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비례대표제 도입이후 최악"
4·15 총선까지 불과 20여일밖에 남지 않았으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등 거대양당이 위성정당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창당을 앞두고 소수정당·시민단체와의 갈등이 폭발해 진보진영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통합당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파동으로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다. 거대양당이 막장 위성정당 경쟁을 벌이자 전문가들은 21대 총선이 최악의 정치 후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합' 무색해진 민주당의 연합정당=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을 만들 명분과 취지를 모두 잃어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이름만 '연합'정당을 만들었을 뿐 실질적인 '친문(친문재인)' 위성정당을 만들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창당 협약을 맺은 '시민을 위하여'와 기본소득당 등 소수정당과 함께 19일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가칭) 공천심의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후보 등록일인 26∼27일 전까지 최종 비례대표 후보를 추려야 하기 때문에 후보 모집과 심사, 결정까지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전히 연합정당으로 빚어진 갈등을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초창기 민주당과 연합정당 창당에 공조했던 정치개혁연합이나 녹색당, 미래당 등이 모두 연합정당 불참으로 돌아섰고, 민생당의 경우 오히려 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두고 당이 분열돼 별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다.
연합정당이 민주당에 되레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이 친문단체인 '시민을 위하여'와 손을 잡은 탓에 연합정당 명분이 훼손되고, 위성정당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하는데 일조했다는 지적도 감수해야 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3월 3주차 주중동향(TBS 의뢰·조사기간 16~18일·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을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0.6%포인트 내린 40.9%로 내림세를 보였으나, 통합당 지지율은 3.0%포인트 오른 35.1%로 집계됐다. 양당 격차는 9.4%포인트에서 5.8%포인트로 좁혀졌다. 전문가들 역시 민주당의 위성정당 논란에 더 매서운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장우영 대구카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현재 연합정당은 친문 정당이 친문 위성정당을 만들어 유권자들의 선택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과 통합당이 비슷비슷하지만 집권당인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친문기반을 확대하는 장치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더 질이 안 좋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역시 "민주당이 소수정당들에 힘을 보태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원내 1당이 되려고 위성정당을 만든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벼랑 끝 치닫는 통합당 vs 미래한국당=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공천 갈등은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는 19일 비례대표 공천 후보 명단이 당 선거인단 재투표에서 부결되자 이에 반발해 대표직을 던졌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참으로 가소로운 자들에 의해서 제 16년 정치인생의 마지막에 당과 국가에 봉사하고 좋은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막혀버리고 말았다"며 "미래한국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가 사퇴를 결심한 것은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 통합당이 계속해서 제동을 거는 것이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한 줌도 안되는 야당의 권력을 갖고 부패한 권력이 참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제 개혁을 말아버렸다"며 공천명단 부결에 불만을 터트렸다.
미래한국당 선거인단은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수정한 비례대표 공천 후보 명단을 찬성 13표, 반대 47표, 무효 1표로 부결시켰다. 미래한국당 선거인단의 대다수는 통합당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천 후보 명단 부결은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황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충 넘어갈 수 없다"면서 비례대표 공천에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현재 정당을 불문하고 비례정당과 관련된 파열음이 정가 전체를 뒤흔들고 있어 국민께서 몹시 불편해 하고 있다"며 "미래한국당은 괴물 선거법에 맞서서 의회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혁신과 통합의 가치를 담는 희망의 그릇이었지만 국민의 열망과 기대와는 거리가 먼 결과를 보이면서 큰 실망과 염려를 안겨드리게 돼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이어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바로잡아서 승리의 길로 다시 되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통합당의 입맛대로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미래한국당을 더 이상 위성정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경고한 것으로 읽힌다. 통합당은 비례대표 공천 전면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미래한국당의 공천갈등은 위성정당이 가진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박 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미래한국당은 꼼수이자 태어나서는 안 될 정당이지만 법적으로 독립됐다고 하면 (미래한국당 공천은) 통합당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며 "설사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 명단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당 대표와 최고위가 있고 공관위를 꾸려서 하는 것인데 황 대표가 '의원들을 파견하지 않겠다', '새 위성정당을 만들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어떻게 보면 아주 오만한 발상"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공 위원장이 재심의 요구를 수용한 것도 "주사위, 윷놀이판도 아니고 이미 심사해서 결정된 사항을 특정인의 불만과 다른 정당의 강압 또는 요구에 의해 순번을 바꾼다는 건 선거법 위반 소지가 굉장히 많다"며 "애초에 탄생해서는 안 될 꼼수 정당이 이제는 더 악성이 돼서 정치판 전체를 흙탕물로 뒤범벅 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미경·윤선영기자 the13ook@dt.co.kr
민주당은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창당을 앞두고 소수정당·시민단체와의 갈등이 폭발해 진보진영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통합당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파동으로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다. 거대양당이 막장 위성정당 경쟁을 벌이자 전문가들은 21대 총선이 최악의 정치 후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합' 무색해진 민주당의 연합정당=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을 만들 명분과 취지를 모두 잃어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이름만 '연합'정당을 만들었을 뿐 실질적인 '친문(친문재인)' 위성정당을 만들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창당 협약을 맺은 '시민을 위하여'와 기본소득당 등 소수정당과 함께 19일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가칭) 공천심의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후보 등록일인 26∼27일 전까지 최종 비례대표 후보를 추려야 하기 때문에 후보 모집과 심사, 결정까지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전히 연합정당으로 빚어진 갈등을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초창기 민주당과 연합정당 창당에 공조했던 정치개혁연합이나 녹색당, 미래당 등이 모두 연합정당 불참으로 돌아섰고, 민생당의 경우 오히려 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두고 당이 분열돼 별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다.
