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올해 주주총회 시즌이 반환점을 돌고 있다. 주총을 앞두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방침에 긴장감이 조성됐지만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존폐의 기로에 놓이자 국민연금의 입김에 흔들리기보다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열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기업들 모두 원안대로 안건을 승인했다.
대표적으로 효성은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총괄사장, 정동채 전 문화부장관의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표명했지만 모두 통과됐다.
삼성전기에 대해서는 유지범 사외이사 선임건, 메리츠종금증권은 배준수 사내이사와 김석진 사외이사 선임건, 삼성증권은 사재훈 사내이사 선임건, BNK금융지주는 손광익 사외이사 선임 등에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모두 원안대로 승인됐다. 대한유화, 코스맥스 등도 이사 선임에 대해 국민연금 반대가 있었지만 주총 통과는 무리없이 이뤄졌다.
국민연금은 이들 기업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이력 및 독립성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지만 원안을 뒤집지는 못했다.
이 밖에 삼성엔지니어링, LG이노텍, DB손보, S&T중공업 등에 대해서는 이사보수액 한도가 과도하다며 반대표를 던졌지만 역시 원안대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책임투자 등을 위해 주주권 강화 방침을 내세웠고 지난해 말엔 주주로서 일반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는 범위와 절차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지나친 간섭이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해 올 주총에 앞서 긴장감이 맴돌았다.
일부 기업들은 이사보수액 한도를 자체적으로 낮추는 등 국민연금의 강화된 가이드라인에 발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의 생존이 우려되는 단계까지 이르자 경영진 등 이사 선임과 관련해서는 무리한 교체를 단행하기 보다 안정을 택하는 모습을 현재까지 보이고 있다.
다만 남은 주총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갈 지는 미지수다. 오는 27일엔 무려 670개 기업이 주총을 여는데 특히 한진칼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날 주총의 최대 안건은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여부인 데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모두 30%중반 내외의 우호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국민연금의 '캐스팅보트' 역할이 관건인 데 지분율은 2.9%로 높지 않지만 국민연금 입김에 다른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에게 영향을 끼친 다는 점에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앞서 25일 열리는 우리금융지주 주총에서는 손태승 회장, 26일 예정된 신한금융지주 주총에서는 조용병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가 변수다. 국민연금은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 등을 이유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는데 일반 경영진이 아닌 최고경영자라는 점에서 원안과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밖에 LS산전(24일)은 문승일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및 이사보수액 한도 승인 등 3건, 제이콘텐트리(25일)는 정관변경과 이사보수액 한도 승인 등 2건의 반대표를 받은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강화된 분위기로 이사 선임 등 가이드라인에 맞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로 국내 경제가 흔들리고 기업의 생사가 걸린 상황이어서 무리한 경영진 교체보다는 안정성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