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美현지법인 세워 스마트그리드·AMI 안착… 톱5 진입하겠다"

기술·레퍼런스 기반 구축·외부 투자로 자금 확충… 2년뒤엔 가능성 여부 판가름 날 것
과거 스웨덴 수출사업 美와 경쟁해 판세 역전… 99.8% 안정성 띤 AMI 결정적 역할
데이터·AI·클라우드 활용 사업 전환 모색… 미래기술 핵심 스마트그리드 규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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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美현지법인 세워 스마트그리드·AMI 안착… 톱5 진입하겠다"
조송만 누리텔레콤 회장

누리텔레콤 제공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③ 조송만 누리텔레콤 회장


40대 초반의 벤처기업 CEO는 어느덧 예순살의 중견 IT기업 회장이 돼 있었다. 까맣던 머리에는 군데군데 서리가 내렸다.

그러나 형형한 눈빛은 그대로였다. 세계 어디에서도 기술에선 밀리지 않겠다는 엔지니어 출신 CEO의 근성과 집념이 전해졌다.

조송만 누리텔레콤 회장은 인터뷰 내내 '기술'과 '글로벌'을 얘기했다. 누리텔레콤을 전 세계에 알린 AMI(원격검침인프라) 사업을 한창 키우던 2002년 그를 만난 지 18년 만에 다시 마주앉았다. 조 회장은 "2000년 상장 당시 세운 '미국 시장 톱5 진입' 목표를 아직 이루지 못했다"면서 "올해 현지법인을 세우고 될 때까지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겸손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누리텔레콤은 이미 국내 ICT 분야에서 국보급 기업이다. 대우통신 엔지니어 출신인 조 회장은 SW(소프트웨어)로 외화를 벌겠다는 일념으로 1992년 통신SW 회사인 ATI시스템을 창업했다. 이후 AMI, 스마트그리드 솔루션을 주력으로 성장하며, 2000년 1월 사명을 누리텔레콤으로 바꾸고 같은 해 8월 코스닥에 등록했다. 누리텔레콤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1479억원으로, 2000년 코스닥 등록 이후 20년간 매출의 29.3%를 수출로 벌어들였다.

창업 28년을 맞은 조 회장은 "연구개발과 사업기획이 여전히 다른 어떤 일보다 재미있다"면서 "글로벌 스마트그리드와 AMI 시장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2011년 마련한 서울 사평대로 사옥에서 조 회장을 만났다.


대담=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집무실 벽 한 면을 채운 상패와 감사패, 표창장이 회사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다.

"천만불 수출의탑과 이천만불·삼천만불 탑을 수상했는데 각각 2008년, 2016년, 2018년에 스웨덴, 가나, 노르웨이 AMI 수출 성과로 받았다. 노르웨이 수출성과에 힘입어 2018년 1400억원(개별기준)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지난해 벤처천억클럽에도 들었다.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의 고객사에서 받은 감사패들도 있다. AMI 고객사 46곳 중 한국전력을 제외한 45곳이 해외 전력기업이고, 그동안 국내외에 설치한 AMI 단말기는 340만개에 달한다."

-연초 직원들에게 '2020'이란 숫자를 제시했다고 들었는데.

"매출 20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달성하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8년에 매출 1900억원을 했으니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다. 국내·외에서 안정적 성과를 거두고 9년간 투자해온 소재사업이 흑자로 돌아서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2020 목표를 달성하면 누리텔레콤 경영에서 손을 떼고 R&D와 글로벌 비즈니스에 집중하려 한다. 지금도 창업 초기부터 호흡을 맞춰온 김영덕 사장이 누리텔레콤 실질적 경영을 맡고 있다. 나는 기술전략과 누리빌, 모임스톤, 누리비스타 등 관계사를 챙긴다. 자회사인 누리빌은 인터넷 전자고지 서비스, 모임스톤은 인터넷전화기 제조, 누리비스타는 나노기술 기반 발열소재 개발기업이다."

