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원료인 원유가격보다 가공제품인 휘발유 가격이 더 싸지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맞이했다. 국제유가 하락세에 수요 부진까지 겹쳤고,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한 당분간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정유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 16일 마이너스로 돌아서 배럴당 -2.48를 기록했고, 이날 현재도 -2.33달러로 마이너스 정제마진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1~12월에도 정제마진이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1 이상으로 확대되진 않았다.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뜻으로, 사실상 원유 가격보다 휘발유 값이 더 싸졌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달러 이상으로 보고 있다. 주간 단위로는 이달 둘째주 3.7달러를 기록해 4주 만에 상승 반전했지만 이는 원가 하락에 따른 일시적 착시현상에 불과했다.
정제마진의 악화는 국제유가와 수요가 동반 하락하고 있어서다. 지난 18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28.26달러에 거래돼 휘발유가격(27.44달러)보다 비싸지는 역마진 구조가 형성됐다. 국내 정유사의 두바이유 수입 비중은 전체의 80%를 넘는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중국의 수요가 대거 축소되면서 하락세를 보였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국이 이달 초 원유 추가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유가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자료: 금융투자업계, 단위: 달러/배럴>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서 정유업황이 반등할 것이란 확신이 없다는 점이다. 수요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데다 사우디와 러시아간 유가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과잉 부담은 여전히 이어질 여지가 크다.
특히 유가가 오른다고 해도 제품가격에 곧바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고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 오히려 원가부담이 오히려 가중될 수 있다. 이미 OPEC는 이달 월간석유시장보고서(MOMR)를 통해 올해 원유 수요 성장 전망치를 99.7MBPD(일 100만배럴)로 0.9MBPD 낮춘 상태여서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OPEC는 올해 원유 수요 성장 전망치 하향 조정했다"며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및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해 추가적인 원유수요 하향조정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제품가격이 같이 오르면 긍정적이지만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경우 제품가격은 여전히 낮게 형성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현재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
국제유가 폭락 여파로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 사진은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현대오일뱅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