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반대매매 완화 `제각각`… 금융당국 압박에 혼란만 키웠다

증권사마다 완화대책 '중구난방'
혜택도 생색내기에 투자자 불만
"반대매매 담보비율 기준 제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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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반대매매 완화 `제각각`… 금융당국 압박에 혼란만 키웠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증권사들이 투자자 이익 보호와 시장안정을 위해 담보비율 하락에 따른 기계적인 반대매매를 자제할 것으로 기대합니다."(금융당국)

"반대매매를 유예해도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폭락장에서 반대매매를 않는 게 꼭 고객을 위한 것도 아니고요."(A 증권사 관계자)

코로나19 팬데믹 공포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반대매매가 급증하자 증권사들이 제도 손질에 착수했지만 기준이 제각각인데다, 실제 혜택도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최근 급락장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 의무 면제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증권사들이 신용공여 담보주식의 반대매매 제도 손질에 나섰다.

반대매매는 고객이 증권사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하고 약정한 기간에 변제하지 못할 경우 고객 의사와 상관없이 증권사가 주식을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폭락장에서 쏟아진 반대매매는 일평균 120억~130억원 수준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이처럼 하락장에 증권사 반대매매까지 쏟아지며 주가 하락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증시 안정화 대책에 증권사가 이전까지 유지해온 담보 유지 비율(140%)을 준수하지 않아도 제재를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기존 당일 장 시작과 동시에 진행하던 반대매매를 장 종료 전까지 유예해주는 한시적 반대매매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기한은 정하지 않은 한시적 방침으로 이는 영업점 계좌에 한해 취해진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투자자가 직접 장중 적절한 시점에 매도해 입금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라며 "단 영업점 계좌에 한한다"고 말했다.

별도의 고객 공지를 미루던 삼성증권도 고위험종목들의 담보비율을 170%에서 140%로 낮추고 반대매매 수량산정 기준가격은 종전 30% 할인에서 15% 할인으로 완화했다.

앞서 KB증권은 국내 주식에 대한 반대매매 대상 계좌 기준을 납입 완료일 종가 반영 담보비율 140% 미만 계좌에서 130% 미만 계좌로 낮췄다. 반대매매 수량 산정 기준가격은 기존 30% 할인가에서 15% 할인가로 임시 변경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차등적으로 적용되던 일부 종목군에 대해 담보유지비율을 140%로 완화했다.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사전 동의한 고객이나 요청하는 고객에 한해 반대매매를 하루 유예 해주기로 했다.

이 처럼 각 증권사마다 통일된 기준 없이 중구난방 식으로 완화안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혼선만 키웠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각사마다 리스크 감내 능력과 체력이 달라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긴 어렵다"며 "회사 내규로 정해진 수준에서 투자자를 고려한 방식을 선택해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위원회의 권고안에 증권사들은 섣불리 자체 지침을 내놓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만큼 금융위의 권고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 급락으로 신용공여 상환 우려가 커지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말라는 명령을 정부가 강제할 명분은 전혀 없다"며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적극 취해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리스크 관리를 더 강화해도 부족한 마당에 리스크 관리를 완화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융당국의 증권사 팔 비틀기가 지나치다는 비판도 나온다. B 증권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디폴트가 나면 책임은 증권사가 지는데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반강제적으로 압박하니 손실을 감수한다는 생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라는 금융당국이 다른 한쪽에선 개인 빚을 탕감해주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권고를 대놓고 무시하기 어려운 증권사들이 실효성 없는 반매매매 완화안을 내놓고 되레 생색을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 증권사 관계자는 "담보유지비율에 대한 일관된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배임 문제를 앞세워 모호한 조치를 내놓은 수준에서 접점을 찾았다"며 "사실상 기존 방침에서 크게 변화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D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반대매매 담보비율과 관련해 일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며 "신용융자 담보비율을 증권사 자율에 맡기면 증권사의 리스크가 커지고, 업무상 배임 가능성도 있어 결국 생색내기용 대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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