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남 칼럼] 뒷북대책에 피멍드는 개미들

강주남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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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남 칼럼] 뒷북대책에 피멍드는 개미들
강주남 산업부장
백약이 무효다. 코로나 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퍼펙트스톰'(초대형 경제위기)을 맞고 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앞다퉈 무차별 돈 살포에 나섰지만 전염병 공포에 속수무책이다.

코로나발 세계 경제 침체 우려에 전 주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913.21포인트(4.55%) 급락한 1만9173.98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다우지수는 지난 한주 새 4000포인트(17.3%)가량 폭락했다. 주간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18.2%) 이후 최악의 한주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년간 친기업 기조를 내세워 차곡차곡 쌓았던 뉴욕증시 상승분이 코로나19로 한 달 남짓 짧은 기간에 신기루처럼 증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날인 2017년 1월 19일 1만9732를 기록한 다우지수는 1월 25일 사상 처음으로 2만선을 돌파하며 가파른 황소랠리를 이어왔다. 지난달 12일에는 2만9551까지 오르면서 '3만 고지'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에 급락세로 돌변하며 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연말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1조 달러(약 1240조 원)에 달하는 통큰 경기부양책을 서둘러 내놨다. 하지만 시장의 공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불안감이 커지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기준금리를 제로수준(0.0~0.25%)으로 파격 인하했다. 850조 원 규모의 양적완화 카드도 뽑아들었다. 전 세계에 '헬리콥터 머니'를 살포하며 경기 부양에 나선 것이다. '달러 품귀'를 막기 위해 한국 등 9개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도 전격적으로 체결했다.

하지만 약발은 오래 못 갔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2만명 수준으로 급증하면서 뉴욕주가 사실상 '자택 대피령'을 내렸다는 소식에 시장은 또다시 공포로 뒤덮였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이 10배로 급증하는 등 '코로나발 실업대란'이 현실화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불안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과 금 등 돈되는 모든 자산을 팔아치우며 '현금' 확보에 혈안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국제유가마저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서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 전 주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0.6%(2.69달러) 폭락한 22.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을 앞둔 한국 등 아시아 증시에는 또 다시 '블랙먼데이' 공포가 드리웠다.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에 전 주말 안정을 되찾는 듯 했던 우리 금융시장도 극심한 변동성이 예고되고 있다.

시장에선 조만간 나올 금융시장 안정 대책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 조성 등의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채안펀드는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지 않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고, 증안펀드는 증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30년만에 부활하는 카드다. 채안펀드와 증안펀드 규모는 각각 10조 원, 5조 원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증안펀드 규모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0조 원인 증시 총 시가총액의 0.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경제 위축과 금융 시스템 불안이 동시에 덮치면서 글로벌 증시가 초유의 변동성을 보이는 상황에서 5조 원 규모의 증안펀드가 제 역할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외국인은 전 주말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12거래일째 총 9조원이 넘는 '셀 코리아' 행보다. 우리 증시는 외국인의 ATM(현금인출기) 신세가 된 지 오래다. 하루에 1조 원씩 빼내가는데, 5조 원의 기금으로는 채 일주일도 버티기 힘들다.

30년 전에 비해 시총은 10배나 불어났는데 증안펀드 규모는 그대로인 재탕·탁상 대책이다. 증권사가 무시하면 그만인 '반대매매 자제 권고'에 이은 또 하나의 '생색내기' 대책이란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처럼 시행 시기마저 늦었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이래저래 개미(개인투자자)들만 피 터지게 생겼다.

코로나19 여파로 올 한국 경제가 '제로성장'에 빠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경제 타격이 3~4년 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코로나19로 기존 경제 정책은 180도 대전환이 불가피해졌다. 팬데믹발 패닉을 막기 위한 속도감 있고 통큰 대책을 기대해본다.

강주남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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