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위협에 뒷짐 푼 트럼프… 1兆달러 슈퍼부양책 꺼냈다

방관하다 '비상모드'로 급선회
재선 최대 걸림돌 우려한 듯
'220만 死亡' 英보고서도 한몫
부양책 규모 3500억달러 상향
1000달러 개인 지급 방안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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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위협에 뒷짐 푼 트럼프… 1兆달러 슈퍼부양책 꺼냈다
中책임론 강조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이 공개적으로 사용하는 '중국 바이러스' 표현은 정확한 것이라며 중국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심드렁한 태도로 일관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응 기조를 '비상 모드'로 전환한 것. 미국 내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독감보다 사망자가 적다"고 말하는 하면, "상황을 완전히 통제해 위험이 매우 낮다"는 등 사태를 경시하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자칫 코로나19 위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태롭게 하는 실질적 위협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대로 가면 미국에서 22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받은 후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에 중대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16일과 17일에도 언론 브리핑에 직접 나서 코로나19 대응 수칙을 알리며 국가적 단합을 호소했다. 또 식당, 여행업계, 도소매상 대표와 간담회나 전화 통화 일정을 소화하는 등 온종일 코로나19 대응에 매달렸다.

이를 지켜본 AP통신은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어조를 바꾸고 코로나19 위협에 진지해졌다"고 평가했다. 또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잘못을 깨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침울한 어조를 보였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대통령 재선에 실질적 위협이라는 인식이 백악관 내부에서 커진 데 영향을 받았다"는 언론 분석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기존의 낙관적인 기조를 바꿔 코로나19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촉구성 주문을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연구진이 작성한 충격적 내용의 보고서가 트럼프 대통령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보고서에는 정부와 개인의 노력이 없이는 미국에서 코로나19로 22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예측이 담겨있었다.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일터와 학교, 사회적 모임 등에서 과감한 조치를 시행할 필요가 있는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유일한 전략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보고서 초안이 지난 주말 백악관에 전달되고 나서 16일 열린 백악관 TF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 국민을 상대로 10명 이상의 모임을 피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CNN은 "영국 전염병학자들의 불길한 보고서로 미국과 영국의 코로나19 대응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의 경제적 충격에 관한 데이터를 제공받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중국의 1∼2월 산업생산이 1년 전보다 무려 13.5% 급감해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실업률도 급증했다는 통계를 접하고 매우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충격 완화를 위해 1조 달러(한화 124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미국인들에게 현금 1000달러 이상을 지급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어 주목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큰 숫자다. 경제에 1조 달러를 투입할 제안을 테이블에 올려놨다"고 말했다. 아직 세부 내역을 공개한 것은 아니지만 경기부양책 전체 규모가 1조 달러에 이른다고 밝힌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와 관련 부양책 규모가 8500억 달러에서 1조2000억 달러로 늘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상공인 대출에 3000억 달러, 안정자금에 2000억 달러, 현금지급에 2500억 달러가 각각 배정돼 있으며 납세기한 연장에 따른 비용까지 하면 1조2000억 달러에 이른다.

17일 현재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걸려 숨진 사람은 100명을 넘어섰다. CNN은 이날 오후(미 동부시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감염 사망자를 최소 100명으로 집계했다. 주별로 보면 워싱턴주에서 가장 많은 50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이어 뉴욕·캘리포니아주에 12명씩이 이 질병으로 숨졌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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