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들지 않는 유럽… 의료시스템 붕괴 위기

이동금지령 등 조처에도 맹위
伊·佛·스페인 포화상태 근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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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들지 않는 유럽… 의료시스템 붕괴 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집중 발생한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주 베르가모 시의 한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지난 17일(현지시간) 의료진이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베르가모=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을 휩쓸면서 스페인과 프랑스 등 일부 국가의 의료시스템이 마비 직전 상황까지 내몰리며 우려를 낳고 있다. 각국의 공공의료 수준과 체계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자 대비 사망자 수 비율에서도 큰 격차를 보이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의료체계 붕괴로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나라가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공공의료 비중이 높고 안정적인 의료보험 체계를 갖췄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긴축 재정을 펼치면서 의료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공공의료 체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의료 관련 재정을 심각하게 삭감함으로써 의료 수준이 크게 떨어진 것. 그로 인해 병상 수, 의료장비, 의료인력 유출 등이 발생하면서 이번 코로나19 확산 이후 갑자기 몰려든 환자를 감담할 수 없게 됐다.

프랑스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지난 10년간 프랑스 정부는 공공병원에 대한 예산을 줄여왔다. 지난 2013년 이후 6년간 정부가 축소한 병상 수만 1만7500개에 달한다. 마크롱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져, 2018년 한 해에만 4200개의 병상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23일(현지시간) 유럽 각국의 집계 상황을 보면 스페인에서 확진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2000명을 넘겼다.

스페인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상 유례가 없는 수준의 강력한 이동금지령과 국경 통제, 군 병력 투입 등을 단행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세는 꺾이지 않고 계속 맹위를 떨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코로나19 실시간 현황에 따르면 스페인의 확진자는 3만3089명, 사망자는 2207명이다.

프랑스에서도 공공의료 시스템이 점차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심각한 수도권 일드프랑스 지역과 동부 그랑데스트 지역의 상황이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병상 부족에는 군부대를 투입해 임시병상을 곳곳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프랑스는 확진자가 2만104명으로 2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862명이다.

이탈리아도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및 누적 확진자 규모는 나란히 6000명과 6만명 선을 넘어섰다. 치명률은 9.51%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전국 누적 사망자 수가 607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보다 602명(11%↑) 증가한 수치다. 누적 확진자 수는 4789명(8.1%↑) 증가한 6만3927명으로 파악됐다.

최근 하루 5000∼6000명대를 보이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4000명대로 감소한 것과 더불어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게 눈에 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일일 확진자 수 증가율이 20% 안팎을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둔화했다. 3월 내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던 확진·사망자 추이가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자 현지 보건당국도 고무된 분위기다.

이탈리아의 바이러스 확산 거점인 롬바르디아주 보건행정 책임자인 줄리오 갈레라는 "승리를 선언하기는 이르다"면서도 "터널의 끝에서 한 줄기 빛을 볼 수도 있다"고 반겼다.

이탈리아는 전국 이동제한령과 휴교령, 전국 비필수 업소 영업정지에 이어 22일 밤 전국 모든 비필수 사업장의 영업 또는 생산 활동을 중단시키는 추가 조처를 했다.

그리스는 이탈리아 방식의 전 국민 외출금지령을 내렸다. 23일 오전부터 발효된 이번 조처는 1300만명 전 국민을 대상으로 출·퇴근이나 식료품·의약품 구매, 의사 진찰 등 필수적인 활동을 제외하고는 외출이 금지된다. 체코 정부는 24일까지 기한인 상점 및 음식점 운영 금지 및 통행 제한 조치를 4월 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폴란드 정부는 일부 죄수를 상대로 코로나19의 전염을 막기 위해 교도소가 아닌 자택에서 머물도록 하는 정책을 더 이어가기로 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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