에 또 코로나까지 반전해 악화하면 최악으로 갈 거 같습니다."

-코로나사태가 집권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악재인가요.

"저는 마스크 배급제 한다고 할 때 처음 한두 주는 양보한다는 생각에서 줄을 안 섰거든요. 그 후 한 번 서봤어요. 우연히 나왔다가 보니 줄을 섰더라고요. 10시부터 판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9시 20분 쯤 됐어요. 그래서 한 40분 정도 섰었습니다. 줄 서 있는 분들을 쭉 보면서 과연 이 사람들이 4주 후 선거 때 어떻게 할까 생각해봤어요. 분노와 실망 같은 마음이 있을 텐데, 분명히 어딘가로 분출을 할 텐데, 그 분출구가 어딜까, 어디로 갈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분들의 얼굴에 써있는 분위기와 줄의 흐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그들이 불만을 제기한다면 일차적으로는 정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정부가 잘못했냐? 근본적으로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긴 했거든요. 방역관리에서 실수가 있고 논란도 있고 한데, 이번 선거는 결국은 코로나 선거가 됐습니다. 많은 이슈가 가려졌어요. 그것 때문에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드는 것도 이슈가 안 된 셈이 됐고요. 이해찬 대표가 민망하다고 하고 이낙연 전 총리도 민망한 상황이라고 했지만, 그 분은 말 만 하잖아요. 언론인 출신이라 그런지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워딩으로 잘 빠져나가는데, 이미지만 메이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선 주자인 두 전직 총리가 종로에서 맞붙는데요.

"이낙연 전 총리의 과제는 자기 컬라를 만드는 것인데, 워딩과 타이밍의 적절함은 있는데, 현실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국가지도자급 리더들은 리더십이 깔끔해야 되거든요. 솔직함이 있어야 합니다. 당당하지 못하고 명분이 약하고 그러다보니 말이 길어지고 깔끔하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두 분 다 그런 점을 보완해야 합니다."

-바람직한 리더십은 어떤 것입니까.

"통찰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시대에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잘 파악하는 것. 시대정신이고 소명이고 자신의 어젠다가 무엇인가 찾는 겁니다. '왜 내가 이 시점에서 국회의원이 돼야 하느냐'에 대한 설명이 돼야 한다는 거지요. 말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문제의식과 대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정치 신인 충원 프로세스가 지금 잘 작동한다고 보시나요.

"이번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 공천 과정을 보면 어느날 갑자기 뚝딱 들어와요. 국회를 진화시켰느냐 정치를 좀 더 나아진 국회로 만들었냐 하면 그렇지 않거든요. 훈련이 돼야 하고 검증이 돼야 하는 건데, 그냥 많이 알려지고 유명해진 경우, 어느 날 갑자기 이슈가 됐던 경우 등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 것에 몰두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최근 인재영입이 관심을 못 받았고 별로 파급효과도 못 냈던 것 같아요. 이번에 국민들이 깨달았다고 생각해요. '안철수'가 어느 날 갑가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거에요. 어느 날 갑자기 슈퍼스타가 나타나가지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경우는 없다는 겁니다. 훈련과 검증과 경쟁의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져야 하는 거지요."

-한때 세찼던 '안철수 효과' 또는 '안철수 바람'은 이제 사라진 건가요.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마지막 기대가 남아 있다고 봐야지요. 대단히 현실적인 문제인데요, 사람들이 이제 깨달은 것 같아요. 그에 대해서는 안철수 전 대표가 큰 공헌을 했다고 봅니다. 안철수 전 대표 얘기를 하자면, 대구에 가서 의료봉사활동을 할 때 국민의 호응이 가장 좋았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 걸 보면 안철수 대표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공익에 기여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게 꼭 정치인 것만은 아니거든요."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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