-32살에 창업한 회사를 국보급 기업으로 키워냈다. 목표는 이뤘나.

"아직 멀었다. 창업 당시 목표는 외산 SW를 대체해서 외화가 나가는 것을 줄이는 것이었는데, 2000년 상장하면서는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시장 톱5 진입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나를 이만큼 키워줬으니 글로벌에서 돈을 벌어오겠다는 목표였다. 주력사업도 창업 초기 통신SW에서 AMI와 스마트그리드로 전환했다. 그동안 AMI 고객사 46곳 중 45곳이 해외 기업이지만 미국에서는 성과가 없었다. 올해부터 하려 한다. 미국은 전기분야 AMI 단말기 약 2억개가 설치돼 있고 아이트론이란 기업이 선두다. 지금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데, 톱5 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낙관한다."

-미국에서 한 번의 실패를 맛봤는데.

"첫 해외 수출이 2004년 태국 프로젝트였는데, 그 전인 2002년 미국 지사를 세워 진출했다. 그러나 실패를 맛봤고 미국지사는 10년간 운영하다 폐쇄했다. 이제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준비와 시장파악이 덜 됐고 회사 규모나 공급실적도 지금보다 적었다. 알게 모르게 미국에 법인을 둔 기업에 혜택이 주어진다는 사실도 몰랐다. 이제 제대로 승부하기 위해 지사가 아닌 현지법인을 연내에 세울 계획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이면서 성장성도 유망하다. 가격보다 품질을 중시하기 때문에 수익성도 좋다. 전기 외 다른 분야 AMI 확대도 준비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격이 부족해서 미국 사업에 주사업자로 참여하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은 공급실적이 많아서 충분하다. 주사업자가 되는 게 가격 조절, 수익성 등에서 훨씬 유리하다. 46개 구축사례와 단말기 340만대 납품실적이 있는 만큼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다."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준비가 됐나.

"기술적으로는 톱5가 아니라 우리가 가장 앞서있다고 자신한다. 그 점 덕분에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 그동안 국내외 입찰에서 기술에서 떨어져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심지어 대표적인 수출사례인 스웨덴 사업은 미국 기업을 선정하고도, 결과를 뒤집고 우리에게 사업을 줬다. 그들의 기술이 함량미달이 아니라 우리가 앞서 있었을 뿐이다. 다 잡은 사업을 놓친 미국 기업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발주사가 그대로 밀어붙였다. 노르웨이 사업도 미국 기업과 경쟁해 따냈는데, 미국 기업의 이의제기에도 발주처가 우리 손을 들어줬다. AMI는 데이터를 정해진 시간에 안정적으로 가져오는 게 핵심인데, 우리는 99.8%의 안정성을 자랑한다. 이 데이터로 요금징수가 이뤄지니 전력사 입장에선 절대적 평가기준이다. 우리는 보안기술에도 선제적으로 투자해 격차를 벌였는데, 그것도 두 사사업을 따내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미래 기술전략의 핵심은 무엇인가.

"기본은 검침 데이터를 안정적이면서 빠르게 가져오는 것이다. 또 하나 개발 중인 게 전기를 불법으로 훔쳐 쓰는 '도전' 감지기술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전기를 빼 쓰는 이들이 있다. 선진국도 도전 비율이 4% 정도, 개도국은 25%까지 되기도 한다. AMI와 도전 감지기술을 함께 제공하면 전력사가 우리 AMI를 도입한 후 3~5년이면 100% ROI(투자수익률)를 얻을 수 있다. 지금 관련 기술에 대해 특허출원을 하고, 내부 실증을 거쳤다. 도전율이 높은 아프리카 전력사와 현장실증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전력사들의 AMI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전력만 해도 연매출이 50조가 넘는데, 도전율을 1%만 줄여도 500억원이 늘어난다.

