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전방산업 강타
노트북·스마트폰 판매량 급감
모바일·PC 수요 감소 불보듯
반도체 위축땐 성장동력 사라져
6월前 사태 종식여부 관심집중
노트북·스마트폰 판매량 급감
모바일·PC 수요 감소 불보듯
반도체 위축땐 성장동력 사라져
6월前 사태 종식여부 관심집중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반도체까지 L자형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경제가 '복합위기'의 공포에 휩싸이는 가운데, 그나마 수출 버팀목이던 반도체까지 침체를 면치 못할 경우,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경제는 심각한 불황에 직면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등 주요시장에 빠르게 확산함에 따라 전방산업의 위축이 예상보다 클 가능성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고민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분기 단위 계약 기간이 남아 확연한 수요 감소 조짐은 아직 없지만 모바일고 PC용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면 서버까지 포함한 전방산업 전반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D램(DDR4 8GB 2400Mbps)과 낸드플래시(MLC 32Gb 8GB) 현물거래가격은 전날보다 각각 0.11% 하락했다. 아직 고정거래가격은 상승 또는 보합세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일 경우 하락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와 관련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스마트폰과 PC 판매 감소의 영향으로 올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5%, 4분기에는 -15%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D램 역시 전방산업의 재고 확보 움직임이 끝나는 올 4분기에는 정체 또는 소폭 하락할 가능성을 점쳤다.
이 같은 전망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노트북과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보다 각각 9.0%, 7.5%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에서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는 각각 2.6%, 3.5% 감소를 점쳤지만, 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메모리 수요를 이끌고 있는 서버 역시 코로나19 전에는 5.1% 증가를 예상했지만, 최근에는 3.1%로 상승폭을 낮췄다.
마찬가지로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면 V자형이나 U자형 회복을 보이겠지만, 현재는 L자형 불황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4월 초나 5월 초에 코로나19 사태가 조기 종식될 경우 V자 또는 U자형의 시장이 형성되지만, 6월까지 갈 경우 L자형이 거의 확실하다고 내다봤다. 이 역시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유행)' 선언을 하기 직전 나온 보고서라 현 상황은 이보다 더 나쁘다.
반도체까지 어려워질 경우 제조업·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에는 치명타다. 이미 코로나19에 따른 판매 위축과 국제유가·정제마진 동반 하락으로 자동차, 정유화학 등 주력 제조업이 어려운 와중에 수출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반도체까지 위축하면 사실상 성장 동력이 없어진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준비한 공정 고도화 일정을 차질없이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평택캠퍼스 P1 라인을 6세대 V낸드로 본격 전환하고, 중국 시안 신규 2라인(X2)에서도 5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고, SK하이닉스도 올해 96단과 128단 낸드 생산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메모리 시장의 반등세가 약해졌지만, 단지 서버와 모바일 등의 수요 급증 시점이 조금 미뤄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시장 상황에 탄력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미세공정 경쟁력을 지속해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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