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칼럼]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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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호 칼럼]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세상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사투를 그리고 있는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Walking Dead)가 10년 째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보게 된다. 전파력이 강한 좀비 바이러스 시대를 맞아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살아남은 자들은 폐허가 된 마트에서 남은 식량을 채집하거나 동물을 사냥하고 농산물을 재배하며 살아간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사람들은 서로의 이해를 위해 총질을 하고 터전을 빼앗고 그리고 살아있음의 의미를 느낀다.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은 자들이 그래도 살아가는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코로나19'로 명명된 바이러스의 창궐 속에서 우리도 살아가고 있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염되는지도 모르는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중국에 국한된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이 병이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며 창궐하더니 이제 미국, 유럽 할 것 없이 전 세계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런 세기말적 상황 속에서도 인간과 인간의 이해는 끝없이 부딪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더 첨예하다. '메르스 때보다 지금 방역을 더 잘하고 있다', '우리의 방역 태세를 욕하는 건 우리 언론 뿐이다'라는 목소리가 '원천적인 방역 실패를 신천지와 대구·경북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목소리 못지 않게 나오고 있다. 초기 대응 실패, 거꾸로 가는 메시지로 80여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는데, 고개 숙이는 리더들을 볼 수 없는 것도 지금의 모습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비례정당'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벌이고 있는 촌극은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팬데믹' 상태에 이르든 관계 없이 우리 주위에서 펼쳐지고 있다.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하는 자들의 욕망과 그들을 선발하는 권한을 가진 이들의 욕망은 '공익에 대한 봉사'보다는 '자신에 대한 증명'이라는 원동력으로 더 뜨겁다.

문제는 하루하루의 생활이 그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먼저 울부짖는다. 하루하루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업들도 패닉 상태에 다다르고 있다. 월급쟁이들은 아직까진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까 의문이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살아갈 것이다.

이 와중에 '지오영 게이트'라고 명명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마스크 대란 뒤에 숨겨진 인간들의 '추악함'을 지적하는 의혹 제기는 한낱 한가로운 유튜버의 구독자 수 늘리기로 폄훼되는 실정이다. '차이나 게이트'라고 불리는 인터넷 여론 조작의 '꼬리'가 살짝 나타났다가 사라진 것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넘어가고 있다. 조 단위의 라임 펀드 사태에 청와대 전 행정관이 연루되어 있다는 메가톤급 폭발력을 지닌 의혹 제기는 바이러스에 의해 불꽃 축제 화약마냥 터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는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인 김승희 시인의 시(詩) 일부를 한번 본다.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뇌출혈로 쓰러져/말 한 마디 못 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워킹 데드'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좀비들을 막기 위해 마치 섬처럼 높은 장벽을 쌓고 그 안에서 살아간다. 섬처럼 절연된 그 안에서 가족간, 친구간 갈등은 있지만 그래도 서로를 의지하며 웃으며 살아간다. 좀비 바이러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해도 우리는 이들처럼 '그래도'라는 섬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래도'의 밖으로 나가기 전 하나 명심할 것은, '워킹 데드'의 좀비들은 '머리'가 깨져야 비로소 죽는다는 점이다. 머리가 깨지기 전에는 그 어떤 형태로도 살아남아 우리를 전염시킨다.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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