AMI 장치에 내장하는 방식은 개발했고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로 장치 없이 판별하는 SW도 개발 중이다. AMI 기술의 90%는 SW다. 하드웨어는 SW를 담기 위한 그릇에 불과하다. 나도 SW가 전문이다. 회사 전체 직원 중 32%가 연구인력인데, SW 연구인력만 약 70명이다."

-기술로 무장되면 글로벌 어디에서도 두려울 게 없을 것 같다.

"그렇다. 이제부터가 본승부다. 미국에서 될 때까지 하겠다. 지난 28년이 쉼 없는 도전의 연속이었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순간이다. 2년 후에는 가능성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본다. 2022년은 설립 30년이 되는 해다. 경사가 나오면 좋겠다. 그동안 쌓은 기술을 무기로 맨몸으로 부딪혀 오롯이 우리 힘으로 해내겠다. 이미 기술부터 레퍼런스까지 기반은 다 돼 있고, 필요한 자금은 외부 투자로 확충하려 한다. 한국은 연구개발, 미국은 영업과 마케팅으로 역할분담을 할 것이다. 전력은 국가 인프라 산업이다 보니 보수적인 시장이지만 미국만 약 4000개 전력사가 있고 노르웨이는 30개가 넘는다. 해외에서 충분히 승부할 만하다."

-긴 세월 한 우물을 파면서 커왔는데 성장비결과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성장비결은 기술이 90% 이상이다. 경영철학은 사실 매년, 매순간 바뀐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지향한 게 한 우물 파기였고 문어발식 확장을 경계했다. 그런데 지금은 소비자들의 소비패턴부터 시장 경쟁양상이 달라졌다. 이제 한 우물만으로는 안 된다. 우물을 하나만 갖고 있다가 옆에서 경쟁자들이 우물을 많이 파면 물이 마른다. 나도 여러 개를 파서 물을 모으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기존 사업과 연계 가능한 영역에서 다각화해야 한다. AMI·스마트그리드와 시너지가 나는 사업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모임스톤은 통신으로 연관되고, 누리빌의 인터넷 고지도 AMI의 연계 분야다."

-누리비스타의 발열소재 사업은 다른 분야인데.

"그렇다. 국내 소재산업이 낙후돼 있는데, 소재로 일본을 한번 앞서보겠다는 생각에 누리비스타를 세웠다.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는 각 부품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칩으로, 휴대폰에만 수백개가 들어가는데 여기에 전극소재로 니켈잉크가 쓰인다. 그 소재를 일본이 거의 독점 공급한다. 누리비스타는 MLCC용 전극소재부터 시작해 발열소재를 상품화했다. 발열소재는 수요가 무궁무진하다. 냉장고만 해도 성에를 없애기 위해 지금 열선을 쓰는데 면상 발열소재를 쓰면 전기소비가 훨씬 줄어들고 공정이 간단해진다. 에어컨, 의류건조기, 음식물처리기, 전기차 등에도 쓰인다. 많은 기업이 도입을 검토하는 단계다. 버스정류장에 열선 대신 발열소재를 쓰면 전력소모를 30~40% 줄이고 빠르게 온도를 높일 수 있다. 면상 발열체는 많지만 안정성에서 누리비스타가 선두다. 도로에서 사고를 유발하는 블랙아이스도 열선 대신 발열소재를 쓰면 얼음을 훨씬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누리비스타에 9년째 투자해 왔고, 끝까지 해보려 한다. 올해는 흑자를 기대한다."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 활용방안을 고민하는데, 관련 전략은.