연합정당이 민주당에 되레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이 친문단체인 '시민을 위하여'와 손을 잡은 탓에 연합정당 명분이 훼손되고, 위성정당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하는데 일조했다는 지적도 감수해야 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3월 3주차 주중동향(TBS 의뢰·조사기간 16~18일·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을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0.6%포인트 내린 40.9%로 내림세를 보였으나, 통합당 지지율은 3.0%포인트 오른 35.1%로 집계됐다. 양당 격차는 9.4%포인트에서 5.8%포인트로 좁혀졌다. 전문가들 역시 민주당의 위성정당 논란에 더 매서운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장우영 대구카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현재 연합정당은 친문 정당이 친문 위성정당을 만들어 유권자들의 선택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과 통합당이 비슷비슷하지만 집권당인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친문기반을 확대하는 장치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더 질이 안 좋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역시 "민주당이 소수정당들에 힘을 보태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원내 1당이 되려고 위성정당을 만든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벼랑 끝 치닫는 통합당 vs 미래한국당=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공천 갈등은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는 19일 비례대표 공천 후보 명단이 당 선거인단 재투표에서 부결되자 이에 반발해 대표직을 던졌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참으로 가소로운 자들에 의해서 제 16년 정치인생의 마지막에 당과 국가에 봉사하고 좋은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막혀버리고 말았다"며 "미래한국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가 사퇴를 결심한 것은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 통합당이 계속해서 제동을 거는 것이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한 줌도 안되는 야당의 권력을 갖고 부패한 권력이 참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제 개혁을 말아버렸다"며 공천명단 부결에 불만을 터트렸다.
미래한국당 선거인단은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수정한 비례대표 공천 후보 명단을 찬성 13표, 반대 47표, 무효 1표로 부결시켰다. 미래한국당 선거인단의 대다수는 통합당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천 후보 명단 부결은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황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충 넘어갈 수 없다"면서 비례대표 공천에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현재 정당을 불문하고 비례정당과 관련된 파열음이 정가 전체를 뒤흔들고 있어 국민께서 몹시 불편해 하고 있다"며 "미래한국당은 괴물 선거법에 맞서서 의회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혁신과 통합의 가치를 담는 희망의 그릇이었지만 국민의 열망과 기대와는 거리가 먼 결과를 보이면서 큰 실망과 염려를 안겨드리게 돼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이어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바로잡아서 승리의 길로 다시 되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통합당의 입맛대로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미래한국당을 더 이상 위성정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경고한 것으로 읽힌다. 통합당은 비례대표 공천 전면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미래한국당의 공천갈등은 위성정당이 가진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박 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미래한국당은 꼼수이자 태어나서는 안 될 정당이지만 법적으로 독립됐다고 하면 (미래한국당 공천은) 통합당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며 "설사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 명단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당 대표와 최고위가 있고 공관위를 꾸려서 하는 것인데 황 대표가 '의원들을 파견하지 않겠다', '새 위성정당을 만들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어떻게 보면 아주 오만한 발상"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공 위원장이 재심의 요구를 수용한 것도 "주사위, 윷놀이판도 아니고 이미 심사해서 결정된 사항을 특정인의 불만과 다른 정당의 강압 또는 요구에 의해 순번을 바꾼다는 건 선거법 위반 소지가 굉장히 많다"며 "애초에 탄생해서는 안 될 꼼수 정당이 이제는 더 악성이 돼서 정치판 전체를 흙탕물로 뒤범벅 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미경·윤선영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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