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공포감이 커질수록 단기투자처를 묻는 클라이언트들은 더 느는 추세예요. 빠졌다고 섣불리 들어가선 안된다고 단호히 말씀드립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시장을 봐야 한다는 말이죠."(A증권사 강남 프리미어센터 부지점장)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폭락장세가 연출되며 시장에 공포감이 만연하지만 한편에선 투자에 대한 갈증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런 폭장세 오랜 세월 경험과 자산을 바탕으로 거액을 굴리는 베테랑 PB(프라이빗뱅커)들은 어떤 조언을 할까.
웬만한 급락장에서도 틈새시장을 찾아 투자하길 권하던 주요 증권사 대표 프라이빗 뱅커들이 달라졌다. 한결같이 '보수적 접근', '관망'만을 입에 올리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정상적 접근이 어려운 증시 급락장 속에서 투자 권유 대신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얘기다.
◇폭락 또 폭락…PB들도 "저점 모른다"= "아무도 저점을 얘기하지 못한다."
김진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는 이렇게 말했다. 김 상무는 최근의 증시 폭락세에 대해 "긴 조정기간이 있었고 앞으로 추가 조정기간이 길어질텐데 그러는 사이 크게 상처 입을 종목들이 수두룩하게 쌓일 것"이라며 "진입 타이밍이 아닌데 섣불리 들어가선 맘 고생만 커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증시 폭락장 속 저가매수 타이밍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연일 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무모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소속과 이름 노출을 꺼린 한 증권사 PB는 "미국 증시가 올라도 국내 증시가 오르고 미국장이 폭락해도 우리 증시는 또 폭락하는 이해 불가한 상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며 "반등이 된다해도 절반의 회복까지도 상당히 긴 시간이 있어야 하고 수익을 누리려면 시장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시장의 존속 여부도 불확실해 보인다"고 비관론을 폈다.
그는 "전방산업이 올스톱된 현 상황에선 수요도 늘 수 없다"며 "지금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메이저 국가의 확진자 감소세부터 기다리는 것이 맞다"고 했다.
◇현금 확보에 집중…"때를 기다리자"= 실제 주요 증권사 프리미어센터 고객 중에선 최근 폭락장 속 센터를 직접 찾아와 '단기투자'를 의뢰하는 경우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주식 직접투자나 괜찮은 금융상품을 추천해 달라는 고객도 적잖았다는 전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이건 채권이건 금이건 원자재건, 그야말로 싼 자산이 널려있는 상태라고 보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며 "문제는 자체보유 현금을 갖고 장기투자에 나서는 투자자가 아닌 '한방'을 노리고 들어오는 경험 적은 신규 고객층이 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열흘간 늘어난 주식거래 활동계좌수만 24만개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투자 권유 대신 "무모한 투자는 안 된다"며 딱 잘라 조언했다고 PB들은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PB는 "이미 공포지수가 2008년 리먼사태 당시 수준을 훨씬 웃도는 상태고 너무도 빠르게, 짧지만 굉장히 깊은 상처가 나고 있는 상태"라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물꼬를 되돌릴 분명한 신호 없이는 신중한 대응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장중 한때 이른바 '공포지수'는 70선을 돌파해 약 11년4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점심 무렵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71.74까지 뛰어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11월 24일(장중 고가 74.08) 이후 11년 4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VKOSPI는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로, 코스피가 급락할 때 급등하는 특성이 있어 일명 공포지수라고도 불린다.
한편 이날 지수는 장 한때 8% 넘게 급락,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같은 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 13일에 이어 이번이 역대 두 번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