"데이터·AI·클라우드를 활용한 사업모델 전환을 모색 중이다. 그동안 공급한 340만대 단말기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기회도 찾고 있다. AI와 클라우드는 당연한 변화이고, 이제 시장이 요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형으로 바뀌고 있다. 그에 맞춰서 우리가 인프라를 투자하고 서비스를 제공해 구독료를 받는 모델을 연내에 개발 완료할 예정이다. 또 쌓인 데이터를 분석하면 기업과 개인을 연계한 B2B2C 시장에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객의 전기 사용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면 도전을 막는 것은 물론 신용평가도 할 수 있다. 지금은 금융 거래실적이 많아야 신용등급이 올라가는데, 전기를 많이 쓰면 신용도가 높아지는 개념이다. 이 정보를 금융회사, 할부회사 등에 제공하면 고객이 이익을 볼 수 있다 특히 개도국의 경우 금융 거래실적이 있는 고객이 20%도 안 되다 보니 나머지는 신용평가 자체가 불가능하다."

-스마트시티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부산·세종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사업에 참여해 에너지 영역을 맡고 있다. 시민이 프로슈머가 돼서 태양광·지열·풍력·자전거·전기차 등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거래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국내 스마트그리드 시장은 규제와 룰 때문에 침체돼 있다. 시간과 계절별 요금 차등화가 되면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 시간대별 요금 차이를 두면 발전소 하나를 안 지어도 된다. 지금은 본인이 어느 시간대에 얼마나 전기를 쓰는지 확인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낮 1~3시까지 전기요금이 킬로와트당 1000원이고 새벽에 50원이라면 소비자가 알아서 조절할 거다. 전기가 쌀 때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비쌀 때 쓰거나 팔 수 있다. 냉장고나 세탁기는 전부 에너지 절감형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 프로슈머끼리 전력을 거래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지역별 에너지 사용량을 모니터링하는 솔루션도 완성했는데 지금은 사용할 곳이 없다.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 법체계와 규제가 풀리면 에너지도 데이터산업의 핵심이 될 수 있다. 그런 생태계 변화를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

-노르웨이 AMI 사업이 끝나면서 작년 실적이 줄었는데.

"수주산업이다 보니 대규모 수출 이후 실적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이 1479억원으로 2018년보다 22.2% 줄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감소했다. 다 이해시킬 방법은 없어 보인다. 뚝심 있게 갈 수밖에 없다. 이 업종의 다른 기업들도 상황이 다 비슷하다. 기술력과 매출규모, 영업이익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해낸 것은 분명하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무엇인가.

"사업을 기획하고 키울 때 더없이 행복하지만, 경영자에게는 고통도 숙명처럼 따른다.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살을 깎는 고통을 느낀다. 직원들의 표정이 달라지고 투자자들도 그렇다. 그걸 보는 경영자는 당연히 고통스럽다. 다행히 입찰에서 져본 적이 별로 없다. 국내에서는 80% 이상 승률이고 해외에서는 가격경쟁이 워낙 심해 기술점수가 뒤집히는 경우가 꽤 있지만 50%는 된다. 후발기업들도 기술 격차를 좁히려 애쓰기 때문에 쉬운 시장은 아니다. 끊임 없이 재투자를 하며 도전을 이어가야 한다."

-누리텔레콤과 사업가 조송만의 비전이 궁금하다.

"5년 정도를 본다면 미국에서 스마트그리드와 AMI 사업을 안착시키는 게 가장 큰 목표다. 또 수주 방식에서 서비스형으로 사업모델을 개편해 안정적 실적을 이어가도록 만들고자 한다. 기업가로서는 스마트그리드와 AMI 영역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기는 것이다. 그동안 기술적으로는 성공했고, 미국을 포함한 전체 글로벌 시장에서 톱5에 들도록 하겠다. 2000년 상장 후 20년간 누적 매출총액이 9003억원, 수출총액이 2643억원으로, 수출비중이 29.3%에 달한다. 2023년에는 매출 5000억원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28년간 쉼 없이 달려왔는데 취미나 여가활동으로 뭘 하는지.

"등산 외에는 취미나 여가활동을 하는 게 없다. 연구개발과 사업기획이 아직 더 재미있다. 자다가도 일어난다. 눈은 TV를 보고 있어도 머리는 다른 생각을 한다. 사업가로 느끼는 고통보다 재미가 훨씬 크다."

대담 =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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